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인정 인턴제의 명암
상태바
학점인정 인턴제의 명암
  • 류승우 기자
  • 승인 2015.10.04 1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학점인정 인턴제

학점인정 인턴제의 명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학점인정 인턴제

 

 

올해 초,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이 이른바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두 달간 하루 8시간씩 일을 한 학생들에게 달랑 10만 원짜리 상품권만을 지급했기 때문이었다. 이 학생들은 홈플러스가 서울의 몇몇 대학과 협약을 통해 시행하는 ‘학점인정 인턴제’에 지원한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은 현장에서의 일을 배우고 싶었지만 정작 시키는 일은 매장에서 할인행사 전단지를 붙이는 일이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할 만한 간단한 것들이다 말했다. 사실상 아르바이트와 다름없지만, 임금은 최저기준에 현저히 못 미치는 금액을 받았다. 자기소개서에 쓸 스펙 ‘한 줄’이 아쉬운 취업 준비생들의 절박함을 대기업이 이용했다. 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학점인정 인턴제, 본지는 그 명암을 파헤쳐 봤다.

 

 

취업대비와 학점 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학점인정 인턴제도

 

학점인정 인턴제는 대학생들의 취업 대비와 함께 학점을 같이 관리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다. 현재 학점인정 인턴제는 대학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 주요 대학을 포함한 많은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다. 보통 학기 중 진행하는 현장학습 프로그램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씩 4개월 동안 진행된다. 우리대학에서는 자체적으로 ‘현장학습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학점인정 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체결하여 우리대학 학생들이 해당 기업에서 일정 기간 동안 기업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말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 시행하는 학점인정 인턴제에 참여한 한 학우는 “현장실습 기업 리스트에 졸업 후 지원하려 했던 기업이 있어서 지원했다. 현장실습의 경우는 아무래도 학교 내에서만 경쟁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일반적인 인턴 채용보다는 합격 확률이 높은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업무를 진행하며 직원분들로부터 직무와 관련된 것을 많이 배웠다. 이 부분이 현장실습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점인정 인턴제는 취업 대비와 함께 학점 관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 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한 취업알선 업체가 국내 기업 인사담당들을 대상으로 ‘입사에 영향을 미치는 취업 스펙’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3%가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경력’을 꼽았다.

 

 

 

미완의 학점인정 인턴제

 

학생들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취지는 상당히 좋은 학점인정 인턴제, 하지만 일각에선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들이 직장체험을 내세워 노동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청년유니온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학의 현장실습이 사실상 아르바이트 업무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악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텔ㆍ리조트ㆍ외식 업체 등의 사업장에서 객실 관리, 서비스, 조리, 주방 업무 등 의 단순노동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장실습생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40.25시간이었으며, 이들의 월 실습비는 평균 351,993원이었다. 최저시급에 현저히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일한 것이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학기 중 진행하는 현장학습 프로그램은 학교에 등록금을 내야만 일정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서울 B여대의 경우 학점인정 인턴제를 하면 18학점 중 12학점만을 인정해주는데 등록금은 왜 전액을 내야 하느냐며 총학생회 측과 학교 측이 대립한 사례가 있다. 이에 대해 B여대 관계자는 “학점을 인정해주니까 등록금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학교의 학점인정 인턴제(현장학습 프로그램)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우리학교는 인문캠・자연캠으로 구분해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5학년도 2학기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인문캠의 경우 한국일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을 포함해 24개사와 협약을 맺었고, 자연캠의 경우는 넷마블게임즈와 일양약품등 13개사와 협약을 맺었다. 프로그램의 종류도 다양하다. 학기 중 시행하는 현장학습 프로그램 외에 여름 방학 때 운영하는 하계 단기 프로그램, 겨울 방학 때 운영하는 동계 단기 프로그램이 있다. 본지가 우리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현장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우들을 인터뷰 한 결과, 대부분의 학우들은 직무와 관련된 교육이나 조언을 실무자들에게 직접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다. 학점인정 인턴제에 참가했던 자연캠 학우는 “아무리 인턴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무급에 가까운 돈을 받으니 힘이 빠진 건 사실이다”라며 “그나마 학교 장학금을 기대했는데 그마저도 총 1회 지급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인문캠 경력개발팀 왕옥희 팀원은 “기업 지원금은 노동에 따른 임금이 아니다. 기업에서 프로그램 참가 학생에게 교통비나 식비를 지원해주는 개념이라면서 현장실습은 배움에 의미를 두고 있다. 적은 돈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 본인이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낮은 지원금으로 이어진 교육과 노동의 모호한 경계

