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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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 중독
  • 서상혁
  • 승인 2015.04.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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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혀를 배신하다

미각 중독

당신의 혀를 배신하다

 

한번 열면 멈출 수 없을걸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L 모 감자칩의 광고 문구다. 뉴욕타임즈 기자 ‘마이클 모스’의 저서 <배신의 식탁>에서는 감자칩이 마약과 같다고 지적한다. 감자칩 표면을 덮고 있는 염분은 혀의 미각세포를 자극해, 감자칩을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온다고 한다. 짠 음식은 미각을 둔하게 만들어, 더 짠 음식을 갈구하게 만드는데, 감자칩에 포함된 다량의 염분이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강타한 ‘XX버터칩’ 돌풍 또한 같은 맥락이다. 단맛과 짠맛은 여러 미각 중 중독성이 강한 감각인데 이 둘을 조합함으로써 양쪽 감각을 둔화시켜, 중독성이 생기게 된다.

위 이야기는 미각 중독의 대표적 사례다. 가장 친근한 과자인 감자칩이 미각 중독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으나, 정작 우리는 맛있다는 이유로 계속 먹을 뿐 그 위험성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미각 중독의 위험성과 미각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얘기를 나눠봤다.

 

 

미각 중독이 뭐죠?

미각 중독이란 말 그대로 특정 맛(미각)에 중독되어 그 맛이 담긴 음식들을 탐닉하는 증상이다. 뇌는 처음 혀(미각세포)에 화학물질이 접촉하면, 그 감각이 7번·9번·10번 뇌신경을 통해 뇌의 연수와 전두엽 하단의 미각 피질을 거쳐 미각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뇌는 음식의 종류와 맛을 지각해 미각 정보를 저장한다. 이렇게 저장된 정보는 기존 미각을 뒤집을 만한 자극이 없는 이상 계속 유지된다. 이때 맛은 뇌 시상하부의 식욕조절중추를 자극해 쾌락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시키는데 이때, 인간은 쾌락을 느끼기 위해 전보다 더 강한 맛을 탐닉하면서 미각에 대한 중독이 생긴다.

미각 중독은 현대인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직, 연애, 학업 등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날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맛이라는 감각이 하나의 탈출구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식품에 자극적인 인공첨가물 함유량이 늘어나는 것도 한몫을 차지한다. 아주대학교 가정의학교실 이승화 교수(이하 이 교수)는 “정도가 지나치지만 않다면 특정한 맛을 좋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특정 미각에 지나치게 중독된다면 음식 섭취가 편중되게 되고, 이는 다른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가 있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각 중독의 위험성은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중독이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식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면, 자극적인 식습관이어도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화여자대학교 재학 중인 김 모 학생(이하 김 학생)은 미식가를 자처하며, 신촌 근처의 맛있는 음식점을 다 꿰고 있다. 평소 식습관에 대해 묻자 김 학생은 “보통 라면이나, 탕, 전골과 같은 짜고 매운 음식을 선호한다”며 “식사 후에는 항상 커피와 조각 케이크와 같은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다”고 말했다. 달콤한 디저트를 먹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하고, 찝찝한 기분을 느낀다는 그녀. 그녀는 디저트를 섭취하는 것에 대해 “남학생들이 운동이나 게임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 학생은 미각 중독일까? 김 학생에게 미각 중독 자가진단을 풀게 한 결과, 그녀는 4개 항목에 체크를 했다. 질문지의 3개 항목 이상 해당하면 미각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를 보고 다소 시큰둥한 표정을 지은 김 학생은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꽤 오랫동안 이 식습관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별다른 건강상의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장 강력한 미각, 단맛과 짠맛

앞에서 밝혔듯 인간이 가장 강하게 느끼는 미각은 짠맛과 단맛이다. 지금부터 단맛과 짠맛 중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첫 번째로 단맛 중독. 단적인 예로 아이스크림을 들 수 있다.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어야지 다짐하고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스푼, 두 스푼 먹다보니 어느새 아이스크림 한 통을 비우게 된다.

