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속의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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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의 공포영화
  • 류승우 기자
  • 승인 2015.10.1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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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편한,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현실 속의 공포영화

누군가에게는 편한, 누군가에게는 무서운

 

A씨는 평생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북한산 둘레길을 꼽는다. 그렇다고 그곳에서 매우 끔찍한 일을 겪은 것도, 목격한 것도 아니다. 북한산 둘레길을 떠올리기 싫은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곳에서 만났던 나비 떼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시에 나비와 관련해 불쾌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A씨의 나비에 대한 생각은 불쾌감에서 두려움으로까지 진화해 나비가 멀리 보이기만 해도 가던 길을 돌아갈 정도가 됐다. 또 나비라는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처진다. “친구들은 나비 공포가 어떤 것인지 모르면서 유난 떤다고 타박만 한다”고 말한다.

A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공포증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에도 공포증이 생길 수 있다. 현대사회는 공포증이 범람하는 시대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공포증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공포증은 예전부터 영화나 TV의 소재로 많이 쓰여 왔다. 어린 시절 아빠가 익사하는 것을 목격한 뒤로 평생 물 공포증을 앓는 주인공(짐 캐리분)이 등장하는 <트루먼 쇼>, 비행 공포증으로 유학길을 포기하는 <노다메 칸타빌레> 등이 그 예이다. 본지는 이러한 공포증이 왜 생기며, 공포증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보고, 전문가를 인터뷰해 치료법을 들어봤다.

 

공포증이란?

공포증이란 특정한 사물, 환경, 또는 상황에 대하여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소 공포증, 폐쇄 공포증은 그중에서도 ‘특정 공포증’에 속한다. 특정 공포증이란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하여 강력하고 지속적인 두려움을 갖고 이를 피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무서워하는 대상이나 상황을 최대한 피하려 하며, 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두려움이 유발된다. 공포 자극에 노출되면 예외 없이 즉각적인 불안 반응이 나타나며, 심하면 공황발작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상이나 상황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피할 수 있는 것이면 치료받지 않고 지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인구의 10~11%에서 평생 1회 이상 특정 공포증을 앓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약 4.8%라는 통계가 있다. 이러한 특정 공포증은 여성에게는 정신과 질환 중 가장 흔하게 발병하며 남성 역시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다.

특정 공포증이 생기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가 과거 경험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는 “어떤 사람이 무언가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면, 반드시 과거에 그 대상에 대한 공포를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정확하게 기억 못하기도 한다. 이때 느낀 어떤 대상에 대해 공포가 나중에 공포증으로 발전을 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포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특정 공포증은 크게 동물ㆍ곤충형, 자연ㆍ환경형, 혈액ㆍ주사ㆍ손상형, 상황형, 그 외 기타형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동물ㆍ곤충형은 말 그대로 파충류, 쥐, 벌레, 고양이, 개, 곤충 등에 대해 비정상적인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고, 자연ㆍ환경형은 폭풍, 높은 곳, 물, 깊은 바다와 같은 자연이나 주변 환경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혈액ㆍ주사ㆍ손상형은 피를 보거나 주사를 맞거나 상처를 입는 등의 신체적 상해나 고통을 두려워하는 것을 말하고, 상황형은 폐쇄된 공간, 터널,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 다리 등과 같은 공간에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동물ㆍ곤충형

파충류, 쥐, 벌레, 고양이, 개, 곤충 등에 대해 비정상적인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것을 동물ㆍ곤충형 공포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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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고양이를 보면 공포를 느낀다. 이들에게 느껴지는 공포는 즉각적인 것이다. 개나 고양이가 앞에 있지 않아도, 그것의 사진만 보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물지 않아요. 얌전해요”와 같은 말은 이들에겐 되려 폭력일 수 있다. 현실적인 위협을 상상해서 두려운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 형체 자체에서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새를 보고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조류 공포증은 새에 대해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20~30대 여성 사이에서 비둘기에 대한 공포증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평소 길 가다가 비둘기를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김지혜(일문 13) 학우는 “초등학생 때 날지 못하는 비둘기가 차에 깔려 죽은 것을 본 이후부터 비둘기에 대해서 공포를 느낀다”며, 그러나 이것을 치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자연ㆍ환경형

