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줍는 소년, 볼보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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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줍는 소년, 볼보이 이야기
  • 장주성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 저자
  • 승인 2015.10.04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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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줍는 소년, 볼보이 이야기

공 줍는 소년. 볼보이 이야기

 

볼보이? 프로 경기의 윤활유!

 

 

아마추어가 구기 운동을 하면 성가신 일이 많다. 서로 맞지 않는 일정, 부족한 공간, 열악한 장비 등... 이것들 못지않게 귀찮은 일은 ‘아웃된 볼 가져오기’이다. 저 멀리 ‘똥볼’을 차고 주우러갈 때의 민망함은 다들 한 번쯤 겪어보았을 것이다. 프로 스포츠에는 이런 문제가 없다. 거기엔 언제나 진행요원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 진행요원은 맡은 일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되는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요원은 일명 ‘볼보이’다. 볼보이의 중요 임무는 당연히 아웃된 볼 처리다. 그런데 이는 볼보이의 역할 중 일부일 뿐이다. 볼보이의 진가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잘 드러난다. 눈부신 스포트라이트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그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프로야구의 볼보이는 4명이다. 홈팀 덕아웃에 한 명, 원정팀 덕아웃에 한 명, 그리고 오른쪽과 왼쪽의 외야에 한 명씩 배치된다. 프로야구에서는 특별히 홈팀과 원정팀의 덕아웃에 배치된 볼보이를 배트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볼보이는 경기 시작 약 5시간 전부터 그들은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선수들을 돕는다. 타격 연습을 한 공을 모으거나 그물망도 옮겨야 한다.

 

경기 중에는 덕아웃과 외야의 지정된 위치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한다. 덕아웃에 배치된 볼보이, 즉 배트보이는 선수들이 친 배트를 정리하고 심판에게 공을 전달한다. 타자가 안타를 치면 1루로 뛰어가서 보호대도 받아와야 한다. 외야의 볼보이는 자신 쪽으로 날아오는 파울볼을 처리한다. 또한, 공격과 수비가 교대할 때 외야수와 캐치볼을 하기도 한다.

 

경기 후에는 사용한 공을 챙겨 창고에 보관한다. 경기 중에 사용되는 공은 많을 때는 100개 가까이 된다. 이 공들이 다 경기장 한켠에서 볼보이의 손을 거친다. 이렇듯 볼보이는 야구라는 톱니바퀴가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다.

 

어떤 구단의 사회 공헌

 

 

볼보이는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채용된다. 각 구단이 볼보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동원하는데, 얼마 전부터는 ‘배트걸’이 인기다. 상큼한 이미지의 배트걸은 ‘경기장의 꽃’ 치어리더 못지않게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는다. 몇몇 배트걸은 팬덤이 형성될 정도라 구단으로서도 만족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KIA 타이거즈는 학생야구 선수 중에서 볼보이를 뽑는다. 이런 방법은 학생선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연습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레 프로 선수들과 접촉한다. 연고지의 프로 선수를 가까이서 보고 말을 나눠 본 학생들은 그 경험을 어떻게 추억할까? KIA 팬이라면 선수들과 캐치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광주의 학생 선수들을 부러워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프로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동작, 작전, 분위기 등은 학생선수에게는 좋은 자극이 된다. 가까운 미래에는 볼보이였던 학생선수가 KIA에 정식으로 입단하는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또한, KIA는 지역 사회에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다. 볼보이 채용 제도를 통해 인근 학교들과 협력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TV 중계에 반 친구, 혹은 옆집 학생이 등장한다면 그 볼보이를 아는 사람들은 잠시나마 반가운 미소를 짓게 되지 않을까. 볼보이 덕분에 광주 시민은 작은 재미를 얻고 KIA는 더욱 사랑받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KIA의 볼보이 채용은 일종의 사회 공헌이다. 구단의 사회 공헌이라 하면 흔히 거창한 자선 경기를 떠올린다. ‘소아암 환자를 위한 00 친선전’과 같은 형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KIA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덕분에 볼보이는 구단과 학생, 나아가 지역 사회 전체에 좋은 결과를 안겨주었다.

 

사실, 볼보이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는 않다. “볼보이나 해라”라는 말은 실력도 없으면서 방해 말라는 의미의 모욕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평가가 부당하다는 데에 공감할 것이다. 그들은 경기의 윤활유가 되어서 매순간 경기가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도와준다. 그런가하면 어떤 구단에게는 사회 공헌 활동의 매개체다. 비록 경기장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들이 지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저서, “98%를 위한 스포츠 칼럼, 원모어스푼”(아이웰콘텐츠)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사진(장주성).jpg

장주성 dragonraja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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