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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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상혁 기자
  • 승인 2015.10.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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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추석 일주일 전부터 떠들썩했다. TV며 신문이며 너나 할 것 없이 ‘명절에도 못 내려가는 청년들’ㆍ‘온 가족이 모였을 때 물어보지 말아야 할 것들’ㆍ‘청년들은 추석에 웃고 싶다’는 암울한 소식들을 전하고 있었다. 올해 들어 유독 이런 기사들이 많은 것일까. 아니다. 이제 점점 그런 기사들만 눈에 들어올 나이가 됐나 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명절을 굉장히 좋아했다. 연휴 전날이면 그 다음날 보게 될 사촌과 놀 생각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어른들에게 송편을 빚게 해달라고 졸랐고 그것이 안되면 전이라도 부치게 해달라고 졸랐다. 어른들이 요즘 무슨 공부하며 지내냐 물으시면 신이 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말했었다. 어떨 때는 명절 때마다 시골로 내려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 부모님께 시골을 만들어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모든 친척들이 서울에 살고 있어 ‘시골’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명절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명절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명절 연휴는 빨간 날 세 개가 이어져 있는 휴가일뿐이다. 더 이상 전을 부치겠다고 나서지 않으며, 사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도 취업이라는 주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올해는 그나마 만나던 사촌들도 취업 준비 때문에 본가에 오지 않아 만나지도 못 했다.

 

어른들의 대화 주제도 자녀의 연령에 맞게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변한다. ‘누구 집 아들이 어디에 취직했더라’,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더라’와 같은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어느새 나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요즘 뭐 하고 지내니’, ‘어떤 공부하니’, ‘하고 싶은 일은 정했니’ 정말 간단한 질문인데도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뉴스 기사들이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그 이후에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문제가 명절을 두렵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 명절의 추억들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점점 한숨으로 채워지는 것 같아 씁쓸했던 이번 추석이었다.

 

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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