사실 인간은 단맛에 중독되게끔 되어있다. 이 교수는 인간의 중요한 욕망 중 하나인 성욕과 식욕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특히 여러 미각 중 단맛이 이에 많이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맛은 대뇌에서 내인성 마약과 유사한 엔돌핀과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해 순간적으로 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에 기여하는데, 단맛 중독을 유발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당분을 계속 섭취하게 되면 더 강한 단맛을 원하게 돼, 단 음식을 많이 찾게 되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단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여학생들이 종종 있을 것이다. 일리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교수는 “단맛은 여성호르몬에도 영향을 끼쳐, 기분을 좋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꼭 달콤한 것을 먹어야만 단맛에 중독되는 것은 아니다. 피자, 라면과 같은 정제 탄수화물 음식도 단맛 중독을 야기하는 요인이다. 정제 탄수화물이란 백미나 밀가루로 만든 모든 음식을 말하는데, 이 정제 탄수화물이 체내에 들어가면 아밀라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설탕으로 전환된다. 탄수화물이 설탕으로 전환되는 시간이 짧을수록 인간은 더 큰 쾌락을 느낀다. 따라서 인간은 정제 탄수화물에 중독되게 되고, 이가 곧 탄수화물 중독이다.

단맛 중독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단맛을 내는 음식들은 대부분 칼로리가 높은데, 이런 고칼로리 음식을 자주 섭취하게 되면 과체중 또는 비만, 당뇨, 심질환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짠맛 중독에 대해 알아보자. 앞에서 밝혔듯 짠맛 중독에 대한 예는 감자칩을 들 수 있다. 감자칩 역시 아이스크림과 마찬가지로 한번 봉지를 개봉하면, 열에 아홉은 봉지를 모두 비우게 된다.

스페인 심장학회는 미국 듀크대학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여, 인간이 소금을 섭취하고 싶은 욕구는 마약에 중독됐을 때 나타나는 욕구와 같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금을 섭취하기 전 뇌의 상태를 살펴보면, 마약을 흡입하기 전에 나타나는 시상하부의 신경세포 증가와 같은 증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연구팀은 많은 사람들이 짠 음식을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가 소금 섭취로 인해 느껴지는 즐거움과 만족감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금은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섭취해 체내에 소금이 많이 쌓이게 되면 조직의 체액이 혈액으로 흘러나와 혈액량이 증가하게 된다. 심장은 평소보다 많아진 혈액을 펌프질 하기 위해 더 많은 힘을 내게 되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고혈압, 신장질환 등으로 번지게 된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짠맛에 중독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국민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일 나트륨 섭취량이 4,878mg으로, WHO의 일일 나트륨 권고량인 2,000mg의 약 2.4배에 해당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특유의 식생활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음식은 김치와 같은 염장 음식이 많다”며 “또한 식사와 함께 국을 곁들이는 음식 문화가 보편화돼있어, 다른 나라보다 염류 섭취량이 높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짠 음식을 주변에서 찾기 쉽기 때문에 짠맛 중독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미각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현재 우리는 미각 중독에 무방비한 상태다.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의 대부분이

WHO에서 정한 1일 나트륨 권고량 2000mg, 당 권고량 25g을 웃돌거나,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녹색소비자 연대에서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하여 겨울철 다소비 면 종류 음식인 △우동 △짬뽕 △해물칼국수에 대해 1인분 당 나트륨 함량을 분석했다. 결과는 △우동 2298.7mg △짬뽕 3780.7mg △해물칼국수 2671.1mg. 모두 1일 권고량인 2000mg을 가볍게 넘는 수치다. 지난 1월 MBC 이브닝 뉴스에서는 시중의 오렌지 주의 경우 200ml 한 잔에 평균 18g의 땅이, 캔커피의 경우 20g이 함유됐다고 밝혔다. 캔커피 한 캔 만 마셔도 하루 권고량의 80%를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과자봉지.jpg

