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를 꿈꾸며 부르는 눈물의 노래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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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를 꿈꾸며 부르는 눈물의 노래 - 영화
  •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 승인 2015.06.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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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를 꿈꾸며 부르는 눈물의 노래 - 영화

조화를 꿈꾸며 부르는 눈물의 노래 - 영화 <하모니>

“하모니 눈물파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 파크에는 편안한 자세에서 눈물을 흘리실 수 있는 잔잔한 풀을 비롯해 안구의 수분을 빠르게 내보내 주는 높은 고도의 슬라이드,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에 짜릿함을 더할 대형 버킷 등 여러분의 감정 표출을 돕는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습니다. 입장객께서는 두 시간 동안 몸을 맡기고 즐기시면 됩니다. 가시는 길에 눈이 뻑뻑한 건 저희 서비스가 제공하는 여운 중 하나입니다.”

합창단을 조직하는 여성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하모니>는 위와 같은 소개를 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도소에서 낳은 아이를 행형법상 입양 보낼 수밖에 없는 홍정혜(김윤진 분)의 사정부터 측은함을 들게 한다. 영화의 말미, 우연히 아이와 마주하게 되지만 자기가 엄마라는 말도 못하고 그냥 보내는 것으로 또 한 번 마음을 쓰라리게 만든다. 교도소에 온 다른 인물들의 사연, 합창단이 콩쿠르에 초대됐을 때 발생하는 사건 등 영화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시퀀스들을 준비했다는 듯이 차례차례 펼쳐 낸다. 그 옛날 최루성 신파극과 다름없다.

너무나도 뚜렷한 목적과 그에 따른 설계가 무거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가운데 영화는 합창단이라는 장치를 앞세워 한편에서 즐거움을 발굴한다. 음악에 이렇다 할 재능이 없는 평범한 수감자들이 파트 배정을 받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신이 선두에서 가볍게 웃음보를 건드린다. 이어 이문세의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으로 교도소장과 다른 재소자들 앞에서 합창단 중간 점검을 하는 장면이나 단원들이 자우림의 ‘일탈’을 부르며 기운이 빠진 정혜를 위로하는 광경도 묵직한 공기를 잠시 거둔다. 합창단과 이들의 노래는 이야기의 채도와 온기를 올린다.

영화는 엔딩 크레디트가 나오는 마지막까지 관객의 눈물샘을 쥐어짠다. 비극적 진행을 위한 맞춤 설정 때문에 공허함이 커지지만 이 단점은 음악이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 소녀시대 등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영국 포크송 ‘오, 대니 보이Danny Boy’, 노르웨이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Edvard Grieg가 1874년에 지은 ‘솔베이지의 노래Solveig's Song’ 같은 고전은 자연스럽게 애틋함을 전달한다. 두 노래의 주제 모두 임에 대한 기다림으로, 등장인물의 안타까운 처지와 맞물려 그들의 심경을 대변한다.

합창단이 연습 때 부르는 ‘Eres tú’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그룹 모세다데스Mocedades의 원곡으로서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쌍투스가 ‘그대 있는 곳까지’라는 제목으로 번안한 ‘Eres tú’ 역시 그리움을 표하는 노래다. 수인囚人이라고 하면 으레 안 좋은 인식이 깔리지만 그들도 범죄자이기 이전에 똑같은 사람이다. 외로움을 느끼고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일련의 노래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자유롭게 보지 못하는 탓에 마음속으로 그려야 하는 수감자들의 애통함을 은유한다.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겠다는 집념이 고집스럽게 나타나 감흥은 바닥이다. 하지만 이 지나친 억척스러움은 영화에 삽입된 노래들과 절제미를 갖춘 연주곡에 의해 완화된다. 제목처럼 하모니를 이루는 셈이다. 사랑하는 존재, 혹은 세상과 조화되기를 바라는 등장인물들의 심정도 음악을 통해 잘 표현되고 있다. 하모니가 합창에만 불가결하지 않음을 음악이 이야기해 준다.

 

한동윤.jpg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ㆍ블로그 soulounge.egloos.com


 

하모니.jpg   

△영화 <하모니>-감독 강대규ㆍ2010년 개봉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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