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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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불러주세요
  • 서상혁 기자
  • 승인 2015.05.17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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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데이 현장 취재를 통해 알아본 아르바이트 당면 과제들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불러주세요

알바데이 현장 취재를 통해 알아본 아르바이트 당면 과제들

 

매년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메이데이’라고도 불리는 노동절은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각국의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로,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의 쟁취와 유혈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항하여 투쟁한 미국 노동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생겨났다.

대한민국에는 메이데이와 더불어 ‘알바데이’가 있다. 알바데이란 아르바이트 시민 단체인 ‘알바 연대’에서 아르바이트도 정식 노동이라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자 개최한 행사로 올해 3회째를 맞았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정당한 근로자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1일 진행된 알바데이 행사를 취재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전문가를 인터뷰해 아르바이트 문제에 대한 해결 방향을 알아봤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맥도날드를 규탄한다”

지난 1일 오전 11시, ‘최저임금 1만 원’이라 적힌 피켓을 든 시민들이 서울 보신각 앞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구교원 알바연대 위원장(이하 구 위원장)의 모두 발언을 시작으로 알바데이 행사는 시작했다. 행사는 최저임금 1만 원과 유명 패스트푸드사인 맥도날드에 대한 규탄을 주제로 진행됐다. 구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맥도날드는 최단 시간 내에 버거를 생산하고 더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그 시스템 안에는 생각하는 인간이 아닌 동작 빠른 기계가 필요할 뿐”라고 말했다. 그는 “맥도날드는 법으로 정한 최저 수준만 준수하고 있고, “최저임금을 받고 학비는 낼 수 있는지, 집세는 감당할 수 있는지 등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삶과 미래엔 전혀 관심이 없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구 위원장의 모두발언이 끝난 후 여타 시민단체의 자유 발언과 특별 공연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맥도날드의 시스템을 규탄하는 내용이 걸린 현수막을 들고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매장이 밀집한 종로 거리 일대를 행진하는 것으로 알바데이 행사는 마무리됐다. 퍼레이드 도중 구 위원장을 비롯한 알바연대 관계자 7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도 벌어졌다.

사실, 맥도날드 말고도 법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법으로 정한 최저 수준만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알바연대에서는 왜 맥도날드를 짚었을까? 바로 맥도날드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사회학자 조지 리처가 처음 언급한 ‘McDonaldization’은 ‘미국화’의 또 다른 말로 사용되고 있다. 리처는 본인의 저서에서 ‘McDonaldization’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는데, 획일적인 미국식 문화의 표본인 맥도날드는 지나친 효율성과 합리성을 앞세워 인간 자체를 비인간화 시킨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알바연대 하윤정 팀원(이하 하 팀원)은 “작년 맥도날드에서 근무하던 조합원이 당한 부당 해고를 계기로 맥도날드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안에서 임금체불과 같은 부당대우가 많았다”며 “세계적인 기업인 맥도날드에서도 이런 부당대우가 만연한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여건을 바꾸려면 아르바이트의 상징과도 같은 맥도날드부터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맥도날드를 선정한 배경을 밝혔다.

부당대우 개선, 근로계약서 작성이 그 시작

한편, 이날 진행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자유발언 코너에서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체불, 야간수당 미지급, 강제 조퇴를 뜻하는 ‘꺾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당했던 부당 대우에 관한 증언이 이어졌다.

현재 우리나라 아르바이트 부당 고용 실태는 심각하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에서는 온라인 아르바이트 상담사례 512건을 분석한 ‘부당고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89.9%는 부당 고용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형으로는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80.6%로 가장 많았고 △주휴․초과 수당 미지급(42.4%) △최저임금 미준수(39.2%) △임금삭감(27.6%) △임금체불(19%)이 뒤를 이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시행하는 수습제도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수습기간에는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시급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 제5조에 의하면 수습기간에는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하기 위해선 반드시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체결해야만 한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청년 노무 분야 서포터인 김완재 노무사(이하 김 노무사)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수습기간 동안 4대 보험 미가입이나 휴식시간 미준수, 최저시급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노동법 위반이며,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라며 “정부 당국에서 일일이 점검을 나가 관리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여기서 근로계약서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근로계약서란 고용주와 피고용자 사이에 임금, 근무시간, 업무의 종류, 휴일 등이 명시된 문서로 근로기준법 17조에 의거해 양쪽에 한 장씩 나눠 가져야 한다. 근로계약서는 고용주의 임금 체불과 같은 부당 행위에 대한 근거로 제시할 수 있으며, 산업재해 발생 시 입증 자료로도 제출할 수 있다. 또한 피고용자에게 현저하게 불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조항은 무효 처리해, 다시 작성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수습기간 또한 근로계약서를 써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즉, 근로계약서는 고용주의 부당대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기본 권리이며, 최고의 방패다.

