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탈출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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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탈출장치
  • 서상혁
  • 승인 2015.04.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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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탈출장치

신이시여,

저 맘에 안들죠?

 

서상혁 단편시집 「너도 한번 핸드폰 깨먹어 볼래?」 中에서...

 

멘붕탈출장치

 

필자는 지난주에 핸드폰 액정을 깨먹었다. 이번에는 버스에서 내리는 도중 다른승객에 밀려서 떨어뜨렸다. ‘괜찮을꺼야’라고 토닥이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주웠지만, 역시나 박살나버린 내 핸드폰.

올 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노래 틀다가 한번, 주머니에 넣고 PC방에 뛰어가다가 한 번. 액정 수리비로만 쓴돈이 가히 25만 원 족히 나왔다. 조그마한 균열에도 터치가 작동되지 않는 기기 특성 상, 파손이 되면 눈물을 머금고 액정을 교체할 수밖에 없다.

하나같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며, 사고였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적이 그 때만큼 절실했던 적이 있었을까. 처음 깨먹었을 때는 ‘그래 살면서 그럴수도 있지’하며 좋은 공부했다 치고 쿨하게 수리했다. 그러나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가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난주 그 날도 박살난 핸드폰을 부여잡고 한참을 서서 앞으로 닥쳐올 일들을 생각했다. 핸드폰 수리비, 당장 사용 못하는 것에서 오는 답답함,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대한 자괴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말그대로 ‘멘붕’상태였다. 그러다 아직 이어폰을 통한 핸드폰 조작은 가능했기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틀었다. 노래를 계속 넘기다 멈춘 곡은 Gloria Gaynor의 I will survie. 우리나라에선 ‘난 괜찮아’라는 노래로 유명한 곡이다.

필자는 멘붕상태일때마다 이 노래를 듣는다. 후렴구의 ‘I will survive’라는 구절 이외에 아는 구절은 없지만, 그냥 이 노래를 듣고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게 된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자괴감에 가득 찼던 머릿속이 노래를 들으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뀌게 된다.

물론 이 노래를 듣는다고 해서 깨진 액정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던지, 수리비가 생긴다던지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멘붕상태를 벗어나게 도와줄 뿐이다. 각자마다 멘붕에 빠지게된 원인과 그 정도는 다르지만 그 상태에 오래 있어봤자 당장의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며, 기분이 나아지지도 않는다. 그 상태에서 빨리 빠져나와 다른 해결책을 찾거나, 그 일을 잊고 예정된 일을 무탈히 해결하는 것이 본인에게 이득이다. 필자에게 있어 ‘I will survive’라는 노래처럼 각자 멘붕상태에서 나오게끔 하는 장치를 하나씩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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