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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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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 가는 이유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이유

 독불장군이 아닌 이상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옳고 그름이나 좋고 싫음이 명확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굽힐 때가 왕왕 있다. 이처럼 집단이 가하는 무언의 압력을 느껴 자발적으로 자신의 신념이나 행동을 포기하고 타인의 의견을 따르는 현상을 동조(conformity)라고 한다.

누다심.jpg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애쉬(Solomon Asch)는 7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원탁에 둘러앉게 한 후에 다음과 같은 그림을 보여주고, 왼쪽의 기준선이 오른쪽에 있는 세 개의 선 중 어느 것과 같은지 말해 보라고 했다. 당연히 맨 오른쪽(C)이다.

실험자는 왼쪽에 있는 사람부터 돌아가면서 답하라고 했다. 그런데 첫 번째 참가자는 그림을 뚫어지게 보더니, 약간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A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 옆의 참가자도 그랬다. 이런 식으로 7명 중 6명이 아주 진지한 자세와 표정으로 엉뚱한 답을 말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사실 이 6명은 연구자의 부탁을 받은 연기자들이었다.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실험에 임한 마지막 참가자는 다른 이들의 어이없는 반응에 처음에는 피식 웃기도, 놀라기도 했다. 자신이 답할 차례가 다가올수록 초조해하면서,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분명히 C가 맞는데 왜 다들 A라고 하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 참가자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만약 당신이 어떻게 대답했을까? 마음이 불편해도 소신(C)을 따르겠는가, 마음 편히 동조(A)하겠는가? 결과는 어땠을까? 애쉬는 수차례의 실험을 통해 대략 37%가 틀린 대답에 동조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끔찍한 범죄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는 “그저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친구들이 하기에 저도 그냥 한 거예요”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말은 어느 정도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심리학 실험을 근거로 무죄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든 다른 사람의 판단과 행동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도 같은 맥락이다. 옛날 중국에서 강남(양쯔 강 이남)을 가는 일은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임에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친구가 간다니까 따라간다면 현명한 판단은 아니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타인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혹은 좋고 싫은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면 자신의 신념을 고수해야 하지 않을까? 비록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은 받겠지만, 적어도 경찰 조사를 받거나 불필요하게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누다심 선생님 사진.jpg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www.nudas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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