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족구하라 그래!
상태바
-한국, 족구하라 그래!
  •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 승인 2015.11.21 2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도 몰랐던 족구 종주국

 

한국, 족구하라 그래!

 

우리도 몰랐던 족구 종주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는 무엇일까? 아마 십중팔구는 태권도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태권도를 자랑스러운 우리의 무술 혹은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태권도는 우리가 ‘원조’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한국에는 태권도 말고도 우리 고유의 스포츠가 있다. 이 종목은 한반도에서 탄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다. 하지만 아저씨들이나 하는 운동이라는 비웃음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종목’의 이름은 다름 아닌 족구다.

 

족구의 뿌리를 찾아서

한국이 족구의 ‘원조’라는 말을 들으면 의구심이 먼저 생긴다. “족구처럼 간단한 규칙을 가진 스포츠가 여기서 시작되었을까? 다른 나라에 비슷한 게 있을 것 같은데?” 같은 생각이다. 일리가 있는 의문이다. 족구의 규칙은 매우 간단해서 5분 정도만 지켜보면 대강의 경기 방식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한 운동은 세계 어디에 가도 있을 것만 같다.

예를 들면 세팍타크로가 그렇다. 세팍타크로는 동남아시아가 널리 즐기는 구기 스포츠다. 그러나 족구와는 다르게 네트의 높이가 높고, 공 또한 등나무나 플라스틱 재질의 공을 사용하여 족구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족구는 언제, 어떻게 등장했을까? 족구의 뿌리는 길게는 삼국시대에서, 짧게는 1960년대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마른 풀이나 짚으로 공을 만들어 중간에 벽을 쌓고 공을 차 넘기는 경기를 하였다고 한다. 이게 다소 족구와 달라 보인다면, 1960년대는 지금의 족구의 직계 조상이 탄생한 시기다. 탄생지는 군대였다. 공군 조종사들이 조종복을 입은 상태로 간편히 할 수 있는 운동을 만들고자, 배구 네트를 낮게 내리고 지금의 족구 규칙과 유사한 방식으로 경기를 시작한 것이다.

족구를 창안한 장병들은 국방부 표창을 받기에 이르고 국방부는 국군체육이라는 책자에 족구를 기록했다. 이후 육군과 해군에도 족구가 퍼지기 시작하였으며 군대에서 족구를 즐겼던 사람들이 전역 후 기업에 취직하면서 족구는 사회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족구를 만들고 키워나갔다.

 

족구와 한국, 한국과 족구

사실 군대에서 족구가 시작되고 사회에 널리 퍼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느 나라든지 군부대에는 체력관리를 위한 각종 운동시설이 있다. 스포츠 경기를 즐기고 체력을 단련하는 것은 군인에게 매우 장려되는 일이기에, 군부대에서는 여러 종류의 운동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운동이 생겨나기는 어렵다. 익숙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데도 전혀 다른 스포츠를 만들 군인은 드물기 마련이다.

하지만 60년대 한국의 군대는 족구를 낳기에 적절한 ‘스포츠 황무지’였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기 전, 군부대에는 지금보다 많은 인원에 훨씬 열악한 시설이 있을 뿐이었다. 스포츠를 통한 체력 강화와 스트레스 해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한 군대였기에 족구는 탄생할 수 있었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공과 네트만 있으면 경기를 시작할 수 있으며, 규칙도 쉬워서 모두가 금방 참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족구는 한국 군대의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그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족구의 전파 또한 한국이기에 가능했다. 족구의 전파자들은 제대 군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징병제를 택한 한국은 민간인이 군대의 문화를 다시 사회로 전달하는 독특한 나라다. 이런 특성은 족구가 사회 전체로 전파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군대에서 족구를 배운 그들은 아마도 “내가 재밌는 운동을 안다”며 다양한 모임에서 ‘족구 전도사’ 역할을 자연스레 맡았을 것이다. 그렇게 족구는 대학과 회사의 체육대회 단골 종목이 되었다. 이처럼 족구의 탄생과 보급의 배경에는 세계적으로도 특수한 조직인 한국 군대가 있었다.

사실 족구의 이미지는 ‘아저씨들의 공놀이’에 가깝다. 축구공이나 배구공으로 하면서, 축구와 배구처럼 동작이 멋지거나 이름난 프로선수가 있는 것도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국제 대회도 없어서 정식 스포츠라는 인식도 희미하다.

하지만 족구는 그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소홀히 여겨질 스포츠는 아니다. 한국이라는 특수한 토양에서 자라난 고유 스포츠다. 멋지지도 않고 국제적으로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호흡했다는 점에서 족구는 한국의 대표 스포츠가 될 가치가 있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저서,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아이웰콘텐츠)의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장주성의 운동화.jpg
 장주성 dragonraja10@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