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재, 제값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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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재, 제값하고 있나요?
  • 서상혁
  • 승인 2015.03.2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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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만 되면 얇아지는 대학생들의 지갑

대학 교재, 제값하고 있나요?

새 학기만 되면 얇아지는 대학생들의 지갑

 

유체역학 2만 8천 원, 열역학 3만 2천 원, 반응공학 3만 6천 원…

공과대학 학생 A 군의 1학기 전공서적 가격이다. 부교재와 교양 교재까지 합하면 이번 학기에 교재 명목으로만 15만 원 가량 지출했다.

학기 초 등록금ㆍ방 세ㆍ생활비 등으로 이미 많은 지출을 한 학생들에게, 비싼 교재 값은 또 다른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교재 가격을 아껴보려 제본을 택하지만, 저작권법에 저촉돼 그 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 16일 청주시 한 도서관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만만치 않은 전공서적 가격 때문에 서적을 훔친 사연은 현재 교재 가격에 대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이에 본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대학 교재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보고, 교재 가격이 비싼 원인과 그 대안점을 알아보기로 했다.

 

 

대다수의 학생들 ‘교재 가격 부담스럽다’ 느껴

본지는 지난 17일부터 23일, 7일간 전국 대학생 139명을 대상으로 대학 교재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본인이 이번 학기에 교재비 명목으로 지출한 금액은 얼마입니까?’라는 질문에 ‘6~10만 원’이라 응답한 학생이 44명(31.7%)으로 가장 많았고 ‘3만 원 미만’이 36명(25.9%), ‘3~5만 원’이 27명(19.4%)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교재 구매 형태를 묻는 질문에 ‘서점(온라인)을 이용한다’고 답한 학생이 97명(69.8%)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제본한다’가 19명(13.7%), ‘중고거래 장터를 이용한다’가 13명(9.4%)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현재 대학 교재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비싸다’고 답한 학생이 89명(64%), ‘다소 비싸다’고 답한 학생이 47명(33.8%)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현재 대학 교재 가격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천현정(교육공학과 13) 학생은 “매 학기 7과목 가량 수강하고 각 과목마다 새 교재가 필요한데, 한 권에 적게는 1만 원에서 많게는 5만 원까지 하는 교재 가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다른 서점에서 잘 판매하지 않는 대학 교재 특성상 교내 서점에서 정가를 주고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동석(경영학과 11, 이하 김 학생) 학생은 “교재를 구입해도 해당 강의가 교재 끝까지 진도를 나가는 것도 아니며, 강의와 관련된 유인물을 토대로 수업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교재를 제값주고 구매하기가 꺼려진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대학 사회과학대학 오민후(디미 09, 이하 오 회장) 회장은 “적게는 권 당 2~3만 원하는 가격조차도 학생들에게는 당연히 부담될 수밖에 없는 가격”이라며 “교재 가격이 어떻게 책정이 됐던 간에 수업을 듣는 학생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극히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1만 원이었던 책이 전공서적으로 사용된다 싶으면 가격을 올린 사례도 있었다”며 이러한 사례에 대해 “학생들을 소비자로 생각하고 한몫 챙기려는 의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비싸다’ vs ‘비싸다고 느낀다’

개개인마다 대학 교재 가격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르지만 설문조사 결과, 현재 대학 교재 가격에 대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싸다고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이 대학 교재를 비싸게 느끼는 근본적인 요인은 교재 가격 대비 효율성에 있다. 본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학생들은 ‘가격에 비해 교재의 활용도가 낮아 책을 구입하는 것이 아깝다’, ‘강의마다 교재를 다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학기 별로 10만 원이 넘는 돈을 소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교재를 구입해도 진도를 끝까지 나가지 않는다’는 등 가격 대비 교재의 효율성에 대해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 강의는 교재와 유인물을 병행해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교재 활용도가 높지 않다. 또한 교재의 분량이 한 학기에 배우기엔 내용이 과다하게 많아, 교재 전 단원에 대해 진도를 나가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따라서 학생 입장에선, 기껏 돈 주고 산 교재가 제값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싸다고 느끼게 된다.

