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부린 마법, 최강희와 전북 현대
상태바
-진심이 부린 마법, 최강희와 전북 현대
  •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 승인 2015.10.11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심이 부린 마법, 최강희와 전북 현대

<장주성의 운동화>

 진심이 부린 마법, 최강희와 전북 현대

 학교 다닐 때 보면 이상하게 호감이 가는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은 이런 사람일 것이다. 주위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는 포용력 있는 사람. 꾸미지 않는 따뜻함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듯하다.

한국프로축구, 즉 K리그 클래식에서 ‘그 녀석’ 같은 팀을 찾자면 단연 전북 현대 모터스다. 이 팀은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 팬들은 물론 구단 스폰서까지 매료시킨 멋진 팀이 되었다. 최강희 감독 부임 후, 전북 현대의 서포터즈의 숫자는 대폭 증가했으며, 스폰서인 현대 자동차는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전북 현대의 매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진부하지만 그 비결은 진심에 있었다.

 

팬에 보내는 진심

 

최강희 감독은 약체였던 전북 현대를 탈바꿈했다. 부임 첫 해인 2005년 FA컵 우승, 그다음 해에는 무려 AFC 챔피언스 리그에 우승하였다. AFC 챔피언스 리그는 아시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프로팀을 모아 최고를 가리는 대회로 2006년에 전북 현대는 아시아 최강의 팀이 되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그러나 이런 기쁨도 잠시, 전북 현대와 최강희 감독에게는 시련이 찾아온다. 바로 다음 시즌부터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이제 막 도약하는 팀이라곤 하지만 팬들의 실망은 컸다. 낙담한 팬들은 시즌이 채 끝나기 전에 맹비난을 쏟아냈다.

최강희 감독은 이러한 비난에 ‘진정성 보여주기’전략으로 대처한다. 최강희 감독은 구단 게시판에 팬들에게 올리는 장문의 편지를 썼다. 편지에서 그는 현재의 성적 부진에 대한 사죄를 시작으로, 감독을 맡으면서 행복했던 일들을 회상하고 팀이 가진 가능성을 강조했다. 모든 비난은 감독인 자신이 달게 받겠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진심은 팬들에게 전해졌다. 팬들은 비난을 멈추고 전북 현대와 그를 조금 더 믿기로 했다. 최강희 감독의 편지글의 댓글에는 “이런 감독이 있어 행복하다.”, “감독님을 믿는다. 소신 있게 밀고 나가달라” 와 같은 응원이 넘쳐났다. 이러한 응원 덕분에 전북 현대는 2008년 후반기부터 맹추격을 할 수 있었다.

 

선수에 보내는 진심

 

2008년 상위권 입성 이후, 전북 현대의 기세는 더욱 올랐다. 선수들의 향상된 기량으로 이제는 모든 상대가 긴장하는 팀이 된 것이다. 마침내 2009년엔 팀 역사상 첫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2009년 K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쯤, 최강희 감독은 팬들 앞에서 특별한 세레모니를 선보였다. 그는 입었던 셔츠 단추를 풀어헤쳤다. 셔츠 안에는 전북의 초록색 유니폼이 있었다. 등에 마킹된 이름은 ‘김형범’이었다.

의외의 이름에 팬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김형범 선수가 누구인가? 2006년 최강희 감독 부임 다음 해에 직접 영입한 선수. 국가 대표급의 프리킥 실력이 주무기다. 첫해엔 활약하였으나 시즌 중반기에 부상. 2007년 개막전에 전치 6개월 부상. 2008년 좋은 움직임을 보였으나 시즌 막바지에 다시 부상. 그리고 2009년 부상 복귀 후 첫 경기에서 다시 부상...

최강희 감독은 자신이 직접 영입하고 지도한 선수를 잊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팀 역사상 가장 영광된 순간에 기억하고 싶은 선수로 꼽았다. 부상으로 인해 우승 순간에 그라운드에 없었던 김형범 선수는 감독에게 여전히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이 세레모니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준비했다고 한다. 더운 날씨에 유니폼을 양복에 받쳐 입으면서 느꼈을 불편함은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나중에 김형범 선수는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라운드에서 오늘 너도 같이 뛴 거다. 그라운드에 네 유니폼을 내가 입고 있었으니 너도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거다.”

 

드라마 같은 상황에 영화 같은 대사다.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과 선수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전북 현대를 미워할 사람이 있을까? 전북 현대의 매력의 비결은 감독이 선수와 팬들에게 보내는 진심에 있었다.

 

*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저서,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아이웰콘텐츠)의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장주성의 운동화.jpg

 

장주성 dragonraja10@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