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백마문화상 시부문 당선작
매립
흰목장갑들이 몸을 말리고 있다
손등을 보이며 다른 몇몇은 손바닥을 내밀며
하얗게 익어가고 있는
하늘은 소용돌이치고
길 뒤편으로 우뚝 선 냉동 창고는
오늘 두시에 폭파된다고 한다
시장 사람들은 그 오래된 건물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굉음과 함께 무심히 그곳을 지나친다 나는
내가 가진 소리에 대해 모른 척 한 적이 있다
그것은 벼락보다 더 날카로웠고 때론
오래 방치된 시체처럼 뼈와 살이 분리되며
나오는 기름 같은 질감
흐르며 녹아가고
작아지고 커지고 결국엔 사라지는 폭발음
벽과 기둥이 무너진다면 스며든 소리는 어디로 넘어가는 걸까
한강에선 손 하나가 떠올랐다고 한다
말을 하지 못해 벌어진 일들을 세어본다
하얗게 불은 손가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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