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는 것은 잃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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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는 것은 잃는 것입니다
  • 최나현(국문 12) 학우
  • 승인 2015.10.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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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는 것은 잃는 것입니다

 

잊는 것은 잃는 것입니다

 

“ 신하의 옷을 입은 왕”, “김치를 먹고있는 고려인들”

태조 왕건이 신하의 옷을 입고 있고, 조선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김치를 고려인들이 먹고 있다. 누구나 듣기만 해도 “말도 안돼!”라고 할 법한 것들이 사실이 되어, 심지어 교과서로 사용될 위기에 있다. 바로 정부가 2017년부터 시행하겠다며 내놓은 ‘국정 교과서’에서 말이다. 위의 사례들은 실제로 이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의 일부이다. 이를 검토한 전문 교수들은 “오류가 너무 많아 책을 새로 찍어야 할 정도”라고 했다.

‘국정 교과서’는 교육부에서 발행하는 교과서를 뜻한다. 국정 교과서 사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현재 우리 나라의 한국사 교과서 종류가 다양해 가르치는 내용이 각자 달라 해석과 이해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이유로, 현재 8종의 교과서 중 선택하여 사용하는 체제를 없애고 단 1개 종의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주장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이것이 단순히 ‘정부에서 만든 책으로 똑같이 공부하니, 누구나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좋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일까?

연일 뉴스와 신문을 통해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학자와 교수들은 물론 학부모와 대학생들,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매일 수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와 교육부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다수이다. 우리 나라에서 역사 교과서가 국정이었던 적은 딱 한번, 박정희 정권 때 뿐이다. 당시의 국정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독재권력에 의한 획일적인 역사를 가르쳤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것을 배워야만 했다. 그 이후 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노력에 의해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 체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교과서의 더 큰 문제점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오류를 담고있는 것을 넘어 독립 운동가와 강제 징용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여 담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공개한 교과서의 일부에서 이 우려가 사실로 나타났고,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국정 역사서를 사용하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심지어 국정보다는 검인정, 검인정보다는 자유발행제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를 바라는 대한민국에서 검인정 역사 교과서로부터의 탈피가 아닌, 국정 역사 교과서로의 회귀를 주장하다니. 이야 말로 정말 모순이 아닌가?

역사를 정치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국정 교과서 사용은 단순히 역사 교육 학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우리가 만들어 나갈 대한민국의 문제이다. 우리, 잠시 눈을 감고 지난 역사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를 찬찬히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역사는 언제나 되풀이 되어왔다. 잘못된 역사는 잘못된 대로 또 다시 반복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잊는 것은 잃는 것임을 우리 학우들이 함께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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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현(국문 12) 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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