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에 처음 왔던 날이 생각납니다. 면접장에서 바늘 같은 문학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바늘은 우리 몸에 상처를 내지만, 상처를 꿰매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바늘처럼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문학을 하고 싶다고 말했었습니다. 사실 지금은 그 꿈이 너무나 멀게 느껴집니다. 그곳이 제가 도달할 수 있는 곳인지도, 가야 할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제가 바늘 같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날카롭게 갈리면서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한 뒤로 제 삶에 가장 가깝게 자리하고 있는 권력구조들이 새롭게 보였고 그것들이 제게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외면하려고 했지만 결국 저는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 저에게 허락된 자리가 바늘 하나의 크기보다 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바늘 하나만큼의 숨구멍을 허락받은 날인 것 같습니다.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저부터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쓰겠습니다. 저의 부족한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의 여성들을 응원합니다. 여성이기 전에 당신이라는 한 사람으로 호명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사랑하는 나의 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나에게 이름이 아닌 엄마로 호명되는 나의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보수의 감정 노동과 가사 노동으로 저를 키워내느라 지나간 당신의 삶이, 그리고 앞으로 흘러갈 삶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당신이 나의 엄마이기 전에 당신이라는 한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지언(문창 13)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