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는 것의 소중함, ‘어둠속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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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의 소중함, ‘어둠속의 대화’
  • 박지민 기자
  • 승인 2015.06.08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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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체험해본 어둠 속 세상 취재기

본다는 것의 소중함, ‘어둠속의 대화’

기자가 직접 체험해본 어둠 속 세상 취재기

 

‘어둠속의 대화’는 모든 빛이 차단된 완전한 어두운 환경 속에 꾸며진 테마들로 이루어진 참여형 전시다. 관람객들은 길을 안내하는 일명 ‘로드마스터’와 함께 100분간 시각 이외의 다른 모든 감각으로 체험하게 된다. 어둠속의 대화는 본래 신촌에서 전시를 진행하였으나, 지난해 서울시 종로구 북촌으로 옮겨 진행 중이다. 1회 당 최소 1명에서 8명 단위로 관람 가능하며, 오로지 지팡이와 로드마스터, 그리고 옆의 파트너의 목소리에만 의존해 체험이 진행된다. 단순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선 어둠속의 대화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뜻깊은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이에 본지 기자는 직접 어둠속의 대화에 참여해, 테마별로 취재기를 담아봤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시관은 입구에서부터 사방이 온통 검은색으로 도배되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어두웠다. 다소 오싹할 수도 있었지만 전시관을 간간이 비춰주는 은은한 조명과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두려움은 곧 전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표를 받은 뒤 관람객들은 30분 동안의 대기 시간을 갖는다. 시간이 되자 안내 직원이 관람객들에게 소지한 모든 핸드폰과, 빛을 낼만한 물건을 준비된 사물함에다가 보관해달라고 했다. 모든 소지품을 맡긴 후에, 안내 직원이 시각장애우들이 쓰는 지팡이의 사용법, 그리고 어둠에 적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처음에 어두운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두려움 자체였다. 본지 기자는 ‘어두워봤자 얼마나 어둡겠어, 금방 적응되겠지’라고 속으로 생각했으나, 전혀 아니었다. 어둠속에 뻗은 손가락에 닿는 폭신한 벽의 감촉만을 의지한 채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만 하는 두려움은 상당했다. 말 그대로 칠흑같은 암흑 속에서 앞뒤 사람에게 껴버린 채 밀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맑은 목소리의 한 남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제 목소리 들리세요?” 바로 로드마스터였다. 어딘가 모르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안심이 된 본지 기자는 점차 어둠에 적응해 갔다. 로드마스터는 관람객들에게 하나 둘씩 짝을 지어 따라오라고 안내했다. 오직 지팡이와 옆에 마주잡은 파트너에게만 의지하는 어둠속 세상은 아직 낯설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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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 가희동 1-29에 위치한 어둠속의 대화 건물이다.

오감을 사용하여 나아가라!

로드마스터와의 조우 후, 그는 또 다른 곳으로 무리를 이끌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본지 기자의 다리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흔들다리에 이른 것이다. 나의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흔들다리가 흔들거리는지 분간할 수 없는 채로 다리를 건너자, 지팡이 끝에 무언가 닿았다. 의자였다. 로드마스터가 의자에 앉으라고 사람들에게 말하자 모두가 의심스러운 마음으로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앉아있다 보니 어디선가 편안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꽤나 상쾌했다. 로드마스터는 사람들에게 여기가 어디인지 맞추어 보라고 퀴즈를 냈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공원이요”, “놀이공원이요”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려오는지도 모르는 목소리에 이따금 깜짝깜짝 놀라긴 했지만 곧이어 본지 기자도 장소 맞추기에 동참했다.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뒤, 로드마스터의 지시 아래 다시 이동했다. 그는 선두에 있던 본지 기자와 파트너에게 손을 내민 뒤 우리의 손을 가져다 어떤 벽에 대주었다.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자신 있게 나아가다 매끈하고 커다란 물체와 부딪쳤다. 어리둥절도 잠시, 본지 기자는 그 물체를 만지기 시작했고, 나머지 다른 관람객들도 물체를 더듬어 만지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한 굵은 목소리의 남자가 “이거 자동차 아닌가요?”라고 말하자, 로드마스터는 놀란 목소리로 어떻게 알았냐며 크게 웃었다.

