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양김 시대 한국정치의 과제
김영삼 전 대통령의 11월 22일 서거로 한국정치를 지배했던 ‘양김(兩金) 시대’가 막을 내렸다. 김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의 탄압에 맞서 싸우며 한국 민주주의를 수호했으며 그의 저항정신을 압축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은 오늘날에도 회자되는 유명한 문구이다.
그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실천은 우리에게 남긴 큰 역사적 유산이지만, 1987년 민주화 직후의 대통령선거에서 DJ와의 단일화 실패와 1990년 3당 합당에 대한 평가는 명암이 교차한다. 특히 3당 합당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의 화합과 연결의 디딤돌을 놓아 문민정부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동서화합의 실패로 지역주의를 잉태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지역주의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우리의 선거와 정치를 좌우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삶은 도전과 투쟁으로 점철되지만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은 ‘통합’과 ‘화합’이었다.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이념과잉’으로 흔들리고 있다. 중요한 정치사회적 이슈들은 진보와 보수로 갈린 이분법적 대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대화와 타협으로 제3의 대안을 찾기보다는 끝없는 반목과 갈등만이 반복되고 있다. 그가 떠나가며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자신이 한국사회에 남긴 책임과 과제를 해결하고자한 고뇌의 산물이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계파와 지역에 의존한 편협한 정치에서 탈피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정치에 몰두해야 한다. 지역, 이념, 계층, 세대 등으로 분열된 한국사회가 통합과 화합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인식과 행태의 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역사에 기억되는 정치인으로 남기 위해서는 사익과 계파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통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