하지만 알바연대에서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201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82.6%가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계약서가 없는 것은 고용주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피고용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하 팀원은 “근로계약서를 왜 작성해야 하는지 모르는 고용주들이 있다”며 “아르바이트 면접 시 본인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근로계약서를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근로계약서로도 해결할 수 없는 현행법의 맹점도 있다.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상당수가 편의점과 같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데, 이런 경우 근로기준법의 주요 내용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시간제한이 없고, 연장수당, 야간수당이 발생하지 않으며 연차휴가 또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김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위한 법이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규제”라며 “사업장의 노동자 수에 따라 또는 업종에 따라 근로기준법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에 반한다”고 현행법의 모순됨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규정을 삭제하거나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현행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땅콩회항’, ‘백화점 주차장 갑질모녀’ 사건 등 현재 대한민국은 감정노동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배우가 연기를 하듯 타인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노동을 말한다. 청년들이 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 패스트푸드 음식점, 레스토랑, 카페 또한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사업장이다. 이들 기업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고객에게 보다 더 친절한 서비스를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며,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감정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조하며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문법에도 맞지 않는 표현들도 생겨났다.

지난해 청년유니온에서 아르바이트 청년 225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하면서 기분과 상관없이 항상 웃거나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답변이 85.4%, ‘일하면서 본인 뜻대로 고객 응대를 계속할지 결정할 수 없다’는 답변이 64.4%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한 번 이상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 및 신체적ㆍ언어적ㆍ성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답변이 73.3%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10명 중 7명꼴로 고객의 부당한 행동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감정노동의 가장 큰 문제는 보호 장치가 없는 점이다. 임금체불이나 주휴수당 미지급과 같은 사항은 근로기준법에 저촉돼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감정노동은 법적인 보호장치가 전무하다. 김 노무사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슬로건 아래에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아르바이트에게 고객의 폭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감정노동으로 생긴 정신질환에 대해 산업재해 인정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노동 법제화에 대한 전망은 어둡지만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한명숙 의원이 지난해 5월 감정노동자 보호 법안을 발의한 바 있고, 고용노동부는 오는 8월까지 감정노동 법제화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저시급 1만원, 현실성 있는 이야기일까?

2015년 대한민국 최저 시급은 5,580원이다. 알바데이 현장에서 만난 김연우 씨는 “지금 임금으로는 원활한 생활이 불가능”며 “지금 받고 있는 임금으로 방세와 같은 생활비를 부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알바연대를 비롯한 노동계는 계속해서 최저시급 1만 원을 외치고 있다. 이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하 팀원은 “처음 알바연대에서 1만 원을 주장한 것은 시급 자체가 너무 적기 때문에 소득을 늘려야겠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다”라며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최저임금에선 하위권인 반면, 노동시간에서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그는 “최저 임금 1만 원 기준으로 34세 미만 단신 근로자가 주 5일 8시간 근무했을 때, 받는 금액은 200만 원 정도인데, 현재 물가를 고려했을 때 많은 액수는 아니다”며 최저임금 1만원도 부족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김 노무사 또한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하는 노동계의 주장에 찬성한다”라며 “최저임금은 가족과 함께 최소한의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발표한 2013년 기준 미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가 월 1,506,179원,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발표한 2014년 1인 가구 가계지출이 월 1,664,787원이다. 1인 가구 한 달 지출금액이 160만 원 가량인데, 한 가족이 한 달을 생활하는데 있어 200만 원은 결코 과도한 금액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입장만 생각해 무작정 최저임금을 올릴 수는 없다.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고 나섰을 때, 자영업자들의 거센 비난을 들었다는 하 팀원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주가 갑이지만, 고용주에게 있어서 본사는 엄청난 갑이다”며 “본사에 이익을 떼주고, 아르바이트 임금을 지급하고 나면 아르바이트 노동자보다도 남는 것이 없다”고 자영업자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했다.

하 팀원이 말한 것과 같이 최저시급 인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편의점, 카페와 같은 소규모 영세 사업장이다. 대표적인 소규모 영세 사업체인 편의점의 경우, 수익을 본사 35%, 가맹점 65%로 나눠가지는데 점주는 수익금 65% 안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인건비, 건물 임대료, 각종 세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지난 2013년 중소기업청에서 16개 시·도 소상공인 사업체 10,490개를 대상으로 진행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영업 이익은 187만 원에 불과했으며, 100만 원 미만인 경우도 17.8%에 달했다. 앞서 언급한 1인 가구 한 달 지출액과 맞먹는 액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규모 영세 사업자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회적 인식 개선, 올바른 표기부터 시작해야

부당대우 개선, 최저임금 인상, 감정노동 법제화 등 앞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는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결되어야 할 사항은 아르바이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다. 알바데이 현장에서 만난 한 청년은 “보통 아르바이트하면 생계유지를 위한 노동이 아닌 용돈벌이를 하는 학생이 하는 부차적인 노동이라고 인식한다”며 시민들의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 매체도 이러한 인식 형성에 한몫했다. 각종 보도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SPAN lang=EN-US style="FONT-FAMILY: 바탕; LETTER-SPACING: 0pt; mso-font-w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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