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스펙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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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스펙 쌓기
  • 구희주
  • 승인 2014.12.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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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준비하는 무분별한 취업 스펙

졸업을 앞두고 하반기 취업 시즌이 한창인 요즘, 대학생들의 이력서가 뻔한 스펙으로 도배되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9월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에서도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올인하는 나, 정상인가? VS 비정상인가?’를 주제로 취업 스펙에 열을 올리는 한국 청년들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에 출연진 중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몬디’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스펙을 준비하려는 것이 문제”며 “개성 있고 직무에 맞는 스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도 체감하는 우리나라 대학생의 취업과 스펙 문제는 이제 한국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학생의 무분별한 취업 8대 스펙(△학벌 △학점 △토익 △자격증 △어학연수 △수상경력 △봉사 △인턴) 준비에 중점을 두어 이의 문제점과 원인, 또한 이를 어떠한 방향으로 극복할 수 있는지 대학생과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취업 스펙, 쌓아도 쌓아도 끝이 없어!

고용노동부는 “학벌과 학점, 토익, 자격증, 어학연수가 지난 2002년 취업 5대 스펙으로 선정된 것에 이어 2012년에는 봉사와 인턴, 수상경력이 추가된 일명 취업 8대 스펙이 주요 요소로 조사됐다”고 지난 2013년 10월 동아일보 기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취업 8대 스펙에 대해 성신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수연(시각디자인과 12) 학생은 “미리미리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학과 선배의 말을 듣고 1학년 때부터 학점을 철저하게 관리했고 틈 날 때마다 공모전에도 참가하고 방학 때는 대외 활동과 인턴 준비를 하고 자격증까지 따느라 오히려 방학에 더 바쁘다”며 푸념했고, 한양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동기가 준비하니까 나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취업 8대 스펙을 모두 준비했고 지금은 다른 대외 활동을 하면서 남들이 준비하는 스펙 이상의 것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다”고 답하며 “취업 스펙 준비를 하는 것에서 아예 배울 것이 없지는 않지만 이렇게 애써 준비한 것들이 후에 무용지물이 될까 두렵다”며 취업 준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취업 준비생 대부분이 이미 충분한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울상 짓는 학생들이 많다.

한편, 현재 취업 준비생들이 힘들여 쌓고 있는 스펙 중 일부는, 정작 실제 채용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2013년 인사담당자 2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1%가 “입사지원자의 경력사항에서 비중이 낮거나 필요 없는 ‘잉여 스펙’이 있다”고 답했으며 인사담당자의 절반 이상은 ‘잉여 스펙’ 중 첫째로 ‘한자 능력’을 꼽았고 △석·박사 학위 △봉사활동 경험 △동아리 활동 △제 2외국어 등이 뒤를 이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취업 8대 스펙에 자격증과 봉사활동이 이에 포함된다. 취업 준비생들의 스펙을 위한 노력들이 헛수고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사항이다.


[사회] 숨 막히는 스펙 쌓기 표.gif

△취업포털 커리어가 조사한 ‘인사담당자가 뽑은 잉여 스펙’ 통계자료



취업 스펙, 누가 불 붙였나?

앞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의견에서 보았듯이 학생들이 취업 스펙에 대해 심한 압박과 회의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 스펙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무엇인지 취업 전문가 3명의 분석을 들어보았다.

먼저, 청년취업협동조합 박장호 대표(이하 박 대표)는 “‘카더라 통신’에 의한 학생들의 혼란과 경력직에 유리한 기업의 채용 방식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뚜렷한 길을 가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며 “정부가 청년 취업을 위한 정책을 많이 내놓고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기업으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비정규직 제도”라고 예를 들었다. 이어 그는 “비정규직 제도는 좋은 취지에서 만든 것인데 기업이 악용하여 그 취지가 많이 변질 되었다”며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고용노동부 청년취업아카데미 ‘스펙초월 멘토스쿨’을 운영하는 윤종호 상담원(이하 윤 상담원)은 “기업이 필요한 능력과 인재를 구직자들에게 먼저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학생들이 정확한 정보를 몰라서 무작정 준비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윤 상담원과 비슷한 의견을 낸 우리 대학 자연캠 경력개발팀(팀장 정석애) 조용만 계장(이하 조 계장)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 및 내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스펙 쌓기에 몰두해 빚어진 과열현상이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스펙에 민감한 편이며 이러한 문제점이 계속 되면 경제적 낭비는 물론이고 정작 기업이 필요한 것을 놓치고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활동에 몰입하는 기회적 낭비와 더 심한 과열 경쟁이 초래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취업 스펙, 기업의 채용 제도 개선해야…

