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코너의 존재 이유
대형마트의 시식코너는 왜 있을까? 단지 음식을 홍보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고객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일까? 만약 이런 이유라면 시식코너에는 직원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편하게 음식을 맛보고 선택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시식코너의 직원의 임무는 무엇일까? 한 사람당 3개 이상 못 먹도록 감시하는 사람일까?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한 사람당 3개씩만 드세요. 더 드시면 혼나요!”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한번 맛보세요. 부담 없이 맛보세요.”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간 쉰 목소리와 피곤한 얼굴로 부탁하듯 말한다.
이 때 시식코너 앞을 지나가는 일부 고객은 직원의 부탁 아닌 부탁을 들어주고자 시식코너로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초록 이쑤시개를 들어 잘게 썰어 놓은 음식을 집는다. 너무 작아서 씹기도 민망한 음식을 대충 삼키고는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맛있죠? 이거 하나 구입해 보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와 동시에 상품 하나가 쑥 다가온다. 시식코너를 벗어나 정신을 차리고 보면 카트에는 그 상품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이처럼 시식을 한 후에 직원이 내미는 손길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사실 여기에는 놀라운 심리적 원리가 숨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프리드만(J. L. Freedman)과 프레이저(S. C. Fraser)는 보통 가정집으로 사람들을 보냈다. 그러면서 안전운전 캠페인을 위해 마당에 커다란 광고판을 세울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도록 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지만 개인 가정집에 그런 부탁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20% 정도만 허락해 주었다. 그러나 2주 전 안전운전 캠페인에 동참해달라는 서명을 받은 후 창문이나 차량에 작은 스티커를 붙여달라는 작은 부탁에 흔쾌히 응했던 사람들은 50% 이상이나 광고판 설치를 허락해 주었다.
20%와 50%의 차이는 왜 생겨났을까? 바로 작은 부탁 때문이었다. 이처럼 처음부터 큰 부탁을 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이 들어줄 만한 작은 부탁을 하고 이후에 큰 부탁을 해 상대방의 동의를 쉽게 얻어내는 심리적 전략을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in-the-door)라고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 한쪽 발만이라도 들여놓을 수 있으면 조금씩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이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물건을 잘 파는 사람들은 손님에게 처음부터 비싼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대신 상대가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부탁을 먼저 한다. 그리고 그 다음 조금 더 큰 부탁을 한다. 이렇게 조금씩 상대의 마음을 얻어서 결국 비싼 물건도 파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작은 부탁부터 시작해 큰 부탁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처음으로 마음 단속을 잘 해야 한다.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 www.nudas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