이에 김 학생은 “교재 그 자체의 가치는 권장 소비자 가격에 합당하다 생각하지만, 교재를 토대로 한 강의 대부분이 진도조차 끝까지 못 나가며, 해당 교재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본다”고 말했다. 교재 가격 대비 효율이 낮아, 교재가 비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박영재(화공 10) 학우 또한 “한 학기 동안 교재를 전부 배우지도 않는데, 비싼 돈 주고 교재를 사는 것은 아깝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비록 비싼 교재여도, 그 교재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실상은 강의시간에 교재가 얼마만큼 활용이 되는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학 교재 가격을 높이는 요인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양장본 제본이다. 몇몇 대학 교재들은 고급 종이를 쓴 양장본으로 제본되어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큰 내용 변화 없이 개정판을 발간해 가격을 올리는 몇몇 출판사들의 행태도 교재 가격을 높이는 다른 요인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 입장에선 개정판이 발간되면, 중고책 사용이 더 이상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도 대학생들의 교재 값 부담에 한몫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란 책값의 무분별한 할인을 방지하기 위해 신ㆍ구간 도서 할인율을 15%로 제한하는 법안이다. 그동안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할인 폭이 커 싸게 살 수 있었지만, 이 법안이 적용되면서 그마저도 힘들게 됐다.

 

 

벼룩시장과 불법제본, 교재 가격에 대처하는 학생들의 명과 암

한편, 내려갈 줄 모르는 교재 가격에 학생들은 불법 제본이라는 길로 내몰리고 있다.

합법 복제와 불법 복제는 저작권자가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느냐 여부로 가려지는데, 시중에서 책을 구매할 수 있음에도 교재 전체를 복사해 제본하는 것은 불법 복제다. 교재를 불법으로 제본하는 것은 저작권법 제136조에 저촉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본지의 설문조사 결과 ‘교재를 제본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알고 있다’고 답한 학생이 90명(64.7%)으로 나타났다. 이어 ‘교재를 제본해 본 경험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재가 비싸서’를 이유로 꼽았다. 과반수의 학생들이 저작권법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정가의 1/3가격에 불과한 제본 가격은 학생들에게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서로 의기투합하여 값싸게 교재를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학내에서 진행하는 중고서적 벼룩시장이다. 중고 교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인데, 보통 학생회 차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물량과, 인력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다. 우리대학에서도 중고서적 벼룩시장이 열렸다. 사회과학대학은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문예창작학과에서는 지난 17일과 19일에 각각 ‘도서 벼룩시장’과 ‘도서 플리마켓’을 진행했다. 오 회장은 “전공서적의 경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대학생들에게는 부담될 수밖에 없는 가격”이라며 “이러한 부담을 덜고, 먼저 공부했던 학우들의 흔적을 보면서 지식을 덤으로 얻어 갈 수 있다”고 ‘도서 벼룩시장’을 진행하게 된 취지를 밝혔다. 이어 문예창작학과 이원석(문창 13) 회장은 “학우들 손에 책이 한 권, 한 권 들리는 것을 보는 것 자체로도 보람찼다”며 “현재 단과대학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중고도서 장터를 과별로 진행하는 것도 교재 가격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빅북’과 대학생활협동조합

본지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은 ‘학과 차원에서 공동구매를 하면 좋겠다’ㆍ‘교재 물려받기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ㆍ‘도서정가제가 개정되길 바란다’는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학내 입점해 있는 서점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도 있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현재 대학 내 입점해 있는 서점들은 외부 서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학생활협동조합(이하 대학생협)의 경우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할인이나 조합원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와 같이 학내에 서점이 입점해 있는 만큼 학생들을 위해 할인 혜택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협은 대학의 구성원인 학생ㆍ교직원ㆍ교수가 조합원이 되어 운영하는 협동조합으로, 현재 전국 34개 대학에서 활동 중이다. 현재 대학생협에서 운영하는 서점은 각 대학마다 다르지만 시중가격 보다 최대 10% 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협의 관계자에 따르면 “대학생협의 운영 목적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며 “조합원인 학교 구성원이 출자금을 내고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교재비 경감을 위해 교수들도 발 벗고 나섰다. 대학 교재의 저자인 교수들이 지적 저작권을 포기하여 학생들이 교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웹상에 공개하는 ‘빅북’ 운동이 그것이다. ‘빅북’은 대학교재를 PDF 파일로 전환하여 전용 홈페이지(bigbook.or.kr)로 올려놓으면 학생들이 무료로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대학교 경영학부 조영복 교수가 2011년 개정한 본인의 저서 ‘경영학원론’의 저작권을 포기하고 학생들에게 무료로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약 50여 명의 대학교수와, 고등학교 교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빅북’ 운동은 오는 2016년까지 원론형 대학교재 100권의 E-book을 생성해,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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