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복수는 나의 것’ 리뷰
지난주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을 봤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잔인한 장면도 그렇고, 인간의 악함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가 꺼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제를 하려면 영화를 봐야 했다. 무섭고 징그러운 장면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영화를 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인간의 선함과 악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복수는 영화를 끌고 나가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복수의 대상 모두가 직접적 원인 제공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나비효과처럼 커져 결국에는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불행은 우연히 발생한다. 주인공인 류가 유괴한 유선은 지체장애인인 남자 때문에 잠에서 깨 강가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러한 일은 예고되어있지 않으며 누구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인 것이다.
결말에 이를수록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진다. 분명 착해 보였던 그들이지만, 누군가를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은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 수밖에 없다. 살인은 다른 복수 영화에 비하면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끝난다. 결국 류는 장기밀매업자들을 살인하고, 동진은 영미와 류를 모두 죽인다. 마지막 복수자였던 동수 또한 영미의 팀원들에 의해 살해당한다. 숨 막히는 공격과 방어는 애초에 없다. 복수가 시작됐을 때 이미 그들은 죽을 운명이었을 지도 모른다.
피로 물드는 강물, 범행에 쓰인 도구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영화에 등장한 모든 인물이 죽는 결말의 허무함. 이들 중 누가 안타고니스트이고 누가 프로타고니스트인가? 그들이 모두 착했다면 그들은 왜 서로를 죽여야 했을까? 그들이 모두 악했다면 그들은 그들의 손에 죽어 마땅한가?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