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탁월한 지식이란... 그 안에서 내가 발견되도록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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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탁월한 지식이란... 그 안에서 내가 발견되도록 하는 것!
  • 이유진
  • 승인 2014.11.2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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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충현(방목기초교육대학) 강사



프랑스 철학자 장 프랑수와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 1924-1998)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조건이란 거대담론을 불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예를 들면, 17-19세기 유럽인들은 세계가 무한히 진보한다고 보았는데, 그 결과는 도리어 20세기에 맞이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문명의 황폐화였다. 진보라는 거대담론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이를 계기로 17-19세기를 되돌아보니, 유럽 내에서는 문명의 발전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유럽 밖에서는 식민지 확장으로 고통에 처한 이들이 많았었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세계가 무한히 진보한다는 거대담론을 그대로 신뢰하기가 어려워졌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지식의 특성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시대를 초월하는 불변적인 지식은 없고, 사회에서 통용되는 지식의 틀인 에피스테메(episteme)는 시대마다 다르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지식이란 권력의 산물일 뿐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하였다.

이러한 통찰들은 17-19세기에 풍미하였던 모더니즘의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데카르트는 지식의 확실성을 얻기 위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근본원리를 제시했다. 지식의 확실성을 위한 출발점을 나의 사유와 존재에 두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근대성이라는 모더니즘의 지식은 나-중심적인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나와 유럽을 중심에 두었기에 나와 유럽 외의 존재들을 타자로 여겼으며, 인간을 중심에 두기에 인간 외의 존재들을 타자로 여기게 되었다. 그 결과로, 해외 식민지 확장과 세계대전 발발과 자연세계 파괴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면, 너무나 지나친 비약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지식을 추구할 수 있는가? 아니,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탁월한 지식이란 어떤 것인가? 모더니즘의 나-중심적 지식은 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지식이 권력의 산물이 되지 않도록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한다고 지식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현재 자신의 지식이 절대적이지 않거나 영원불변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지식 자체는 끊임없이 계속 변화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중심적인 지식의 실체가 지속적으로 해체되고 변혁되어 갈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과정 안에서 나 자신이 점점 더 노출되고 발견될 것이다.

이와 같은 탁월한 지식의 예를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빌립보서 3장 8-9절에 따르면, 바울은 본래 유대인의 율법에 관하여 박식하고, 권력을 가진 자였다. 그러나 바울은 나-중심적 지식으로 인해 타자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체포하고 죽이는 일을 자행하였다. 그러한 그가 휘황찬란한 빛 안에서 예수를 만나는 체험을 하면서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다”라고 고백하였다. 왜냐하면 “내가 그 안에서 발견되기” 때문이었다. 나-중심적 지식과 권력을 소유한 바울이 예수 안에서 발견되고 변화되어 타자를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자가 되었던 것이다.

캠퍼스에서 우리는 지식을 추구하되, 탁월하고 고상한 지식을 추구한다. 그렇지만 탁월한 지식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그 안에서 발견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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