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을 땐 몰랐었지? 신용이 떨어지는 것을
상태바
긁을 땐 몰랐었지? 신용이 떨어지는 것을
  • 서상혁 기자
  • 승인 2015.09.12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용 관리, 사회 초년부터 시작하자

긁을 땐 몰랐었지? 신용이 떨어지는 것을

 

신용 관리, 사회 초년부터 시작하자

 

 

 

흔히들 현대사회를 신용사회라고 부른다. 신용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신용으로 집을 사며, 신용으로 직업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활동이 많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신용은 좀처럼 살갑게 다가오지 않는 개념이다. 이에 본지는 신용의 개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전문가를 인터뷰해 신용 관리의 중요성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신용 하락 요인과 신용을 관리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불이익을 알아봤다.

 

 

 

현대사회의 필수요소, 신용

 

사전적 의미의 신용은 ‘상대방이 일정 기간 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고 인정함으로써 돈이나 물건, 또는 지불을 연기하여 주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무엇인가 잘 와 닿지 않는다.

 

신용信用, 말 그대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어떻게 사용한다는 것일까? 돈을 예로 들어보자. 친한 친구가 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친한 친구면 서슴지 않고 빌려준다. 하지만 안면도 없는 낯선 사람 A가 갑자기 나타나서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열에 아홉은 ‘내가 뭘 믿고 돈을 빌려줘’라며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친한 친구는 그동안 쌓였던 믿음을 사용해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이고, A는 나와 쌓아놓은 믿음이 없기 때문에 돈을 빌리지 못한 것이다.

한편, 나에게 돈을 빌리지 못한 A는 돈을 빌리기 위해 은행을 찾는다. A와 은행 역시 서로 평소에 말 한마디 섞지 않은 사이다. 나에겐 믿음을 사용하지 못한 A. 하지만 은행을 상대로는 믿음을 사용해 돈을 빌리는 데에 성공한다. 대체 은행은 A의 무엇을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일까? 평소 알던 사람들끼리는 그동안의 행동을 근거로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할 수 있으나, 처음 보는 사람은 그 근거가 없다. 그 근거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여 등급을 매긴 것이 신용등급이다. 은행은 A와 말 한마디 섞지 않았지만, 그의 신용등급을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이다.

 

신용등급은 신용평가회사에 의해 매겨지게 된다. 신용평가회사는 개인의 금융거래 및 상거래에 따른 신용거래 실적을 기반으로 분석, 향후 1년 내 신용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수치화(1~1000점)해 1~10사이에서 개인의 신용등급을 매긴다.

 

이렇게 매겨진 신용등급으로 우리는 믿음, 즉 신용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용이 사용되는 곳은 굉장히 많다. 현대사회의 필수품인 신용카드 발급에서부터 은행 대출은 물론, 휴대폰 개통ㆍ부동산 거래ㆍ창업 등 거의 모든 금융거래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결혼정보 회사에서도 개인의 신용등급을 활용한다고 하니, 이쯤 되면 현대사회를 신용사회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신용등급은 경제활동에 대한 성적표”

 

우리 사회 곳곳에 신용이 쓰이고 있지만, 경제활동이 많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신용은 아직 ‘어른’들의 영역인 듯하다. 최기원(화공 09) 학우(이하 최 학우)는 “평소 신용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라며 “신용 관리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 그런 상황은 아니어서 특별히 신용 관리를 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경희대학교에 재학 중인 조용준(경제학과 11) 학생(이하 조 학생) 또한 “평소 신용에 대한 중요성은 많이 들었으나 아직 실질적으로 체감한 것이 없어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라며 두 학생 모두 신용생활을 하고 있지 않아 따로 신용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직 대학생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신용, 하지만 전문가는 이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개인신용평가회사 NICE평가정보(주)의 김신숙 CB기획본부 팀장(이하 김 팀장)은 “신용이 좋은 사람은 쉽고 싼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신용이 나빠 돈을 갚을 능력이 의심스러운 사람은 돈을 빌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빌린다 하더라도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한다”라며 “이렇듯 신용을 잘 알고 관리하면 꼭 필요한 순간에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자산이 되지만, 소홀히 관리하면 금융거래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용등급에 대해 “개인 경제활동에 대한 성적표”라고 정의한 김 팀장은 “신용등급이 낮으면, 고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연체가 발생하게 되고 악순환이 이어지는데,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경제활동이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사회 초년생인 대학생 때부터 신용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김 팀장은 “기업에서 면접 볼 때 신용 보고서를 요청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그 중 일부 회사는 개인 동의하에 인사 취업 목적으로 신용평가사를 통해 면접자의 신용을 조회하기도 한다”며 신용은 취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말했다.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는 주된 요인은 연체다. 연체 유형은 단기연체와 장기연체로 나뉜다. 단기연체는 10만 원 이상의 금액을 납부기한 바로 다음날(연체 발생일)로부터 휴일을 제외한 5영업일 이상 연체했을 때를 말한다. 이 경우엔 연체정보가 신용평가사에 약 3년 동안 보존된다. 금액이 50만 원 이상, 연체일 이 30일 이상일 경우 장기연체로 분류돼, 연체정보가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인 전국은행연합회로 등록돼 5년 동안 보존된다. 이 장기연체자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용유의자다. 연체정보가 등록되면 신용평가 회사는 연체자를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고 판단해 그 사람의 신용점수를 깎는다. 김 팀장은 “‘적은 금액이니 조금 연체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며 “납부기한을 놓치면 단기 연체자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체로 인해 신용등급이 떨어져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가 되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가장 큰 제약은 신용카드 발급과 은행 대출이 제한된다. 이는 신용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치명적이다.

