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이번 호에 실린 학생 자치 기구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최근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학생회에서 학생회비를 무단으로 유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 떠올랐다. 학문과 지식을 탐구해 지성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설립되어진 대학교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계기도,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한 가지 이유다. 바로 ‘소통’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횡령 사실을 알고 학교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글을 쓰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공론화가 됐고, 결국 특별감사라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명지대학교 학생 자치 기구가 타 학교 학생회와 같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우리 학교 학생들의 다수가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돼있는 단과대운영위원회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지만, 중앙운영위원회나 등록금심의위원회, 학생복지위원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는 소수에 불과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얼마든지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타 학교의 경우와 우리 학교의 경우를 봤을 때 개선 방안은 명확하다. 서로를 향한 소통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서로 소통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점점 더 학생 자치 기구를 믿지 못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고,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로 들어간 학생 자치 기구의 탈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학생 자치 기구에 대해 취재한 이번 호나 학생회의 사물함 대여 비용을 다룬 저번 호 뿐 아니라 학교 대표 커뮤니티의 부재를 다룬 호 등 최근 명대 신문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 선정은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명대 신문의 지속적인 취재는 점점 좁아지는 취업문으로 인해 학생 자치 기구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학우들과 소통창구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자치 기구 양 쪽 모두에게 경각심을 품어줄 것이며 제 3의 소통창구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조계의 격언 중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자신도 모르는 상황에서 침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학교의 중심이자 주인인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다. 우리가 그 권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다면 지금의 경우보다 훨씬 크게 피해를 입고 난 후에야 깨달을 지도 모른다.
이종률(영문 11)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