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동안 상담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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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동안 상담을 마무리하며
  • 박진진 연애칼럼니스트
  • 승인 2014.12.0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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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동안 상담을 마무리하며

한 학기 동안 상담을 마무리하며 <우리에게 내일은 있다>

  ‘포미닛’의 현아와 ‘비스트’의 현승이 트러블 메이커를 결성해서 동명의 곡을 크게 히트 시킨 후 후속곡은 ‘내일은 없어’였다. 이 노래 가사의 내용을 굳이 따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혼성 듀엣의 이름은 이슈 메이커도 러브 메이커도 아닌 ‘트러블 메이커’임을 잠시 생각 해 보자. 그들이 부르는 사랑 노래는 평범하고 소박한 연애가 아닌 광기어린 사랑을 그리고 있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상태는 의학적으로 보자면 ‘정상’의 범주에 벗어나 있는 상태이다. 뇌에서 도파민을 비롯한 수많은 물질이 분비되며 상대를 보며 설레는 것 또한 느낌 뿐 아니라 실제 몸의 심박수와 체온이 증가한다. 서로에게 무심해지는 연애 권태기도 뇌 과학적으로 미리 예측을 해 보자면 이런 물질들의 분비가 줄어드는 1년 6개월이 기준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마음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 실제로 몸에서 그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상태는 몸이 받아들기에 ‘정상’의 범주가 아니기 때문에 인간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연애를 이렇게 몸의 변화 내지는 과학으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은 철저히 외면한 채 사랑이 처음의 온도 보다 점점 식어가는 것을 슬퍼하거나 혹은 상대의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트러블 메이커’의 노래 제목으로 돌아가자. 때론 사랑은 마치 내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서로에게 푹 빠지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연애라는 긴 이야기를 펼쳐놓고 보자면 찰나의 감정에 불과 하다. 매일을 우리에게 내일은 없는 것처럼 사랑 할 수는 없다. 오늘 사랑한다는 것은 오늘만 사랑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내일도 사랑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 할 때도 있다. 내 마음과는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상대를 변했다고 비난하거나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사랑은 예전과 같지 않다고 슬퍼한다. 하지만 좀 더 차분하게 생각을 해 보면 이런 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사람이 언제나 처음 마음과 같을 수는 없다. 우리는 바위덩어리가 아니라 유기적 동물이다. 마음은 움직이기도 하고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 갈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과 변화들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한 번 형성된 마음이 사라지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면 사랑 뿐 아니라 미움 역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잊거나 용서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사랑은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 간다. 처음 시작할 때 누구나 상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겪게 된다. 비교적 연애 안정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상대에게 얼마나 반해 있는가보다는 서로의 인성과 성격이 관계의 지속성에 있어 더 큰 몫을 한다. 우리가 변하는 것은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만 사랑하고 끝난다면 변할 이유도 그럴 틈도 없을 것이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세트로 묶이면 일상이 된다. 그리고 이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랑은 더 이상 순간의 감정만을 최우선으로 놓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뜨거움에서 서서히 따뜻함 정도로 옮겨 간다. 더 이상 뜨겁지 않음은 상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와의 좋은 관계를 더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이다.

어쩌면 당신이 연애에 바라고 있는 것은 서로에게 미쳐있는 시간 동안만을 말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이 더 이상 활활 타오를 수만은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랑만 했다 하면 자꾸 불안하다. 이 사랑이 언제 미지근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상태 자체에 중독이 된 사람들은 상대보다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나를 더 사랑한다. 물론 아무하고나 사랑하지는 않겠지만 나를 순간이나마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사랑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사랑 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나에게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연애 공백기를 견딜 수가 없다. 전 사랑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다시 그런 사랑을 어서 빨리 맛보고 싶어서 한 연애가 끝나면 마음의 정리가 다 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랑에 빠질 날만 기다린다. 그렇다면 이건 진짜 사랑일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사랑은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 다른 모습이지만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는 늘 같다. 서로에게 반하고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일종의 트랜스 상태가 되는 것. 그러나 조금이라도 사랑이 식어간다고 느끼면 먼저 이별을 선언한다. 왜냐면 더 이상 뜨거운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면 이 사랑은 나에게 더 이상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내일이 없는 연애는 위험하다. 설사 내일은 사랑의 온도가 지금보다 조금은 낮아져있다 하더라도 그럴 바에는 오늘 다 타서 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일도 나를 사랑 해 줄 거냐”고 묻는 대신, “내일도 너를 사랑할게”라고 해 줄 수 있는 사랑. 이것도 사랑의 한 방법이다.

박진진 연애칼럼니스트ㆍ블로그 http;//blog.naver.com/niflheim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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