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배달-맷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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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배달-맷돌
  • 이연주
  • 승인 2011.10.20 19: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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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

맷돌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속담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어처구니’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를 말한다.
맷돌의 형태는 보통 둥근 돌 두 짝을 위아래로 겹쳐 아랫돌(숫맷돌)의 중심에 박은 중쇠(숫쇠)에 윗돌(암맷돌)을 끼운다. 윗돌에 뚫린 아가리를 통해 곡물을 넣고 윗돌을 회전시켜 곡물을 간다. 맷돌은 선사시대의 갈돌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며 우리나라는 신석기 시대에 그 초기 형태가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용도에 따라 곡식의 제분용이나 탈곡용으로 구분되었으며 쓰임에 맞춰 재질도 나무, 돌 등을 사용하였다. 지금은 믹서나 분쇄기 등에 밀려 실생활에 사용하는 곳이 별로 없고 장식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맷돌은 필수품이었다. 맷돌은 단순한 원형이 많지만, 문양을 새기거나 동물 모양 등 특이한 형태도 있다. 우리대학 박물관에 소장된 맷돌 중 호랑이 모양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 호랑이형 맷돌은 귀 달린 아랫돌을 귀여운 얼굴을 지닌 호랑이 한 마리로 만들었다. 호랑이 머리는 동그랗게 치켜뜬 눈에 송곳니가 드러난 주둥이를 돌출되게 조각하고 수염과 줄무늬는 굵게 음각하여 표현하였다. 네 다리와 몸통은 방형 몸돌에 돋을새김으로 두드러지게 깎아냈다. 다리 사이는 이중의 연잎을 아래로 향하도록 양각하였다. 섬세하게 장식된 윗돌의 윗면에는 비늘까지 자세히 표현한 두 마리 물고기가 마주도록 부조하였고 측면에는 덩굴 문을 음각했다. 손잡이 부분에서는 투입구 부분으로 갈수록 비스듬하게 높이를 낮춰 곡물이 투입구로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고기 머리가 마주보는 지점에 어처구니를 끼울 수 있도록 홈을 파고, 중앙의 두 물고기 사이 공간을 움푹하게 만들어 투입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였다. 갈아진 내용물은 아랫돌로 흘러나와 앞쪽에 모인 후 호랑이 머리를 지나 쫙 벌어진 입으로 배출되도록 하였다.
이 맷돌에는 호랑이와 물고기라는 대표적인 길상문양이 사용됐다. 호랑이는 예부터 우리민족과 매우 관련성이 높은 동물로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전래동화나 전설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사신도에서는 동쪽의 수호신으로 등장하며, 신선도에서는 신선의 변신이거나 전달자로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영험한 동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림이나 문양의 주제로 많이 사용되었다. 호랑이는 그 용맹성 때문에 귀신을 막아준다는 벽사(?邪)의 의미를 지녔으며, 관복의 흉배에 사용되는 동물이므로 출세와도 관련된 길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윗돌에 새겨진 물고기는 ‘어(魚)’가 넉넉할 ‘여(餘)’의 중국어 발음(yu)과 같아 여유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채집생활을 하던 선사시대에는 물고기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 많은 암각화의 주제로 등장한다. 두 마리의 물고기는 부부금슬이나 화목을 의미하며 알을 많이 낳는 것에 연유하여 다산을 상징하기도 한다. 눈을 계속 뜨고 있는 물고기의 특성을 빌어, 항상 경계하고 귀중한 것을 지킨다는 의미로 물고기 모양의 자물쇠도 만든다. 이렇게 물고기는 풍요, 화목, 출세, 효성 등 다양한 상징을 담고 있는 문양이다.
맷돌에는 이렇게 잡스러운 것을 막아주는 호랑이와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물고기가 새겨져 있어 문양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두고 좋은 일을 기원했던 옛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생활도구지만 맷돌의 용도와 호랑이 모양을 조화롭게 표현한 방식, 세심한 조각수법 등을 보아 매우 격이 높은 유물이다. 아마도 일반 민가보다는 귀한 집안에서 사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호랑이형맷돌.jpg

 

 

△호랑이형 맷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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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남 2021-01-23 23:12:27
맷돌 손잡이는 맷손입니다. 어처구니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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