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하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 돈까지? 취업준비생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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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유예하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 돈까지? 취업준비생은 웁니다
  • 서상혁
  • 승인 2015.03.15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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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신분을 살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속이야기

졸업유예하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 돈까지? 취업준비생은 웁니다

재학생 신분을 살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속이야기

 

지난달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6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취업이 되지 않을 시 졸업을 유예하겠다’고 'NG족'을 희망하는 대학생이 55.1%로 나타났다. 이어 졸업을 미루고 싶은 이유에 대해 ‘재학생 신분에서 입사 지원하는 것이 더 유리해서’가 29%로 가장 많았다.

NG(No Graduation) 족이란 때가 되어도 졸업하지 않는 대학생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즉 졸업유예를 뜻하는 데, 졸업유예란 졸업 요건을 충족한 대학생이 학교의 승인을 얻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제도다. 한편, 지난 1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전 졸업유예제를 실시한 대학 26곳의 졸업유예 신청자가 2011년 8270명에서 2013년 1만 4975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1만 8570명의 학생이 졸업을 유예했다.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으로 인해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학가에서 이들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일이 발생했다. 몇몇 대학들이 졸업유예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별도의 등록금을 내거나 학점을 이수해야만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본지는 대학가에 불어닥친 졸업유예제도 개편 열풍을 알아보고,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대학들이 졸업유예제도에 손을 대는 이유와, 졸업유예생들이 재학생 신분을 돈을 주고서라도 사려는 이유를 알아보기로 했다.

 

재학생 신분증 팔아요~

보통 졸업유예제도를 운영하는 대학들은 두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제4조 제7항)에 따라 1~3학점 신청 시 등록금의 1/6을 징수하는 것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대학알리미’를 통해 전국 10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첫 번째 유형을 따르는 대학 중 가장 높은 등록금을 징수하는 곳은 연세대학교로 1학점 당 평균 722,983원이다. 우리대학 역시 등록금의 1/6을 징수하는데, 674,400원으로 6위를 기록했다. 두 번째 유형은 대학별 자체 기준에 따라 등록금의 일정 비율을 받는 것인데, 경동대학교가 573,425원으로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도 졸업유예가 가능한 학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교육연구소의 교육부 ‘졸업유예제 관련 실태조사 및 정책 방침 정보공개 청구 결과’에 따르면 졸업유예제를 실시하는 대학 110곳 중 91개의 대학에서 졸업유보를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대학들의 행보에 학생들의 반발은 거세다.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에 졸업유예 중인 한 학생은 “졸업유예 자체에 징수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중 전공이나 졸업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초과 학기를 다니는 학우들도 있는데, 이들과 같은 기준으로 금액을 징수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어 연세대학교 수학과에 졸업유예 중인 한 학생은 “학점 당 납부하는 금액이 계절학기와 비교해 월등히 비싸 부담스럽고, 졸업유예를 위해 듣지 않아도 될 수업을 굳이 들어야 할지 의문”이라며 “취업을 준비하며 수강과목 성적을 관리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고 밝혔다. 졸업유예를 위해 수강하는 과목이 전체 평점에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문송이 연구원(이하 문 연구원)은 “졸업유예생들은 충분히 심리적, 재정적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는 상황인데, 졸업 유보를 위한 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학교 측에서는 졸업유예생 증가에 따른 행정비용이 발생한다 주장하지만, 등록금의 1/6이라는 금액은 너무 과도하며, 졸업유예생 입장에선 8학기 이상 함께한 학교가 야속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학교측에서 징수하는 졸업유예 비용에 대한 견해를 말했다. 이어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이하 연 연구원)은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이 졸업유예생들을 밖으로 내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받으려는 대학, 필사적으로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는 학생들

대학들이 앞다투어 졸업유예제도를 변경하고, 학생들에게 돈을 징수하는 이유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함이다.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 지표로 ‘전임교원 확보율’이 새로 추가됐는데, 이 항목이 8점으로 기존에 있던 평가 지표인 ‘졸업생 취업률(5점)’보다 비중이 높아 대학 입장에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대학 학사관리 규정 상 수료자는 ‘재적생’으로, 졸업유예생은 ‘재학생’으로 분류되는데, 졸업유예생이 늘어날수록 교수 1명당 재학생 수, 즉 전임교원 확보율이 낮아져 평가 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추어 대학들은 기존의 졸업유예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화여자대학교에선 ‘0학점 등록제’를 폐지하고 이번 학기부터 ‘학사학위 과정수료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 졸업학기와 학점을 모두 이수한 학생들 중 채플이나 졸업논문을 제출하지 않아 졸업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0학점을 등록해 졸업을 유예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학사학위과정 수료제가 도입됨으로써 이들은 재학생이 아닌 수료자가 된다.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해당 학기 등록금의 1/6을 납부하고 최소 1학점 이상 등록해야만 한다. 수원대학교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역시 2014년부터 졸업을 유예하려면 1학점 이상 등록하도록 학칙을 변경했다. 서강대학교는 졸업요건으로 영어성적인증제를 시행했으나, 고의로 제출하지 않고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어나자 졸업요건에서 이를 삭제한 바 있다.

연 연구원은 “대학에선 졸업유예자가 늘어나면 그에 대한 관리부담을 느낌과 동시에 평가 지표 관리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전임교원 확보율은 교수 수를 늘리면 가능한 사안”이라며 “비용절감을 위해 교수 1명을 늘리는 것보다 졸업유예생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대학들이 졸업유예제도를 손보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대학들이 졸업 유보를 명목으로 돈을 징수하고 있는데도,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돈을 내고 재학생 신분을 사고 있다. 기업들의 여전한 스펙중심 채용문화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의 인턴십과 공모전의 자격요건을 보면 ‘00년 00월 졸업예정자’ 또는 ‘재학생’이다. ‘졸업생’을 자격요건을 내건 기업은 드물다.

