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 특식이냐, 명진당 치즈돈까스냐
그것이 문제로다
서상혁 단편시집 ‘시 짓는데 2시간 걸렸어요’ 中에서...
결정장애
누구나 한번쯤 무언가를 고를때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결정장애’를 겪은 경험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한때 지독한 결정장애를 겪었다. 지금이야 그냥 그날 내키는대로 고르다보니 상당 부분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신발 한 켤레나 옷 한 벌을 살려면 거의 두어시간동안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고민했고, 점심메뉴 하나 고르는 것도 꽤나 시간을 들여 결정했다. 한 친구가 ‘오늘은 이거 먹자!’ 할때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냉큼 따라갔다. 심지어 다음날 어떤 옷을 입을지 침대에 누워 생각하다, 밤잠을 설쳤던 경험도 있었다. 그때까지 필자는 ‘결정장애’란 말을 그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놀리려고 만든 말로만 생각했었다.
사실 결정장애는 ‘햄릿증후군’이라는 일종의 증후군이다. 셰익스피어의 5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유명한 대사에서 따온 말로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빗대어 만든 말이다. 극중 햄릿은 ‘복수’라는 목표를 잃고 결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돼 오늘날 우유부단한 인물의 전형으로 꼽힌다. 햄릿증후군은 현대인에게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원인을 ‘정보의 과잉’이라고 말한다. 쏟아지는 정보들과 선택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느 하나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변하거나 점점 타인의 결정에 의존하게 된다.
정식 정신질환은 아니지만,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넘길정도의 내용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준점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햄릿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장점은 무엇이든 잘 수용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받아들였던 수많은 정보의 기준을 잡아 잘 정리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상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