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선거에 선심성 공약이 만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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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선거에 선심성 공약이 만개하다
  • 이연주
  • 승인 2012.02.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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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선거 공약인가

각 대학마다 학생 대표자를 선발하는 학생회 선거철이 돌아왔다. 그와 함께 선거 공약에 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우석대학교 총학생회 선본의 ‘성형수술비 지원’, 동아대학교 총학생회 선본의 ‘라식수술비 지원’, 동국대학교 총학생회 선본의 ‘P사 고급 다이어리 제공’, 창원대학교 총학생회 선본의 ‘해외여행비 반값’ 선거 공약 등이 그 예다.
이에 지난 21일 서울신문에 ‘대학가 포퓰리즘 선거 정치권 뺨친다’는 제목으로 기재된 사설을 통해 ‘선거 공 약이 현실성 없고 대학 사회의 진지한 고민과 정의, 용기 등이 공약에 담겨 있지 않다’고 현재 대학가 선거 공약을 비판한 바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의 편의와 복지를 위한 공약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진부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논란에 휩싸인 대학가 선거공약, 무엇이 문제인가?
1960~70년대에는 ‘고무신 막걸리 선거’라는 것이 있었다.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고무신과 막걸리를 사주고 표를 얻는 매표 행위였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이하 이 사무총장)은 “지금의 학생회 공약은 고무신 막걸리 선거와 별 다르지 않다”며 현 대학가 학생회 후보로 나온 선본들의 공약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학생회는 학생들의 대의를 받아 공적활동을 하는 곳인데 학생회 후보로 출마한 선본들이 세운 공약을 봤을 때 이게 과연 공적활동으로 삼을 수 있는 공약인가 싶었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개인 블로그에 ‘총학생회 선거, 선심성 공약의 바다’라는 제목으로 대학가 공약에 관한 글을 쓴 닉네임 하인리히 하이네(이하 하이네)는 ‘성형수술비 지원’, ‘라식수술비 지원’ 등의 선심성 공약이 비판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는 “대학 학생회의 기본적인 규칙은 ‘학생 자치의 실현을 통해 학생들의 권익을 증대시키는 기구’인데 정작 학생회 선본들이 학내 문제와 전혀 관련 없는 공약이나 소수 학생들만 혜택 받을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며 “이러한 공약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전했다. 이어 하이네는 대학가에서 선심성 공약이 세워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전부터 선심성 공약은 있었다  
선심성 공약은 지난 1990년대 학생회 선거에서도 조금씩 존재했었다. 이 공약들이 본격화된 것은 대학생 사회가 붕괴되기 시작한 지난 2000년대부터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 2008년 사이에는 편의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넘어 USB, 다이어리, MP3 등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 나오기도 했다.
하이네는 “학생사회가 붕괴되면서 총학생회 선거가 기성 정치와 다를 바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상황이 학생들의 투표의욕 감소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투표율이 잘 나오지 않게 되면서 학생회 후보로 출마한 선본들이 이목을 끌고 보자는 식으로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게 됐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 10년 간 ‘학내 문제는 학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풍조가 있어 대학 학생회가 세울 수 있는 공약의 입지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급기야 우리나라 최고 지성이 모여 있는 대학에서 정치권처럼 선심성 공약이 나오게 됐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대학가 선거가 변해야 할 때
이 사무총장은 현재 ‘나만 아니면 돼’, ‘나만 잘 살면 돼’와 같은 이기주의가 대학 내 깊숙이 침투한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과연 지성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올바른 선거공약을 세우기 위해서는 이기주의로 물든 대학사회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공동체 사회’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생들에게 여러 사회적 활동이 요구되는 지금은 이기주의로 물들었던 과거와 다르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생각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대학가에서 이기주의보다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방안으로 인문학 교육을 이야기한다. 그는 “경희대학교의 경우 인문학 교육을 일정 시간 받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는 제도가 있다”며 “인문학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학생회 후보 선본들이 이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선거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당선 된 선본은 학생들과 어떤 소통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학이 등록금 문제만 이야기하지 말고 사회적 문제에 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단순히 학내 문제만 이야기하는 대학이 아니라 공약을 학내에 관한 것과 학외에 관한 것으로 나누어 한ㆍ미 FTA같은 학외 문제에 관해서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총장은 “학생회 후보로 나온 선본이라면 미국 의회의 ‘의정활동계획’처럼 ‘학생회활동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총학활동계획’은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첫째로는 학생회로 활동 포부, 둘째로는 공약 중 어떤 공약을 중점으로 학생회 활동을 진행할 것인지, 셋째로는 현 학칙과 규정을 살펴 학생복지를 위한 문제제기이다. 

우리대학 학생회 선본의 선거 공약은
이진석(디미 08) 학우는 우리대학 학생회 후보로 나온 선본의 선거공약 역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학업에 관한 공약보다 학교 시설에 관한 공약이 많다”며 “그 중에서도 지나치게 복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연 이 공약들을 지킬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비현실적인 부분이 없잖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용석(경정 04) 학우는 “사실상 선거공약 뿐만 아니라 서로의 공약을 비판할 수 없게 세칙화 해 놓은 우리대학 선거 세칙도 문제”라며 “공약을 비판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놓고 세칙을 정하든 했어야 하는데 무조건 비판을 못하게만 세칙을 정해 놓아 학우들은 잘못된 공약이 뭔지 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심태형(영문 09) 학우는 “얼마 전 우리대학 학생회 선거가 끝났는데, 말을 들어보니 후보자의 선거 공약도 제대로 읽지 않고 투표를 하는 학우가 있는 모양”이라며 “학생들이 투표를 의무적으로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박용석 학우는 “선거에 참여하는 학우들의 분별 의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이네는 “재학생들이 학교 선거는 물론이고 학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학내 문제에 대한 학생회 후보들의 입장이 어떤지 윤곽만이라도 알고 있어야 올바른 선거공약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선거 투표를 하기 전에 각 후보들의 이력과 공약이 적힌 유인물을 유심히 봤으면 한다”며 “그 공약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를 ‘비판적’으로 읽고 판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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