다양한 원인들로 불거진 취업 스펙의 과열 현상을 기업이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좋겠냐는 물음에는 3명의 취업 전문가 모두 “실무 능력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조 계장은 “학벌, 성별, 스펙에 대한 차별 없는 채용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여전히 만연해 있는 스펙위주의 채용에서 벗어나 ‘직무역량중심’의 채용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며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채용시스템과 도구의 개발도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또한 “기업들이 다양한 면접방법과 구조화된 방법들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취업 8대 스펙에 기초한 전통적인 방식의 평가를 하고 있어 능력중심의 채용보다 기타 요건들에 의거하여 채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사회적 정의 측면에서도 좌절에 의한 사기저하 및 편법을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 대표는 “우선 기업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현재 ‘삼성그룹’이 실무형 인재 발굴에 초점을 맞춰 20년 만에 채용제도에 변화를 주었는데, 이 개편안에는 직무적합성평가와 창의성 면접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며 “특히 인턴 채용에 있어서 인턴 사원들을 교육하여 정기적인 평가를 한 후 공채에서 정식으로 채용하는 방식까지는 전과 동일하지만 채용이 되지 않은 인턴 사원들도 다른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만들어 쉽게 채용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며 다른 기업들도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본인의 관심분야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로 남다른 성취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의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상담원 또한 올바른 취업 문화를 위해 “기업이 필요한 직무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기업의 이력서 기재란에 기업이 필요한 능력 이상의 것을 적게 하는 것도 문제고, 칸을 다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학생들이 더 스펙에 열을 올리게 된다”며 이력서 양식도 개선해야할 사항 중 하나라고 말했다.

 

취업 스펙, 학생 의식 바뀌어야…

한편, 스펙 과열열풍에 학생들의 책임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취업을 위해 스펙을 과도하게 준비하는 현상은 이러한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학생의 탓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박 대표는 “학생들이 기업의 부조리한 상황에 순응하지 말고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깨어있는 의식이 있었으면 청년 취업이 이렇게 곤두박질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답하며 학생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조 계장은 “학생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의 대기업 비중은 전체 기업 중 0.1%에 불과한데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기업만을 선호하고 있는데, 여기서 과감히 벗어나 본인이 준비한 수준에 맞는 기업을 선택하여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학생들의 의식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말했다. 이어 윤 상담원은 “막연히 준비하는 것보다 어떠한 일을 하고 싶은지 확인한 후에 중점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안하다고 해서 이것저것 찔러 보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현재 학생들의 취업 스펙 과열 현상의 문제를 꼬집었다.

 

취업 스펙, 청년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취업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박 대표는 “청년 시절을 즐기며 도전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인문학이 중요시 되는 만큼 생각하는 능력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으며, 윤 상담원은 “근거 없는 소문에 가슴 졸이며 이것저것 준비하지 말고 고용노동부의 실무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청년취업아카데미를 이용하라”고 권했다.

한편, 조 계장은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취업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력개발팀에 자주 방문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경력개발팀에 찾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4학년생으로 늦은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가 되어서야 찾아오는데 실제 기업들의 공채는 마지막 학기 시작과 함께 일정이 발표되므로, 이것을 보고 준비하면 늦을 수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경력개발팀을 자주 방문하여 정보를 알아보고 미리미리 준비했던 학생들은 취업에 성공한 후에 다시 방문하여 취업이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알려주고 있다”며 “꼭 1학년 때 시작하지 않아도 빨리 준비하면 준비할수록 미래가 탄탄해짐을 경험할 수 있다”며 경력개발팀 이용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 대학 학우들에게 “준비된 자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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