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 대한 우주과학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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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대한 우주과학적 이해
  •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 승인 2015.06.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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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 대한 우주과학적 이해

‘끝’에 대한 우주과학적 이해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학기의 끝을 맞는 지금, ‘끝’ 자체를 우주과학적으로 알아보면 어떨까. 먼저 우주에 끝이 있을까. 흥미롭게도 우주에는 진정한 끝이 없다는 이론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끝은 있지만, 마치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우주가 새로 다시 시작되기에 진짜 끝은 아니라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대폭발로 처음 태어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후 우주가 급격히 커지는데, 커지는 속도는 점점 느려지다가 다시 빨라진다(가속팽창). 지금 우리 우주가 바로 이런 가속팽창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가속팽창하던 우주가, 어느 순간 다시 대폭발 시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우주가 시간에 따라 여러 개가 반복된다는 뜻에서 주기적 다중우주라고 불리기도 하고, 순환적 우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이론은 최신 이론물리학 중 하나인 ‘끈 이론’과 관련이 많다. 우주가 높은 차원의 끈으로 이뤄져 있다는 끈이론에서는, 우리가 볼 수 있는 4차원(3차원 공간과 시간) 우주가 ‘브레인’이라는 다차원 공간에 속한다고 본다. 그런데 주기적 또는 순환적 우주론에 따르면 이 브레인이 마치 손바닥으로 박수를 반복해 치듯 주기적으로 접근해 충돌했다 다시 반발해 튕기기를 반복한다. 우주가 충돌하면 빅뱅이 일어나고, 멀어지면서 팽창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서로 가까워져 충돌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꽤 유명한 천체 이론물리학자가 주장해서 유명세를 탔지만, 문제가 있다. 검증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아직 빅뱅도 제대로 모른다. 빅뱅이 앞으로 또 올 것인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개강 시점이 까마득한데 종강 뒤에 다음 학기가 시작될지 어떨지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할까(물론 현실의 우리는 다음 학기가 올 것임을 알고는 있다).

 

우주가 나이를 먹다 나중에는 격렬히 해체된다는 폭력적인 이론도 있다. 빅립 이론이라고 하는데, 이 이론을 알려면 먼저 우주의 물질 비율을 알아야 한다. 우주에서 우리가 아는 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은 은근히 적어서 5%를 넘지 않는다. 약 25%는 암흑물질이라고 하는 인류가 만난 적 없는 물질이 차지하며, 나머지 70% 정도는 암흑에너지라고 하는 이상한 힘이 차지한다. 그런데 이 힘의 비율에 따라 우주의 끝이 아주 달라진다. 암흑물질은 강력한 중력원이다. 뭐든 끌어당긴다. 반대로 암흑에너지는 모든 것을 밀어내는 척력원이다. 만약 암흑물질이 더 힘을 발휘한다면, 우주는 팽창하다 말고 다시 서로 잡아당기며 수축할 것이다. 별과 별, 은하와 은하가 서로 만나 한 데 뭉친다. 우주는 다시 빅뱅처럼 에너지가 들끓는 상태로 돌아가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반대로 암흑에너지가 더 힘을 발휘하면, 우주는 별끼리 또는 은하끼리 점점 멀어지다가 결국 매우 희박한 상태가 돼 차갑게 식어 최후를 맞을 것이다.

 

빅립 이론은 암흑에너지가 힘을 발휘하는 이론의 끝장판이다. 부드러운 봄바람은 옷깃을 가볍게 밀지만, 태풍은 지붕을 찢고 나무를 부러뜨린다. 마찬가지로 암흑에너지가 지나치게 강하면 우주는 갈갈이 찢겨 버린다. 별과 행성이 갈라지고 행성이 부서지며, 물질 입자 하나하나도 분해된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혼동으로 돌아가며 끝나는 것이다. 우주의 끝은 다 무섭지만, 빅립 이론은 그 중에서도 오싹하다. 물론 이런 끝이 오려면 아직 200억 년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 말이다.

 

학기가 끝난다. 독자의 학기가(성적표든 연애든 뭐든) 혼동과 함께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 물론 대학 시절은 약간의 혼란과 방황, 머뭇거림이 허용되는 시기니 다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한 마디만 덧붙이자. 끝은 그 어떤 존재에도, 심지어 우주에도 있는 법이다. 하물며 우주도 끝난 뒤에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힘을 내도 좋지 않을까. 우리가 고작 학기의 끝 정도로 주춤할 이유는 없으니까.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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