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청춘의 언어이며, 젊음의 발현이다. 몸을 움직임으로써 감정을 표현하고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는 혈기 왕성한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연령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리듬을 타고 춤사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젊은 감각, 싱싱한 에너지를 보유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유로 많은 사람이 청춘임을 증명하기 위해, 청춘으로 인정받고자 계속해서 춤을 찾는다. 춤을 소재로 한 영화가 부동의 인기를 과시하는 데에는 일련의 배경이 존재한다.
에이드리언 라인 감독의 <플래시 댄스>는 수십 년의 역사를 지켜 온 댄스 영화의 계보에서 큰 빛을 낸 이름 중 하나다. 이야기의 부자연스러운 전개, 캐릭터들의 긴장감 없는 개입, 주인공 알렉스 역을 맡은 제니퍼 빌스의 어색한 연기, 여체를 향한 과도한 집착 등 볼품사나운 구석이 여럿 있었음에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기록하며 1983년 극장가의 최고 히트작 중 하나가 됐다. 제니퍼 빌스의 미모도 흥행 성공에 한몫했겠지만 춤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탄탄한 것도 시장에서의 존립을 명확히 한 요인이었다. <플래시 댄스>의 성행은 이후 트렌디한 댄스 영화의 확산에 초석이 됐다.
영화는 전문 무용수를 꿈꾸며 낮에는 용접공으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18세 소녀 알렉스의 생활을 화면에 담는다. 따라서 그녀가 춤을 추거나 어떠한 행동을 취할 때에, 혹은 그녀 주변의 댄서들이 퍼포먼스를 벌일 때마다 멋진 팝송들이 따라 나온다. 알렉스와 동료들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장면에서는 조안 제트 앤드 더 블랙하츠Joan Jett & The Blackhearts의 ‘I Love Rock 'N' Roll’이, 알렉스의 친구 지니가 피겨스케이팅 경연에 출전해 안무를 펼치는 신에서는 로라 브래니건Laura Branigan의 ‘Gloria’가 동행한다. 길거리 비보이들의 춤을 구경할 때 흐르는 지미 캐스터 번치The Jimmy Castor Bunch의 ‘It's Just Begun’은 영화 덕분에 많은 이에게 익숙한 노래가 됐다.
사운드트랙은 두 편의 빌보드 넘버원 싱글을 배출하며 음악계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아이린 카라Irene Cara가 부른 ‘Flashdance... What A Feeling’은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오리지널 송’ 부문을 수상했으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빈번하게 방송을 타며 식지 않는 인기를 뽐내고 있다. 알렉스가 격렬하게 워밍업을 하고 춤을 연습하는 장면에 쓰인 마이클 셈벨로Michael Sembello의 ‘Maniac’은 다이내믹한 리듬, 시원스러운 후렴을 앞세워 댄스음악의 클래식 반열에 들었다.
홀로 춤을 익힌 알렉스가 무용단 오디션에서 자신만의 표현으로 심사위원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마지막 신은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다. 꿈을 이루는 데에 필요한 것은 제도 교육이 아니라 식지 않는 열정이라고…. 심사위원 앞에서 준비한 안무를 선보인 지 얼마 안 돼 스텝이 엉키는 실수를 범하는 것도 그 주장에 힘을 싣는 설정의 연장이다. 실패는 끝이 아니니 좌절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를 영화는 전한다. 이는 이후 젊은이를 타깃으로 한 수많은 댄스 영화의 대표 명제로 자리매김했다. <플래시 댄스>를 통해 춤과 1980년대의 히트곡들, 청춘성에 대한 전언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다.
필자: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ㆍ블로그 soulounge.egloos.com
△영화 <플래시댄스>- 감독 애드리안 라인ㆍ1983년 개봉
출처/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