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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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끝을 찾아서
  •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 승인 2015.05.2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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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끝을 찾아서

<생활의 발견>

 

태양계의 끝을 찾아서

 

우주의 끝이나 블랙홀, 성간공간(인터스텔라), 심지어 우주 밖 우주라고 할 평행우주를 거론하는 천문학의 시대. 하지만 우리 인류가 진정 아는 우주는 사실 굉장히 좁다. 아직 인류는 고향인 태양계의 진정한 모습조차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태양계의 경계는 어디이며 어떤 모습일까.

먼저 올해 하나의 경계가 밝혀질 예정이다. 바로 태양계 행성의 끝이다. 2006년 1월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뉴호라이즌’ 호라는 이름의 우주 탐사선을 발사했다. 이 우주선은 9년 반의 여행 끝에 올해 7월 왜행성 명왕성과 위성 카론 부근에 도착할 예정이다.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 행성인 해왕성 부근을 벗어난 탐사선은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 바깥 천체를 탐사하는 탐사선은 뉴호라이즌 호가 처음이다.

명왕성은 흥미로운 천체다. 원래 뉴호라이즌 호가 발사될 때만 해도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었다. 하지만 그 해 8월, 국제천문연맹(IAU)은 명왕성에서 행성 자격을 빼앗았다. 행성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명왕성의 행성 자격 박탈에는 후문이 많은데, 유일하게 미국 학자가 발견한 행성이라 유럽 천문학계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명왕성의 조건이 정말 행성이라기엔 애매한 것도 있지만 말이다. 다른 왜행성에 비해 크지도 않고(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왜행성이 더 바깥 궤도에 존재한다), 더 무겁지도 않다.

명왕성이 있는 궤도는 ‘카이퍼벨트’라고 부른다. 얼음과 탄화수소, 암모니아 등으로 된 태양계 외곽 소천체, 즉 ‘카이퍼벨트 천체’가 있고, 혜성 상당수가 이곳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은 태양계의 첫 번째 외곽 경계다. 지름 100km가 넘는 소천체만 7만 개가 넘을 정도로 소천체가 가득하지만, 상상하는 것처럼 가득하지는 않다. 우주는 워낙 성기기 때문에 공간에서 소천체를 만나기란 극히 힘들다. 우주는 가장 밀도가 높은 곳에서도 거의 진공이다.

하지만 태양계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태양이 내뿜는 물질이 퍼져나가는 공간이 있다. 비유하자면 태양의 입김이 닿는 공간이다. 방에서 선풍기 바람이 미치는 공간이라고 비유할 수도 있겠다. 이곳까지를 태양계의 경계로 보는 학자도 있다. 이 경우 태양 물질이 미치는 범위 바깥이 소위 ‘성간공간’이 된다. 영화 제목으로 친숙한 인터스텔라는 원래 이 공간을 일컫는 말이다. 말 그대로 별과 별 사이로, 이곳에 접어들면 태양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만약 탐사선이 간다면 각종 수치가 태양계 안쪽과 달라지는 순간이 온다. 실제로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2012년 처음으로 이 공간에 들어섰는데, 태양풍(태양이 내뿜는 물질이 압력처럼 느껴져 붙은 이름이다) 수치가 급격히 줄어들고, 반대로 외부 은하에서 오는 우주방사선의 양은 늘어나는 측정 결과를 보였다. 이곳은 명백히 태양의 바깥이다.

하지만 이조차 태양계의 진정한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 태양이 멀리 영향을 미치는 힘은 또 있다. 중력이다. 중력에 이끌려서, 아주 멀리서 태양 주위를 도는 천체가 존재한다. 아직 어떤 탐사선도 가본 적이 없고, 너무나 소천체라 지상의 관측장비로도 볼 수 없는 이들은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약 1000배에서 10만 배까지 흩어져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주기가 아주 긴 혜성의 고향이라고 여겨지는 이곳에는 ‘오르트의 구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보이저1호가 앞으로 3만 년은 더 여행해야 이곳에 도달한다.

오르트의 구름 바깥은 태양과 관련한 소천체조차 없는 진정한 의미의 성간공간이다. 보이저 1호가 그 공간을 넘어 다시 1만 년을 가면, 이젠 태양보다는 이웃 항성과 더 가까워진다. 이쯤 되면 이제 태양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태양을 영영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력의 영향은 아주 미약하지만, 우주 곳곳에 미치고 있다. 태양의 흔적은, 우주의 끝까지 아주 미세하지만 분명히 미치고 있다. 그저 다른 중력에 가려질 뿐이다. 태양계의 끝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주의 끝일 지도 모른다.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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