 

한편, 한번 떨어진 신용점수는 다시 회복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연체금액을 상환해도 등급이 바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한번 연체하게 되면 신용평가 회사는 연체정보 보존 기간 동안 연체자의 경제활동을 유심히 지켜본다. 이 보존 기간이 지나야 그제야 서서히 점수가 회복된다. 물론 연체금을 모두 상환했을 경우다. 앞서 말했듯 신용은 믿음을 사용하는 것이다. 연체로 그동안 쌓였던 믿음을 잃었으니, 다시 믿음을 회복하는데 오래 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신용 하락 요인들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신용을 통한 금융거래를 안해도 신용점수가 하락할 수 있다. 바로 후불제 요금 연체다. 후불제 상품들은 신용을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연체를 하게 되면 신용카드 연체와 똑같이 연체정보가 등록된다. 다음은 대학생이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있는 후불제 상품들이다.

 

첫째로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다.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란 기존 체크카드 기능에 잔액이 없어도 최대 30만 원까지 결제할 수 있는 신용기능을 부여한 카드다. 출시 당시 체크카드와 동일한 발급 조건에 신용카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소액이라 하더라도 신용결제인 만큼 통장 잔액이 부족하면 바로 연체가 발생해 연체정보가 남게 된다. 연체이자율 또한 최대 29%로 신용카드와 동일하다.

 

두 번째로 후불제 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할 때마다 충전해야 하는 선불식 교통카드와 달리, 매달 말에 교통 요금이 합산 청구되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후불제이기 때문에 연체되면 신용카드와 동일한 기준에 맞추어 연체정보가 남는다.

 

세 번째로 핸드폰 요금이다. 20대의 휴대폰 요금 연체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9일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에 따르면 통신요금을 연체하거나 미납하고 있는 사람이 400만 명 안팎에 달하고, 밀린 요금도 평균 40만 원씩 1조 8522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전 연령대 중 20대의 평균 연체액은 53만 6000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휴대폰을 할부로 구매한 후 납부할 수 있는 여력이 안되거나, 다른 통신사로 이동해 휴대폰을 바꾸는 과정에서 할부금 납부를 잊는 등 기기 할부금액이 연체되면 연체정보가 등록된다. 통신요금 역시 3개월 이상, 10만 원 이상 연체될 경우 통신사에서 신용평가사로 연체정보를 등록한다.

 

후불제 교통카드 대금을 연체해 본 적이 있다는 최 학우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후불제 교통카드 연체도 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라며 “카드회사나 은행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문자로라도 통보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조 학생 역시 “일정 기간 연체 시 신용점수를 깎는 것 자체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이를 잘 모를듯하다. 카드회사에서 연체를 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불이익이 따르는지 꼭 알려주었으면 한다”라고 최 학우와 같은 의견을 냈다.

 

 

 

신용관리, 예방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이미 떨어져 버린 신용점수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 팀장은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수동적 해결법이다. 단기연체정보는 상환을 하더라도 신용평가회사에서 3년간 활용한다. 만약 6등급에서 단기 연체를 한 달 가량 했다면, 신용등급은 8등급으로 떨어지게 된다. 8등급에서 6개월 단위로 최대 3년간 그 사람의 신용을 관찰한다. 3년 동안 연체하지 않고 신용생활을 성실하게 한다면 점점 점수가 올라가게 되는데, 그저 시간을 갖고 기다릴 수밖에 없어서 수동적 해결법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능동적 해결법이다. 주요 카드를 정해 꾸준히 거래실적을 쌓는 것인데, 신용정보회사는 주요 신용 및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일정 금액 이상을 연체 없이 꾸준히 사용한 실적 정보를 신용평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반영하고 있다. 대출받은 금액을 연체 없이 꾸준히 갚아나가는 것도 능동적 해결법에 속한다. 대출이 여러 건 있는 경우에는 고금리 대출부터 갚아나가는 것이 좋다. 수동적 해결법과는 반대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므로 능동적 해결법이라 부른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기 전에 하락 요인을 미리 파악하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신용 관리 방법을 묻자 김 팀장은 주저 없이 “연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본인들의 신용 정보에 대해 잘 모른다. 본인의 신용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신용평가 회사 사이트에 접속해 신용 정보를 조회해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신용 정보를 조회하기만 해도 신용등급이 떨어진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실제로 과거에 사기 방지를 위해 단기간에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관련해 조회정보가 3건 이상 발생하면 신용상에 불이익을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2011년 10월 이후에 발생한 조회정보부터 신용 상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으로 금융감독원 개인신용평가 모범규준에 명시되어 있다. 또한 본인이 원해서 신용 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따라서 안심하고 조회해도 된다.

 

 

서상혁 기자 dekstar@mj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