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조삼모사 식 ‘대학구조개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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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조삼모사 식 ‘대학구조개혁 평가’
  • 채대현 수습기자
  • 승인 2015.06.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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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운명의 6월’을 들여다보다

교육부의 조삼모사 식 ‘대학구조개혁 평가’

대학가의 ‘운명의 6월’을 들여다보다

 

대학구조개혁평가 1단계 평가결과가 6월초 중으로 나올 것으로 알려지면서 평가대상인 대학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정성평가 강화를 통해 기존의 정량평가로 이뤄졌던 대학 평가의 문제점을 개선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학 평가 자체가 전체 대학을 획일적 기준으로 평가해 등급화하고, 하위 등급 대학의 정원을 대폭 감축하거나 퇴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상 기존 대학 평가에 따른 구조조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이에 본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바라보고 대학구조개혁 평가가 대학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으며 앞으로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방식 바뀌어도 학생 불이익 그대로

교육부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구조개혁평가를 실시해 하위 15% 대학을 정부 재정지원 대학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으로, 최하위권 대학은 경영부실 대학으로 걸러냈다. 교육계에선 “사립대학의 정원감축을 강제할 수 없는 교육부가 학생들의 등록금과 관련된 ‘돈줄’을 틀어쥐고 간접적으로 정원감축을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새 구조개혁평가에는 진로상담, 취업·창업지원과 같은 정성평가 지표가 추가됐다. 지금까지 대학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정량평가로 인해 지방·군소대학들이 불리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일부 보완한 것이다.

평가지표도 기존 36개에서 17개로 간소화됐다. 도서관 장서수, 식당·보건시설 등 학사관리에 대한 과도한 침해논란을 빚은 지표들은 삭제됐다. A~E등급 5단계 등급제에서 하위 D·E등급은 기존처럼 정부 재정지원과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 제한을 받는다. 특히 A등급을 제외한 전체 대학의 정원감축을 강제할 길도 열어뒀다. 지난해 4월 당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발의한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일명 김희정법)의 국회 통과를 전제한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란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김희정법’이 통과되면 강제 정원감축이 가능해 교육부 권한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들어간 청주대학교의 모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부는 구조개혁을 대학에 맡기기보다 직접 좌지우지하고 싶어하고 대학들은 지역민심이나 정치논리에 기대 자발적 개혁을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김희정법’의 포함 된 내용 중 사학비리의 퇴출경로를 열어주는 등 공공성을 침해하는 내용에 대해 갑론을박 중이어서 법안 통과는 불투명하다. 법 통과 전까진 교육부가 정원감축을 강제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당분간 재정지원을 내세워 우회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발표 예정인 새 구조개혁평가가 발표되더라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되는 국가장학금·학자금대출 제한과 같은 제재가 여전히 가해지는 점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과거의 구조개혁평가와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로 변화하는 대학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오는 2023년,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16만여 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덧붙여 오는 2017년까지 4만 명의 입학정원을 줄인다는 전제 하에 전국 모든 대학을 5단계 등급으로 나누고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모든 대학의 입학정원을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감축 할 계획을 밝혔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이번 6월에 발표되는 1단계 평가를 통해 ‘그룹1’과 ‘그룹2’로 구분하고 A부터 E등급까지 5등급으로 구분하고 각 등급에 따라 정원감축 등이 추진돼 대학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육부의 계획에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러한 변화에 대해 우리대학 서은지(아동 14) 학우는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입학정원을 강제로 줄이고 학과 통폐합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학구조개혁 평가 역시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교육기관이라는 목적을 가진 대학이 강제적으로 기업과 같은 구조조정형태의 모습으로 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평가”라고 말했다.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최영화(유아교육학과 15) 학생도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들어 사범대나 예체능 계열과 같은 취업률이 저조한 학과를 축소시키려는 속셈으로 생각 된다”며 “학령인구 감소가 진정한 이유라면 학과 구조조정을 일부 학과가 아닌 모든 학과에 대해 공평하게 감축이 이뤄져야만 할 것”이라 답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 최근호 회장(이하 최 회장)은 대학정원을 늘려왔던 과거와 대학정원 감소라는 현재의 상반된 모습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이 잘못됐음을 말하는 증거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 회장은 “1995년도에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만들어지면서 대학 설립기준이 완화됐고, 이로 인해 사립대학의 수가 증가했다”며 “대학정원도 마음대로 늘리고, 등록금자율화 정책을 펼치면서도 시장원리를 내세우며 ‘내버려두면 알아서 대학 경쟁력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와서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경쟁력 증진을 이유로 들어 대학에 부담을 주는 형태는 적절치 못하다며 시장원리주의를 통한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본지가 인터뷰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구조개혁 평가로 인한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불가피한 일”이라며 어느 정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대학 장동환(국통 12) 학우는 “학생 수에 비해 대학이 많기 때문에 대학구조개혁으로 인한 학과별 인원 감축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의 방식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주었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송유경(심리학과 15) 학생은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인문학과 같은 과목들을 축소하거나 통·폐합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스럽다”고 답했다. 또한 대학구조개혁 평가 항목으로 성적제도 변경이나 졸업유예제를 폐지하는 등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되기보다는 정부 평가에 발맞추어 변화하는 대학에 대해 항공대학교 김근영(경영학과 08) 학생은 “학교는 학생이 주인임을 알아야만 한다며,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학생들의 의견에 대해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평가는 가능하면 정량적으로 숫자로 점수를 매기는 것보다 질적 평가를 중심으로 할 생각이다”라며 “대학을 줄 세워서 끊는 평가가 아니라 대학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학생을 뽑고, 교육을 시키고, 유용한 학문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노력을 하는지, 보다 근본적인 교육의 본질을 평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바꿔 대학이 갖춰야 할 교육의 기본적인 여건 등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이며 대학구조개혁에 대해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취업 중심의 정부의 대학평가, 기초학문의 위기 초래해