이에 문 연구원은 “합당한 이유도 없이 졸업생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그릇된 인식을 바꿔야한다”며 기업들의 자세에 대해 비판했다. 청년취업협동조합 박장호 대표(이하 박 대표)는 “최근 각종 언론에서 탈스펙화가 점점 추세되고 있다지만, 기업은 여전히 스펙을 중요시한다”며 “몇몇 기업들이 대학을 돌아다니며 열린 채용문화, 착한 채용문화를 지향한다 표방하지만 결국 스펙이 좋은 학생들을 뽑게된다”고 기업에서 높은 스펙을 원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하나의 스펙이라도 더 갖추기 위해 돈을 납부하고 졸업을 유예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그는 “공개채용 문화도 고스펙화 사회를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라며 “기업입장에선 짧은 기간안에 많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성적인 지표보단 정량적인 지표로 신입사원을 뽑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학생들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는 또 다른 원인으로 ‘카더라 통신’을 꼽았다. 그는 “소수 대기업의 채용 방식이 마치 모든 기업이 그러는 것 마냥 소문이 퍼져 너도 나도 졸업유예를 하게 됐다”며 “기업에서는 무조건 졸업유예생을 우대하지 않으며, 졸업생이건 졸업유예생이건 공백기간에 무엇을 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졸업유예생, 그들의 현실적인 고충

아무리 언론과 전문가들이 졸업유예와 취업난에 대해 이야기해도, 졸업유예생들만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고충은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본지는 어렵사리 졸업유예생 2명을 만나 심도있는 인터뷰를 나눌 수 있었다.

“학교는 우리를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말문을 연 우리대학에 졸업유예 중인 A학우는 “졸업유예생은 그 누구보다 졸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며 “하지만 학교는 졸업하면 끝, 이런 식으로 칼같이 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학교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내비쳤다. 대학들이 졸업유예를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징수하는 것에 대해 그는 “학생이 돈이 어딨냐”며 “한 사회의 최고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공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대학이지만, 취업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나 대안은 내놓지 않고, 그저 학생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시대에 취업을 준비하기에 4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그는 “졸업유예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카더라 통신’을 믿고 너도나도 졸업유예를 신청한다는 박 대표의 의견을 들려주자 그는 “그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취업에 있어서 철저히 ‘을’인 취업준비생에게 ‘카더라 통신’은 굉장히 크게 다가오고, 나도 안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답했다.

한편, 한양대학교 경영학과에 졸업유예 중인 B학생은 “금전적인 부분도 부담되지만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며 “막상 졸업유예를 신청하려 하니 말로만 듣던 청년실업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번 취업에 실패했다는 주변의 시선이 두렵다”며 “당장 문제에 직면해 해결하려 해도 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 답답하고, 자괴감이 든다”고 졸업유예생이 느끼는 심적 부담감을 말했다. B학생은 졸업유예생의 부담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를 꼽았다. 일반적인 대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는 ‘서류전형’ㆍ‘자기소개서’ㆍ‘인적성 검사’ㆍ‘면접’ 순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중 한번이라도 삐끗하면 불합격하게 된다. B학생은 “기업별로 인적성 검사, 면접 유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기업을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면접에 떨어질 때 마다 점점 눈높이가 낮아져가는 것을 느낀다”며 “요즘에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업의 면접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졸업유예, 모두가 해결해야 할 숙제

여태까지 대학가에 불어닥친 졸업유예제도 개편 바람과 그 원인 그리고 졸업유예생의 현실적인 고충을 들어봤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졸업을 미뤄가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지만, 이젠 그 마저도 쉽지 않다. 이들이 마음 놓고 취업활동에만 전념하려면 어떤 대안이 마련돼야 할까?

연 연구원은 졸업유예를 “일종의 사회문제”라 규정하며 “교육당국에서도 졸업유예제도 실태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취업난으로 불가피하게 졸업유예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당국의 정책과 대학들의 이해타산에 피해를 받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앞으로 정부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했다.

A 학우는 학교에서 졸업유예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 측에서도 취업률이 올라가면 좋은 일”이라며 그는 “당장 취업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는 1,2,3학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현재의 취업 프로그램은 의미가 없다"며 당장 취업전선에 뛰어든 4학년, 졸업유예생에게 맞는 취업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의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도 조금씩 불고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이번 달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178% 증가한 89명의 신임교원을 채용한 바 있다. 문 연구원은 “대학교의 이러한 노력은 학생들의 취업을 도울 것이고, 그로 인해 높아진 취업률은 대학 평가 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학생을 위하는 일이 결론적으로 학교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한편, 박 대표는 기업도 채용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기업들은 채용에서 불합격한 학생들에게 그저 불합격했다는 것만 통보할 뿐, 어떤 부분이 부족해서 불합격했다고 밝히지 않는다”며 “따라서 학생들은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졸업을 유예하고 무작정 스펙을 쌓기 바쁘다”고 기업에선 앞으로 학생들에게 불합격한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업 내의 인사 분야 인력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기업에선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정성적인 기준으로 평가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졸업을 유예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앞으로는 스펙보단 경력 위주의 사회가 될 것”이라며 “‘무조건 대기업’, ‘무조건 졸업유예’ 같은 방식으로 취업을 준비하지 말고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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