2015 백마문화상 비평 당선자 소감문
상태바
2015 백마문화상 비평 당선자 소감문
  • 이지언(문창 13) 학우
  • 승인 2015.12.07 0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마문화상 비평 당선자 소감문

 

이 학교에 처음 왔던 날이 생각납니다. 면접장에서 바늘 같은 문학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바늘은 우리 몸에 상처를 내지만, 상처를 꿰매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바늘처럼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문학을 하고 싶다고 말했었습니다. 사실 지금은 그 꿈이 너무나 멀게 느껴집니다. 그곳이 제가 도달할 수 있는 곳인지도, 가야 할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제가 바늘 같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날카롭게 갈리면서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한 뒤로 제 삶에 가장 가깝게 자리하고 있는 권력구조들이 새롭게 보였고 그것들이 제게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외면하려고 했지만 결국 저는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 저에게 허락된 자리가 바늘 하나의 크기보다 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바늘 하나만큼의 숨구멍을 허락받은 날인 것 같습니다.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저부터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쓰겠습니다. 저의 부족한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의 여성들을 응원합니다. 여성이기 전에 당신이라는 한 사람으로 호명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사랑하는 나의 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게 이름이 아닌 엄마로 호명되는 나의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보수의 감정 노동과 가사 노동으로 저를 키워내느라 지나간 당신의 삶이, 그리고 앞으로 흘러갈 삶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당신이 나의 엄마이기 전에 당신이라는 한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지언.jpg

이지언(문창 13) 학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