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7호 4면 ‘2015년 신 계급사회,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를 읽고
흙수저? 금수저
요즘 SNS에서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유행이다. 소위 말해 ‘수저 계급론’이라는 것인데, 부모님을 잘 만나 조금의 노력으로도 대가를 얻거나 좋은 기회를 잡는 사람들을 보고 금수저라고 칭한다. 수저는 더 이상 밥 먹을 때 필요한 도구가 아니었나보다.
흔히 들어왔던 말, 노력이 부족하면 능력으로 극복하라고 하던 시대는 이제는 끝났다고 많은 비평가들이 말한다. 2015년 대한민국은 ‘부모의 경제 수준이 자녀의 삶의 수준 또한 결정짓는다’는 전통과는 다른 양상의 계급 사회의 모습을 보인다.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부’가 재산 상속과 증여를 통해 소수, 즉 금수저라는 특정 집단에게만 되물림되고 있으며, 부의 축척에 비능력적 요인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것은 쉽게 말해 금수저가 아닌 젊은 세대에게는 ‘부에 대한 좌절감’으로 나타나 “금수저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금수저라느니, 흙수저라느니 하는 말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말들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잣대에 의하면, 나는 흙수저라고 분류될 것이다. 하지만 흙수저라고 나를 구분하기엔 우리 부모님의 노력과 희생이 단순한 수치로 평가 받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것은 금수저에 대한 분노나, 피해의식, 열등감과는 다른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 중이지만, 어려운 취업난 속에서 부모님을 잘 만나 취업이 아니어도 다른 대안이 많은 친구들이 분명히 내 주위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시기하며 ‘금수저라 좋겠네’라며 비아냥거리고 싶었던 적은 없으며, 더욱이 취업문제에 우리 부모님을 끌어들여 생각한 적도 없다. 한 학기 내내 타지생활 하는 딸을 걱정하시어 밥은 잘 챙겨먹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히 준비하라던 말씀 하나에 괜시리 마음이 찡하고 보고싶다 생각하며 마음 찡했을 뿐 이었다.
친구들은 가끔 내게 그렇게 욕심이 없냐고 말한다. 굶지 않을 만큼만 벌면 되지, 버는 만큼 그 안에서 아껴 쓰면 된다고 말하며, 사고 싶은 물건은 커피 한잔 값 아껴 몇 달 뒤에나 사는 나는 이 사회에서는 어쩌면 야망 없고 욕심 없는 안일한 사람으로 비춰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금수저, 흙수저는 내게 와 닿지가 않는 표현이다. 단지 그 표현의 뜻을 우리 부모님이 곰곰이 생각해, 안해도 될 생각까지 하시며, 마음 아파하시진 않을까 염려될 뿐이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란 말은 우리 부모님들의 인생과 노고를 잔인하게 표현하는 말인 것이다. 최근의 수저논쟁은 오히려 우리 부모님의 인생에 대해서 감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수저논쟁이 내게 갖는 의미는 부모님께 더 감사하라 그 뿐인 것이다.
김유진(영문 11)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