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앓았습니다.
사십 도가 넘는 고열 감기였습니다. 병원에 가고, 생애 처음 링거를 맞고서야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목소리가 안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병원에 가니 성대에 마비가 왔다고 합니다. 저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저는 다만 가끔 밤 학교를 산책하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혼자 시나 쓰는 사람인데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제가 아주 평범한 사람이란 걸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고등학교 일 학년 때 시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좋아하는 삼 학년 선배들이 모두 시를 썼기 때문입니다. 선배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한 마디 더 걸고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서 시를 썼습니다. 일 학년인 제게 선배들은 특별해 보였습니다. 제 시작은 그러니까 특별한 것을 쫓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던 셈입니다. 선배들이 졸업하고 나서는 선생님을, 혹은 시인들을 좇으려 시 썼습니다.
그러는 동안 주변에서는 저에게 성실한 아이, 잘 쓰는 아이라는 호칭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남들처럼 특별한 것을 쫓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아주 보통의 노력을 기울여 가장 보편적인 시를 쓰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많이 창피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주변에서 저를 칭찬해주면 그냥 웃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태어나서 제일 아픈 시기에 큰 상을 받아서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아직 저는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시도 썩 잘 쓰지 못하는 그런 사람인데 특별한 취급을 받은 것 같아서 많이 창피하고 부끄럽습니다.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지만, 그래도 언젠가 목소리가 다시 나오리라 믿습니다. 이번 겨울은 아주 조용히 시를 쓰며 보낼 것 같습니다. 좋은 상을 주신 만큼 좋은 시를 쓰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고맙습니다.
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 15) 김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