또 발걸음을 옮기자 이번에는 로드마스터가 각자의 손에 물건 하나씩을 쥐여주며, 무슨 물건인지 맞춰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지 기자가 받은 물건은 바스락 소리가 나며 길쭉했다. 냄새를 맡자 어디서 맡아본 비린내가 진동했다. 비닐에 쌓인 것 같은 물건을 가만히 더듬어 보자 단번에 “오징어요!”라고 외쳤다. 옆에서도 다른 이들이 차례로 “콩 주머니요!” “쌀이요!”라고 너도나도 외쳐댔다. 전시장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밝아지고 있었다.

어둠2.jpg 

△사진은 ‘어둠속의 대화’의 공식 포스터이다.

 

보이지 않아야 볼 수 있는 것

이어서 도착한 곳은 딱딱한 바닥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배 갑판에서나 있을 법한 ‘탕탕’거리는 소리는 조금 무섭게도 느껴졌다. 예상대로 로드마스터가 손을 내밀어 뛰어내린 곳은 배였다. 배에 오른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로드마스터가 출발 신호를 내리자 배가 출발했다. 항해를 시작한 후 10분 쯤 지났을까. 어딘가에 다다른 관람객들은 다시 로드마스터의 손길에 의지해 배에서 내렸다. 로드마스터가 자주 가는 곳이라며 무리들을 안내해 다다른 곳은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어느 카페였다.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의 카페였다. 로드마스터는 관람객들을 테이블로 안내했고, 그 곳에서 또 다른 로드마스터와 조우했다. 밝은 목소리를 가진 여자 로드마스터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것을 부탁했다. 그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손을 가만히 만지다가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음료를 내밀었다. 관람객들은 각자 자신이 건네받은 음료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본지 기자가 마신 음료는 과일 맛이 나면서 톡 쏘는 맛이 강했다. 도대체 무슨 맛인지 한 번에 감이 오지 않았다. 몇 모금을 목으로 더 넘긴 뒤에 로드마스터가 관람객들에게 각자 무슨 음료를 마셨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관람객들이 저마다 “사이다요” “써니텐이요”라고 외쳐대기 시작했다. 본지 기자도 웃으면서 “환타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가 사람들이 마신 음료수들의 정체를 쭉 말해주기 시작했다. 본지 기자가 마신 것은 다름 아닌 “레몬에이드”였다. 맛을 결정짓는 것이 단순히 미각이 아니라 시각도 한 몫 한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어 로드마스터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체험 소감을 물어보았다. 저마다 사람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이 곳에서 보게 되었다”라던가 “옆의 파트너가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라는 소감들을 늘어놓으며 체험은 마무리 됐다. 본지 기자 역시 100분이라는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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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어둠 속에 들어가기 전, 사전준비를 하는 방이다.(출처:goham20)

마음의 눈으로 보는 세상

100분 동안의 시각장애우 체험 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일반적인 우리에게는 ‘첫인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각장애우들에게는 ‘첫 내음’ ‘첫 촉감’ 등만이 존재할 뿐이며, 그것은 언제든지 필요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세상을 시각의 잣대로 들이대지 않으며 어둠 속에서 빛을 찾고,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어둠속의 대화’는 정말 귀한 경험이자 체험이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가면 정말 좋은 전시로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또한 이 전시의 상상도 못 할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Tip.어둠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

평소 알던 밤의 어둠이 아니다! 어둠에 적응하고 100분 동안 칠흑같은 암흑 속에서 살아남을 몇 가지 팁을 준비했다.

 

1. 어둠 속에서는 눈이 계속 빛을 찾으며 적응하려고 노력하므로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눈을 감고 체험하기!

2. 사전에 받은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잘 활용하기

3. 파트너의 손을 의지하며 다니기

4. 시각을 포기한다! 촉각, 후각, 미각을 사용하여 움직이기


필자: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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