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백마문화상 시 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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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백마문화상 시 부문 심사평
  • 김석환(문예창작학과)교수, 박상수(문예창작학과)교수
  • 승인 2015.12.0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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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문화상 시 부문 심사평

 

총 103명의 응모작품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아쉽게도 올해에는 눈에 확 띄는 작품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평이했고 기대를 밑도는 작품들이 많았으며 기성 시인의 영향이 강해서 크게 아쉬웠다. 고심 끝에 두 편의 작품을 골랐다.

 

먼저 가작으로 선정한 원예림의「꼴라주」는 모텔에 사는 화자가 가상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서간문 형식의 작품이다. 세상과 삶에 대한 기대를 버린 화자가 뱉어내는 서늘한 성찰이 때론 감각적으로, 때론 유머러스하면서도 도발적으로 펼쳐진다. 모텔이라는 공간에서 인간이 제 이름을 잃고 ‘손님’으로 일괄 취급되는 현실에 대한 풍자가 인상적이었고 이 저항과 배반의 에너지가 좋았다. 다만 제목의 역할이 거의 없었다는 점, 수신자의 정체가 끝내 규명되지 않았고, 여러모로 시의 구성과 형식에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되어 아쉬웠다.

당선작으로는 김경환의「여름 산장」을 뽑았다. 이상하게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여름 산장’에서, ‘울새’를 잡아온 연인과 화자가 나누는 대화가 시를 이끌어나간다. 정적 속의 불안과 긴장이 마이크로한 언어로 조율된다. 핵심은 전망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며, 존재의 도저한 위화감과 무력감이다. 울새도, 연인도, 나도, 이 세계도 겨우 감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세 깊은 어둠에 지워질 것 같은 슬픈 예감이 이 시의 정서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중요한 근원이다. 그러나 응모작 중 가장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와 형상화 능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는 너무나 낯익다. 시를 좀 쓰는 사람이면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기성 시인의 세계관과 화법을 지나치게 닮았다. 고민이 컸다. 그럼에도 당선작으로 미는 이유는 대학문화상이니만큼 앞으로의 가능성을 지지하고 자기극복의 길을 열어 주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기대한다는 뜻이다. 심사자의 이 믿음을 저버리지 말고 지속적으로 시를 써서 꼭 개성적인 ‘시인’으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김석환(문예창작학과)교수, 박상수(문예창작학과)교수

 

 

김석환.jpg박상수사진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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