-고소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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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공포증은 남녀 구분 없이 현대인이 가장 많이 겪는 공포증 중 하나다. 고소 공포증은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과 공포를 극도로 느끼며, 어지러움이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구태회 학생(경영학과 12)은 “높은 곳에는 절대 올라가지 않고, 놀이공원에 있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놀이기구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인터넷에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영상이나 사진만 봐도 의자에 앉아있는 내가 당장 떨어질 것 같고 무섭다. 손에 땀이 찬다. 그러나 높은 곳을 올라가는 것을 피하면 되고, 지속적이지 않은 공포증이어서 따로 치료하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혈액ㆍ주사ㆍ손상형

-주사기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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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공포증은 주사 맞는 것을 유난히 두려워하는 것이다. 10명 중 1명이 주사기 공포증을 겪는다는 영국 국립의료원의 조사 결과가 있다. 인천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병찬(신소재학과 12)학생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리고 심장 박동수가 올라간다. 한 번은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려고 했는데 주사기를 보고 너무 무서워서 안하려고 했지만 꼭 해야 한다고 해서 결국 소파에 누워서 쿵쾅거리는 심장을 안고 피를 뽑았다. 따끔거리는 고통은 참을 만했지만 온몸의 혈관이 찌릿거리는 것은 힘들었다”고 말했다.

⚫상황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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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공포증

페소 공포증이라고도 하는 폐쇄 공포증은 좁은 공간을 두려워하는 공포증이다. 이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MRI 촬영 장비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도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종종 전신마취를 하고 촬영하기도 한다고 한다.

⚫기타형

-피에로 공포증

피에로.jpg

 

피에로 그림 또는 피에로로 분장한 사람들을 보면 공포를 느끼는 공포증이다. 이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피에로뿐만 아니라 피에로 비슷한 분장만 봐도 공포를 느낀다. 피에로 공포증은 주로 서양권 어린이들이 문화적 경험에 의해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환 공포증(군집 공포증)이 있는데, 이에 대해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는 “무늬나 특정 패턴에 대해서 공포를 느끼는 것은 공포증이 아니다. 단지 반복적인 패턴에서 느껴지는 인지적인 혼란스러움이 싫을 뿐이다. 사람들이 혐오적인 것과 공포증을 헷갈려서 그런 것 같다며 단순히 혐오하는 것과 공포증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포증 극복하기

본지 기자는 순천향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민 전문의와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Q. 주위에서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은 봤어도, 공포증을 치료했다는 사람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공포증은 치료를 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질까요?

A. 서양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경우 특정 공포증을 겪는 이들에 비해 전문 치료를 받는 이들은 극소수입니다.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둘기나 고양이 등 일상에서 마주질 확률이 높은 대상이라면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포 대상을 접하면 공황 발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받지 않고 수십 년 이상 방치해 사소한 두려움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공포로 키운 환자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조기 치료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Q. 그렇다면 현재 공포증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긴장을 이완시킨 상태에서 약한 공포 자극부터 시작하여 점차 강한 공포 자극에 노출시키는 ‘체계적 둔감법’과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공포 자극에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노출 치료’가 특정 공포증 치료에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약물은 특정 공포증 자체를 치료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일시적인 불안 완화에는 효과가 있습니다.

Q. 공포증은 어렸을 때 트라우마를 아예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공포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어려서부터 두려운 물건이나 상황을 피하지 않는 생활 자세가 중요합니다. 흔히 부모들의 훈계 방식인 반복적인 ‘겁주기‘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린아이가 그릇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교육해야 하고 자신도 두려워하는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객관적 관점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공포증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그걸 겪고 있는 사람은 말 못할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그 사람을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보듬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위에 비둘기 공포증, 고양이 공포증 등을 겪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놀리지 말고 하루정도 그의 조기경보기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류승우 기자 sw123gong@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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