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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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
  • 엄혜영 교수 (방목기초교육대학 자연교양)
  • 승인 2015.11.30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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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요즘 우연히 귀를 스쳐 간 광고 중 “노후에는 할 수 없는 단 하나—노후준비”라는 어구가 있다. 늘 그렇듯 무슨 광고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연금저축이니 보험 등을 광고하는 것일 터다. 그 광고를 들으며 오히려 그 광고의 취지와는 달리 역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노후에도 노후 준비 이외에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다는 말이네···.’ 맞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나이가 많이 들어서도 젊게 살며 젊은이와 많이 다르지 않게 열정적으로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렇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못하는 것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젊었을 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들이 있다. 사실, 아주 많다. 내가 가끔 우리 학생들에게서 듣고 부러워하게 되는 이야기는 길게 한 배낭여행 이야기나 그 계획이다. 어쩌면 나도 마음만 먹으면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이제 우리 학생들이 그 여행에서 느끼는 선명하고 강렬한 느낌은 들 수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나이 들어서 하는 여행은 바쁜 일상에 묻혀 며칠이면 잊히고 만다. 하지만 젊은 시절 그 빛나는 순간의 아름다운 경험과 감정들은, 그것이 외로움이든 벅차오르는 기쁨이든 평생 가장 선명한 색깔로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내게도 비교적 젊었던 시절에 경험한 여행의 이런저런 장면과 느낌들은 저 먼 기억 속에서도 마치 흑백 사진 속에 홀로 채색된 듯 선명한 빛깔로 남아 있다.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계획할 때 설레는 마음으로 철도노선을 그려보며 동선을 연구하던 일, 낯선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보내던 순간의 감정들, 인터넷이 보편화 되어 있지 않아 정보를 찾을 수 없었던 때 이메일로 서신을 주고받으며 고생 끝에 숙소예약에 성공하게 되어 기뻐하던 순간, 보물같이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작은 섬 해 질 녘의 산책···.

여행뿐만이 아니다. 영화 한 장면과 책 한 구절에서 느끼는 감동, 친구들과 밤새우며 나누는 대화, 도저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던 어려운 원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느끼는 희열 등, 젊어서 마음의 곳간에 차곡차곡 채워놓은 감동과 깨달음은 가끔은 지치고 힘들 수도 있는 긴 인생길에서 때때로 고개를 내밀며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실수조차 추억이 되고 웃어넘길 수 있는 그 젊은 시절에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지금, 젊어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젊을 때 하는 것이 더 좋은 일들은 너무나 많다.

 

  997 명진칼럼 엄혜영 교수 사진.jpg

   

엄혜영 교수 (방목기초교육대학 자연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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