△지난달 28일 자연캠 학내 편의점에서 한 감자칩의 성분표를 찍은 사진이다. 나트륨 함유량이 170mg으로 나와있으나, 자세히 보면 1회 제공량 1/3봉이라고 적혀있다. 즉 이 감자칩 한 봉지를 모두 먹으면 510mg을 섭취하게 되는데, 이는 1일 나트륨 권고량의 25.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미각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단맛 중독을 해결하는 치료는 금연, 금주의 맥락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는 “우선 주변인들에게 ‘나 앞으로 단 것 안먹을꺼야’라고 선포한 후, 회식과 같이 단것을 먹게 하는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그는 그보다 더한 중증 중독이라면, 심리상담사 또는 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권유했다.

입맛 소독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입맛 소독이란 입안의 맛 찌꺼기와 기억을 지우는 훈련인데, 가장 쉬운 방법은 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잔으로 시작해 하루에 2L 가량의 물을 마셔 입안을 소독한다. 새싹채소를 이용하는 것도 입안 소독에 좋은 방법이다. 지난달 27일 코미디 닷컴 뉴스 보도에서 비만전문의인 박민수 박사는 “새싹의 쌉싸름한 맛은 입안의 미뢰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로 인해 생기는 중독성 입맛의 흔적과 기억을 씻어줄 수 있다”라며 “새싹 채소는 치아는 물론 혀에 남은 음식의 찌꺼기까지 말끔히 씻어내므로 입맛을 소독하는 효과가 탁월해 입맛을 새롭게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식사 시 젓가락을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젓가락을 이용하면 국물을 덜먹게 돼, 나트륨 섭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Tip1. 나도 설마 미각 중독일까? 미각 중독 자가진단표!

□ 하루라도 과자, 빵, 인스턴트커피, 라면, 고기 등의 탐닉음식을 안 먹으면 집중이 안되고 일을 할 수가 없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초콜릿, 과자, 특정 육류 등의 탐닉 음식을 먹어야 해소 된다.

□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탐닉 음식을 먹고 있는데도 만족스럽지 않다.

□ 습관적으로 탐닉 음식을 찾거나 옆에 있으면 배가 불러도 꼭 먹는다.

□ 탐닉음식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남기지 않고 배부를 때까지 먹는다.

□ 주위 사람이 특정 탐닉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지적하거나 스스로 군것질를 많이 한다는 자책감을 느낀 적이 있다.

□ 항상 다이어트를 하지만 금방 다시 살이 찐다.

 

* 이 가운데 3개 이상 항목에 해당되면 미각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코메디닷컴, 박민수 비만전문의




tip2. 우리의 미각을 위협하는 음식들

지난해 미국의 인터넷 신문 ‘허핑턴 포스트’에서는 몸에 해로운 중독성 음식을 발표했다. 어디 한번 알아볼까?

 

1. 감자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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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에서 예로 들었던 감자칩. 감자칩 한 조각을 먹을 때마다 우리는 쾌락을 느낀다. 우리의 뇌는 더 큰 쾌락을 느끼고 싶어 감자칩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지게 된다.

 

2. 가공 과자

가공과자.jpg

가공과자엔 중독성이 강한 고가당시럽이 함유돼 있다. 감자칩과 마찬가지로 당분을 계속 섭취하게 되면 더 강한 단맛을 원하게 된다. 단 것이 끌릴 때는 과일종류를 섭취하는 것을 추천!


3. 후렌치 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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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 이거 빠지면 섭하지! 하지만 후렌치 후라이 또한 감자칩처럼 다량의 소금 양념이 되어 있어 중독성이 크다.

 

4.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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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당시럽, 지방, 설탕 등이 합쳐진 그야말로 칼로리 핵폭탄 아이스크림! 한번 뚜껑을 열면 좀처럼 쉽게 멈출 수 없다. 아이스크림대신 얼린 과일이나 요플레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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