본지가 학생들과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관해 인터뷰 한 결과, 평가항목이 지극히 기초학문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등장했다. 우리대학 강다혜(정외 13) 학우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위해 대학에서는 사학과나 철학과 같은 인문계열 학과를 우선적으로 통폐합을 실시하는데, 이러한 순수학문이 흔들리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유세화(비교민속학 13) 학생도 “순수학문이 고려되지 않는 것은 학문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는 의견을 냈다.

대학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따지기 때문에 순수학문이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라져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들은 어차피 정원을 줄여야 한다면 취업에 불리한 인문학 전공 위주로 칼을 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한다. 경쟁력이 없다고 일컬어지는 기초학문. 이에 대해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조은경 교수는 “아직까지도 취업률, 전임교원확보율 등과 같은 정량적 지표를 사용하여 평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평가는 객관적인 잣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는 인문학에 있어서 위축되게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대학가에 부는 칼바람은 너무나 거세다. 지난 28일, 대구대학교는 2016년부터 물리학과, 독어독문과 등 순수학문을 가르치는 과를 폐과하고 국어국문학·국제한국어교육과와 생명과학과·의생명화학과를 통합했다. 또한 지난달 17일 통과한 2016년 건국대 학사개편에 따르면 73개학과 중 10개 학과를 통폐합하고, 2개 학과는 폐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학과 통폐합을 위해 특성이 다른 영화학과는 영상학과와, 텍스타일디자인학과는 공예학과와 합쳐져 해당 학과 학생들은 ‘학과 죽이기’라고 저항하며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에도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중복 전공과 취업률 문제로 통합시킨 사례도 찾을 수 있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바람직한 방향과 우리가 가야할 길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노중기 교수(이하 노 교수)는 “대학 교육의 구성원은 공공성을 확대·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사회에 교육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제대로 된 대학 구조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정에 상당수를 투여하고, 관할하는 부분에서 책임의 문제를 다 갖는 형태인 ‘정부책임형 공공대학’으로 재편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백 회장은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모두 균형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인문, 사회, 철학, 자연과 같은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을 연관시켜 학생들에게 교육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대해 순천향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5단계의 등급을 매길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고 각 대학의 특성에 맞는 기준을 세워 유연한 평가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미쁨(사회학과14) 학생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되 해당 대학에 속한 구성원들의 소속공간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도록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주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떠한 의견보다 뜻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 교수는 “화두가 되고 있는 반값등록금처럼 학생들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된다”며 “교육이 잘 이뤄지기 위해 그 뜻을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경기가 어렵고 청년 실업문제로 힘들겠지만 대학생들이 개인적인 취업에만 집중하지 말고 자신이 포함한 집단에 대해 참여의식이 필요하다”는 대학생들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말했다.

대학은 오래전부터 진리를 탐구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의 근간으로 자리매김 해 왔다. 하지만 이런 대학을 평가하는 지표는 눈에 보이는 숫자 높이기만을 강조하는 실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은 근본적으로 대학의 발전을 돕는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도록 개선되어야 대학이 건강하게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채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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