 

학점인정 인턴제의 취지가 학교, 기업, 학생 모두에게 좋은 제도임은 확실하다. 학교는 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도와주고 학생은 직업체험을 하면서 학점도 인정받고, 기업은 미래에 그 분야에 입사할 학생들을 미리 교육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제도에 허점이 있고, 학생, 기업, 학교는 학점인정 인턴제를 각각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학생들은 ‘인턴’의 신분이라고는 해도 아예 노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은 기업 지원금이 불만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단지 ‘교육생’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업무 노하우나 기술들을 가르쳐 주는 것만 해도 충분히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므로 적은 돈을 지급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교는 학점인정 인턴제가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기업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기원 청년유니온 대학생 팀장은 “학점인정 인턴제에 참가하는 학생을 교육생으로도 볼 수 있고, 근로자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근로자와 교육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이 어떤 입장으로 인턴을 수용했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기업이 인턴을 교육생으로 보고 뽑았는지, 근로자로 보고 뽑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교원 노무사는 “최저임금법의 적용 대상은 근로자이며, 근로자라 함은 임금을 목적으로 기업과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면서 “학점인정 인턴제에서의 인턴은 학점 취득 내지 실무역량 강화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자인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으로 판단하지 않고 실제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 근로자로 볼 수도 있다. 만약 학점인정 인턴제에 참여한 학생이 단순노동, 사무보조 등과 같은 일만 했다면 학점인정 인턴제의 취지인 실무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의 사항을 불이행 한 것에 기인하여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에서 ‘인턴’이라는 용어가 법의 지위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보더라도 정규직과 계약직만 존재한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즉, 인턴은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취업률을 중요시하는 대학과, 이를 이용해서 갑의 지위를 얻은 기업의 사이에 학생들이 놓여있는 것이다. 대학들과 협약을 체결해서 학점인정 인턴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학생들에게 적은 돈을 지급하더라도 참여 학생이 근로자 신분이 아니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점은 고쳐지지 않고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청년유니온은 “실질적으로 상시적 업무를 대체하여 일을 제공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여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 법률 상의 보호를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김 노무사는 “학점인정 인턴제도는 학생에게 학점 이수와 더불어 직무를 파악하고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제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만약 단순한 일을 시키는 등의 제도 취지와 어긋나는 기업들의 횡포가 있다면 이에 대한 위약금 조항, 학생 조기 복귀 조항 등을 학교측에서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문캠 경력개발팀 왕옥희 팀원은 “우리학교는 현장학습 프로그램이 종료될 때 참가했던 모든 학생들에게 소감문을 받아서 프로그램에 부적합한 기업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만약 부적합한 기업이라고 판단되면 다음부터는 그 기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학점인정 인턴제, 제 역할을 하려면?

 

학점인정 인턴제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관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자,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5월 ‘인턴 활용 가이드라인’을 올 하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턴’과 ‘근로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인턴에 대한 부당 처우 기준을 확립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마저도 가이드라인에 그칠 뿐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인턴에 대한 법이 제정되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업에서 진행하는 인턴십 프로그램보다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교내 학점인정 인턴제에 대한 규정이 나오려면 그만큼 더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기업과 학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청년유니온 이 팀장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은 미래에 그 분야에 입사할 인재들이다. 그러니 기업들도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현장실습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에서도 기업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주었으면 하는지 명확한 입장이 있으면 좋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학점인정 인턴제에 대해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개선 방안으로는 무급 인턴 등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해서 기업들의 악용 사례를 줄이거나,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 강화, 학점인정 인턴 참여 기업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있을 수 있다. 인턴이 ‘금턴’이라고까지 불리는 요즘, 학점인정 인턴제는 더욱 많은 학생들에게 인턴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에 숨겨진 문제점들이 이런 이점들에게 가려져있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학점인정 인턴제가 발전해 나가는 데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류승우 기자 sw123gong@mj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