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누구를 위한 대학평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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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누구를 위한 대학평가인가?
  • 이연주
  • 승인 2011.11.0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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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논란 속에 놓인 대학평가를 살피다
누구를 위한 대학평가인가?
끊임없는 논란 속에 놓인 대학평가를 살피다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1994년, 중앙일보를 필두로 시작됐다.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는 ‘교육 소비자에게 대학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고등교육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다. 뒤이어 2008년에는 조선일보가 영국 리서치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공동으로 아시아 대학평가를, 2010년에는 경향신문이 대학지속가능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세 곳의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학평가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에서는 지난해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비판하면서 올바른 대학평가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해 세 명의 대학생이 20대의 입장에서 정치풍자를 펼치는 프로그램 ‘나는 껌수다’는 1회 방송에서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대한 비판을 장장 50분 간 쏟아냈다. 왜 이들은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교육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비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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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정치풍자 프로그램 ‘나는 껌수다’에 출연한 대학생 패널들의 모습이다.

대학 간 경쟁만을 부추기는 언론사의 대학평가 
한국대학생연합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 박자은(국어국문학과 08) 회장(이하 박 회장)은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대학 사이에서 “경쟁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마다 특성화된 부분이 있는데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회장은 부실대학을 선정할 때 사용된 평가지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몇 가지 기준으로만 이루어진 부실대학의 평가지표는 각 대학 고유의 특성과 항목을 무시하고 있어 부실대학 선정 결과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언론사의 대학평가 지표 역시 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박진배 교수(이하 박 교수)는 언론사에서 발표한 대학평가 지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평가의 세부 지표 및 각 지표 부분에서 대학들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의 예로 언론사의 대학평가 지표 중 ‘강의 평가 공개비율’을 지적했다. ‘강의 평가 공개비율’은 교수들만 알고 있던 강의 평가 결과를 학생들에게 알린 정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지표다. 하지만 강의 평가 결과에서는 학생들이 평가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의 평가 결과 공개비율’을 대학평가의 지표로 삼아 교육의 질을 따지기란 힘들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우리대학은 지난 9월 26일, 중앙일보에서 발표한 대학평가에서 전국 37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중앙일보의 대학평가 결과에 대해 우리대학 평가감사팀 김찬우 주임(이하 김 주임)은 “국립대와 사립대학에 동일한 평가기준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국립대와 그렇지 않은 사립대에 동일한 평가기준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평판도 조사에서 고등학교 졸업생의 지원 사항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평판도 조사를 기업체 인사담당자와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로만 진행하다 보니 실제 고등학교 졸업생의 지원율이나 선호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나는 껌수다’에서는 “기업 인사담당자와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가 대학에 대해 평가를 하다 보니 기존의 학벌주의가 반영되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팀 강홍준 팀장(이하 강 팀장)은 “대학평가 지표는 전국대학교 기획처장 협의회가 구성한 자문위원회에서 선정된 8명의 위원이 지표의 기준을 결정한다”며 “중앙일보 측은 그 지표를 받아쓰는 것 일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팀장은 “각 대학들이 자체평가를 할 때 중앙일보 측의 대학평가 지표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대학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혹은 표준적인 지표를 만들어 쓰기 힘들기 때문에 중앙일보의 지표를 차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 주임은 “주객이 전도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각 대학들은 중앙일보의 지표를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알리미’ 사이트에서 검증된 대학의 주요현황 데이터를 지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중앙일보에서 대학알리미 통계 자료를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대학평가의 지표를 무조건 가져다 쓰지 말고 어떻게 지표가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한 뒤 활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대학평가에 관한 공정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대학평가가 언론사의 수익 사업으로 이용될 수 있는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실제로 이익을 위해 대학평가를 실시하려고 한 언론사가 있었다”며 “대학들이 언론사의 대학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광고를 싣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끌려가기 바쁜 대학들 
박 교수는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따른 등수가 대학총장의 능력평가로 비춰지고 등수의 등락에 따라 동문들의 질책과 추궁이 따른다고 말한다. 그는 “언론사의 대학평가에서 받는 등수를 올리기 위해 총장들은 홍보비를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며 “등수만 따라가기에 급급한 대학들이 서열화ㆍ획일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언론사의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새 건물을 짓고 새로운 제도를 마구잡이로 개설하고 있는 대학에 대한 불만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은 “평가순위를 올리기 위해 새 건물을 짓고 새로운 제도를 개설하는 것은 단지 보여주기 위한 발전일 뿐”이라며 “정말 학생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학교가 발전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좋은 대학평가를 받기 위해 대학이 언론사의 대학평가만을 따라가는 측면이 있어서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어 박 회장은 “언론사의 대학평가 지표에 맞춰 예산을 사용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교수는 대학들이 언론사의 지표에 따라 정책을 시행하는 모습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학교가 원어 강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국어학을 영어로 배우고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대학이 무리하게 원어 강의 비율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이어 박 교수는 “교환학생을 비율로만 따지니까 대학들이 베트남 등의 동남아 권에서 유학생들을 많이 데려온다”며 “유학생 수를 경쟁적으로 채우려다 보니까 수준 높은 유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우리대학 서보송(문정 07) 학우는 “언론사 별로 평가 기준이 다른데 대학이 굳이 그 평가에 맞춰 예산을 사용하고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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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올바른 대학평가가 이뤄지려면
박 회장은 “학생들에게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지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대학평가란 각 학교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평가다. 
박 교수는 대학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든다. 외국에서는 국가에서 대학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인증 받은 기관이 따로 존재해 그 기관에서 실시한 대학평가는 사회적으로 검증돼 공정성과 권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대학 유민상(경제 06) 학우는 “우리나라에서도 인증 받은 기관이 모든 대학을 총괄해 평가를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학평가에는 대학생이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대학평가에 참여하며, 대학생들은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참여를 하지 못한다. 이에 박 교수는 “대학평가에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을 찬성한다”며 “다만 대학생들이 대학에 대한 평가를 직접적으로 내리려고 하는 것 보다는 어떻게 참여하는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언론사 중 경향신문만이 유일하게 평가지수 항목에서 대학생 1만 5천 명에게 설문조사를 받았다. 이에 ‘나는 껌수다’에서는 “상위 30위 대학을 선정해 설문조사를 돌린 것이 아쉽다”고 평했다. 경향신문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안치용 소장은 “대학평가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며 “대학평가는 공익적인 목적과 사회적인 선으로 이루질 때야 올바른 평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대학평가가 점수를 매기고 등수를 기록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대학의 더 나은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대학평가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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