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혁명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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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혁명을 꿈꾸다
  • 이연주
  • 승인 2012.02.14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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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는 학문을 배워야 사람은 사람으로 살 수 있다

지난 2006년, 전국 인문대학의 학장들이 ‘인문학 위기’를 선언한 지 5년이 지났다. 그 후 지난 2007년, 위기를 선언했던 인문대학 학장들이 모여 ‘인문학진흥사업’을 출범했다. 올해 4년 째 이어지고 있는 서울 역사박물관의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는 매번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100만 부 넘게 팔리면서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인문 부문에서 단행본 100만 부 판매 돌파기록을 세웠다. 한양대학교, 조선대학교 등의 대학은 인문학 강연을 기획해 매번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대학 안팎으로 이어지는 인문학의 인기에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이제 희미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재 대학에서는 여전히 취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 분야나 경제ㆍ경영과 관련된 학문이 각광받고 있다. 건국대학교는 지난 2005년부터 전공자가 줄었다는 이유로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를 통합했고, 동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도 같은 이유를 들어 지난해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있다. 

대학에서 인문학의 위치는
임이례(디미 10) 학우는 “인문학은 어렵게만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는 인문학이란 단어 자체에서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어 장석현(아랍 08) 학우는 “인문학이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임을 알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학생들이 학문을 공부하면서도 정작 모든 학문의 기초인 인문학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교수이자 인문학 서점인 길담서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준 대표(이하 박 대표)는 “그럼에도 우리는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이 되는 학문을 배워야 사람은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인문학 살리기 운동은 계속되고 있지만, 대학생들의 취업난과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문학은 여전히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생들에게는 높은 경쟁력이 요구되고 있어 취업을 위한 토익ㆍ어학연수ㆍ봉사활동ㆍ인턴 경력에만 관심이 모아지다 보니 인문학은 자연스레 뒤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대학 내에서 인문학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돈’을 벌 수 있는 학문 위주로 교과목이 편성됐다”며 “이는 서바이벌 정책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인문학을 배우고 가르치고 보존하는 사람들
부산대학교 김민철(경제학과 04) 학생(이하 김 학생)은 부산지역 대학생 인문학 모임 ‘후마니타스’에 참여하고 있다. 김 학생은 “인문사회에 관한 관심과 진보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과거 학내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동아리나 소모임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학교 내에서 이러한 내용을 다루는 동아리나 모임이 없어 뜻이 맞는 친구들과 모여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모임에서는 한 달에 1~2회 정도 인문ㆍ사회분야의 책을 읽고, 진보적인 관점으로 사회적 문제에 관한 토론을 한다. 김 학생은 인문학을 배울수록 경쟁보다는 공동체 가치가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1970~80년대에는 학내뿐만 아니라 학외에서도 후마니타스와 같은 대학생 인문학 모임이 활발하게 열렸었다. 대학교 앞에 위치해 인문학 서적들만을 전문으로 팔던 인문학 서점이 그 모임의 장소다. 당시 100여개가 넘었던 인문학 서점은 현재 10개 정도 밖에 남질 않았다. 대학생들이 인문ㆍ사회과학 서적보다 고시 수험서, 영어 실용서 등을 찾기 시작하면서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풀무질’, 건국대학교 ‘인’, 중앙대학교 ‘청맥’, 서대문에 위치한 ‘레드북스’ 정도다. 길담서원 이재성 학예실장(이하 이 실장)은 “길담서원에서는 인문학 모임뿐만 아니라 경제 공무 모임이나 강연, 어학 모임 등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점을 자주 방문한다는 김민경(29) 씨는 “이곳은 서점이긴 하지만 책을 사기 보다는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기 위해 오는 사랑방”이라며 “꼭 인문학에 관심이 있어야 모임과 강연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참석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인문학의 변천사를 보존하고 있는 곳도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에는 총 4만 권의 옛 인문학 도서가 전시돼 있는 인문학 박물관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의 인문학 도서는 한국의 근현대사와 함께 시대별로 구분돼 있다. 인문학 박물관 정미영 연구원은 “인문학이라는 말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면 폭 넓은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삶의 다양한 면을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을 통해 삶의 다양성을 살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미영 연구원은 “대학생들이 인문학에 관련된 행사에 참석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키워드를 얻어 큰 시야에서 사회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학 인문학의 횃불을 살리려면
박 대표는 대학생들에게는 주류에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고 역류하는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대학생들은 각자의 인문학 옹달샘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학생이 만든 작은 생각의 옹달샘이 인문학이라는 거대한 강의 흐름을 만드는 근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인문학을 배우는 것을 또 하나의 스펙 쌓기로 여기지 말 것을 거듭 강조하며 “옹달샘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인문학 공동체와 학습 동아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현 사회를 훑어봤을 때, 대학생들이 단순히 토익과 토플 점수가 높다고 해서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다”고 말한다. 현재는 대학생들이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인문학과 관련된 행사를 진행하면 일반인과 청소년에 비해 대학생들의 참여가 적기는 마찬가지”라며 “대학생들이 인문학을 단순히 공부해야만 하는 학문으로만 보지 말고 삶에 필요한 요소로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 학생은 대학생들이 세상을 가치 있게 사는 법과 인간이 사회 속에서 아름다운 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인문학을 통해 깨닫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인문학을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인문ㆍ사회분야의 책을 읽어나간다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진보적 관점을 갖고 실천할 수 있다”고 전했다.

TIP. 똑똑, 인문학의 문을 두들기다

'시’를 읽어라!
- 전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 교수이자 길담서원을 맡고 있는 박성준 대표는 인문학을 접하려는 대학생이라면 시를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시에는 시인의 생각이 고스란히 적혀 있어 그 사람의 발자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인간의 유한성을 느끼는 것이 인문학의 첫 걸음”이라 전했다.

인문ㆍ사회 도서는 의외로 쉽고, 재미있는 책이 많다!
- 대학생 인문학 모임 ‘후마니타스’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대학교 김민철(경제학과 04) 학생은 인문사회 도서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인문학의 단순히 문학ㆍ역사ㆍ철학으로만 생각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안수찬’의 <4천원 인생>, ‘김진숙’의 <소금꽃 나무>,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등의 책을 접하면 쉽게 인문ㆍ사회 도서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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