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얼굴에 숨은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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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얼굴에 숨은 비밀은
  • 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 승인 2015.05.1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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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얼굴에 숨은 비밀은

매력적인 얼굴에 숨은 비밀은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같은 품종의 개라도 자신의 개가 다른 개와 다르게 생겼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보낸 자신의 개를 제외하면, 아주 열심히 쳐다봐야 생김새의 차이를 겨우 알뿐이다. 반면 사람의 얼굴은 어린 아기조차 쉽게 구분한다. 사람은 얼굴 생김새를 쉽게 구분할 수 있게 진화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얼굴 생김새 차이는 왜 생겼을까.

먼저 말해 둬야 할 게 있다. 사람이 생김새를 구분하는 기준은 몹시 모호하다. 그 누구도 코가 두 개 있거나 눈이 세로로 달렸는 지로 얼굴 차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눈은 두 개 가로로 나란히 나 있고, 코는 세로로 길게 나 있다. 그런데 미세하게 눈의 크기나 모양, 위치 등이 다르다. 얼굴 형태도, 코의 모양이나 길이도 다르다. 오로지 이런 작은 질적 차이로 얼굴 생김이 구분되는 것이다.

얼굴 생김이 실용적인 이유로 달라졌다는 의견이 있다. 예를 들어 광대뼈의 경우, 그 사람의 ‘맷집’을 증명하기에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유타대 의대의 데이비드 캐리어 교수는 인류의 광대뼈가 싸움을 할 때 상대의 ‘주먹질’에 잘 버티기 위해 발달했다는 연구 결과를 2014년 6월 ‘생물학 리뷰’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덴마크에서 싸움을 하다 다쳐서 응급실을 찾은 환자 1156명이 어디에 상처를 입었는지 확인했다. 당연히 얼굴 앞쪽을 다친 경우가 거의 70%에 달했다. 문제는 그 부위인데, 주먹질을 했을 때 딱 닿을 광대뼈 부위 언저리였다. 얼굴은 뼈가 얇고 복잡해 주먹질에 견디기 취약하다. 그런데 유독 충격에 잘 견딜 수 있는 구조가 있는데, 그게 바로 광대뼈와 턱 뼈라는 것이다. 얼굴 생김은 생존과 연관된다.

얼굴의 아름다움(혹은 매력) 역시 진화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이른바 성선택 이론이다. 이 주장은 진화심리학자들이 선봉장이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데이비드 버스 교수는 저서 ‘진화심리학’에서 매력적인 여성의 얼굴 특징으로 두툼한 입술과 깨끗하고 부드러운 피부, 맑은 눈, 윤기 있는 머리카락을 꼽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건인데, 버스 교수는 여기에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티 없이 맑은 피부는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았고 상처 없이 잘 낫는 건강한 체질을 나타낸다는 식이다. 머리카락 역시 길고 윤기가 흐를수록 젊고 건강한 여성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입술이 두툼하고 얼굴이 대칭적인 것도 젊고 건강한 여성을 알리는 신호다. 누구도 주름이 지고 눈가나 입가 피부가 늘어진 비대칭적 얼굴을 젊음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진화적 시각은 어떤 생명체가 자손을 많이 남기는 것이 성공적인 생명체의 조건이라고 본다. 진화심리학에 따른다면, 이렇게 젊고 건강한 얼굴 특성을 지닌 여성은 자손을 남기기에 유리하며, 따라서 남성이 선호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 또는 매력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성선택은 당연히 남성에게도 작동하는데, 흔히 생각하는 ‘잘생긴 얼굴’ 즉 눈두덩이 크고 광대뼈가 나왔으며 좌우가 대칭적인 얼굴이 그 특성에 속한다. 이 역시 젊고 신체 건강한(생식력이 높은) 사람의 신호다.

여기까지 보면 얼굴은 대단히 중요한 번식적 기능을 지닌 기관이다. 하지만 비판도 있다. 진화적으로 매력적인 얼굴이 선택됐다면 왜 모든 사람의 얼굴이 똑같지 않을까. 왜 매력적인 얼굴에 대한 선호도가 시대별로 변했을까. 어쩌면 우리의 얼굴은, 진짜 비밀을 꽁꽁 숨긴 채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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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 과학동아 편집장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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