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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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단상
  • 이연주
  • 승인 2012.02.1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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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단상

그곳에 가면 사막이 있다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도의 앞바다는 멀리 위치해 있다. 이곳의 바다는 썰물 때처럼 갯벌을 사이에 두고 멀찍이 물러서 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은 예전의 갯벌이 아니다. 사막이다. 염생식물이 낙타풀처럼 이곳저곳에 나 있고, 가끔 소금 섞인 모래먼지가 돌풍을 일으킨다. 고비사막과 타클라마칸사막을 돌아다녀본 경험으로 보건대 이곳은 사막이다. 하지만 내 발 아래에는 수많은 조개껍데기와 바짝 마른 생선들이 뒹굴고 있다. 기묘한 사막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991년 기획돼 2006년에 물막이 공사가 완료됐다. 새만금 방조제의 길이는 군산에서 김제를 지나 부안까지 이어지는 총 33킬로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401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이 생성됐으며, 이 중 3/4이 육지로 쓰이고 있다. 이 면적은 최근 건설되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면적의 7배다.
‘새만금’은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를 합친 조어다. 오래전부터 갯벌이 발달한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는 상설 매립지역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의 갯벌은 간척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면적이 감소하는 것과 동시에 어업 인구도 감소했다.
매립된 갯벌은 늘 상업 용지로 전환된다. 현재 새만금 용지의 대부분도 상업 용지로 전환됐다. 애초 간척사업의 목적인 농업 용지 확보와 식량 지원 확보는 상업 용지 확보를 위한  거짓말에 불과 했다. 중앙정부와 전북지역의 정치인ㆍ관료ㆍ건설업자 동맹이 벌인 거대한 공사 놀음은 세금과 개발이익이 누군가에게 전유됐는지를 보여준다. 합법적으로 보이는 이 사기에 호주머니를 털린 것은 부안ㆍ김제ㆍ군산의 어민이다. 이곳의 갯벌과 자연은 죽어버렸다.

필자: 이상엽 다큐멘터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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