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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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극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 이연주
  • 승인 2011.10.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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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화의 거리로 자리 잡고자 노력하는 모습 볼 수 있어

꼭지1
아이콘)대학로의 모습을 살피다
70~80년대 대학로 모습부터 현재까지
뉴욕에는 브로드웨이가, 런던에는 웨스트엔드가, 서울에는 대학로가 있다

대학로 이미지1.jpg대학로 이미지2.jpg
△80년대 대학로의 젊은이들에게 거리공연은 익숙한 청년 문화였다.(좌)
△2004년도에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 되고 난 이후 상업시설이 대폭 늘어나 과거의 공연문화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우)

연극이 있는 유명한 거리로는 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 런던의 웨스트엔드가 있다. 그리고 서울 종로에는 대학로가 있다. 대학로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에서 이화동 사거리에 이르는 1.1km의 거리를 말한다. 과거 서울대학교가 위치했던 자리라 하여 대학로라는 명칭이 붙었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극단이 모여 있어 연극의 메카로도 불린다. 지난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후 대학로 전반에 지나치게 상업화된 연극이 늘어났다. 또한 대학로 거리에는 상업적 시설도 급격히 늘어났다. 현재 대학로는 ‘문화의 거리’와 ‘상업적 번화가’의 갈림길에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70~80년대의 대학로는
서울종합예술학교 연기예술학부 연극과 윤현식 교수(이하 윤 교수)는 70~80년대 대학로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70~80년대 당시 전두환 정권은 스포츠나 문화생활로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했었다”며 회상했다. 당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권은 군사정권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일련의 문화적 조치들을 취했다. 대표적인 예로 교복자율화와 두발자유, 야간통행금지의 해제, 여의도 국풍축제, 해외여행의 자유화, 프로야구, 대학로 주말 축제 거리 조성 등이 있다. 국가에서는 토요일 마다 대학로의 교통을 통제해 대학로에는 차 없는 거리가 조성됐다. 많은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섞여 다니며 대학로 문화를 즐겼다. 윤 교수는 “그 당시 대학로에는 여러 문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과 시민들의 문화적인 욕구가 맞물려 대학로에서 사회문제를 다룬 연극이 문화적으로 성행할 수 있었다”며 “대학로에서 연극은 소통 그 자체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교수는 “70~80년대 대학로는 상업적 시설이 거의 없었는데 현재 대학로에는 상업 시설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대학로에 찾아온 변화
서울시는 지난 2004년 5월, 대학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했다. 문화지구란 특정한 문화가 모여 지역적 특색을 나타내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 문화지구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은 특징적 문화요소를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받게 된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대학로에 밀집해 있는 60여 개의 소규모 극단을 지원해 대학로 연극의 성장을 꾀했다. 서울시 종로구 문화공보과 문화사업팀 정유섭 팀장(이하 정 팀장)은 “대학로의 전반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일정한 구역을 통제함으로써 하나의 지구를 수립한 것이 지금의 대학로”라며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거리를 정비하고 보도블록부터 건물 디자인까지 대학로 문화지구에 맞춰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로에 자리 잡았던 60여 개의 소규모 극단이 140여 개로 늘어났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극단이 폐업과 개업을 반복하는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급격히 늘어난 자본으로 인해 대학로 연극은 대중성이 강조되고 예술성이 떨어지는 연극 위주로 변했다. 윤 교수는 인사동을 예로 들며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후 변해온 모습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인사동은 대학로보다 이전에 문화지구로 지정된 예”라며 “그 후 땅 값과 임대료의 상승으로 예술가들은 인사동을 나올 수밖에 없었고, 예술가들이 사라진 인사동 거리는 상업화된 시설들로 가득 차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윤 교수는 “인사동과 마찬가지로 대학로도 점차 상업적인 면이 강화되면서 예술성 있는 연극이 감소해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소통을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국가는 연극이 주는 효과를 인정하고 극단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 팀장은 “2004년부터 극단을 지원 하고 있지만 지원 제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지원 제도에 변화가 필요한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금을 새롭게 조성하고 공연ㆍ미술관ㆍ박물관과 같은 문화 관련 시설을 정비해 갈 것”이라며 “대학로가 문화지구가 된 이후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상승한 부분은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라고 전했다. 정 팀장은 “앞으로 공연 예술 발전에 지원을 활성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성을 지키는 오프 대학로
상업화된 뮤지컬로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잃은 브로드웨이를 변화시키자는 ‘오프 브로드웨이’가 뉴욕에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연극다운 연극을 하고자 하는 ‘오프 대학로’가 있다. 오프 대학로는 대학로를 벗어나 인근 혜화동과 명륜동에 위치한 연극 길을 말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극장인 ‘삼일로 창고극장’은 참다운 연극을 하고자 하는 오프 대학로 중 하나이다.
삼일로 창고극장 정대경 대표(이하 정 대표)는 “오프 대학로는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상업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작품성 있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후 유흥문화 위주로 발전하면서 오히려 사람들이 연극을 잘 보지 않아 전반적으로 극단 운영이 힘들어졌다”며 “시민들에게 대학로가 문화의 거리이며 대학로 자체가 자랑스러운 문화임을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 대표는 “그렇다고 해서 대학로에서 상업적인 것이 아예 사라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며 “상업과 예술성이 공존해야 대학로가 진정한 문화 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은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윤 교수는 “대학로 문화가 한 층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학로 연극이 오프 대학로와 같이 다른 지역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로 한 곳에만 연극이 모여 있으면 오히려 연극 문화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대학로 연극의 문화인 실험극을 잊지 말아야 대학로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현재 TV에서 방영되는 보여주기식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람들이 눈앞에 보이는 허상만을 쫓게 되는 것 같다”며 “꾸준하게 자신을 연마하고 기초를 닦아야만 성공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꼭지2
아이콘)거리로 나온 연극
거리에서 연극을 만나다
대학로 소극장 축제인 D. FESTA를 통해 연극의 새로운 모습을 보다

2007년도부터 개최되고 있는 대학로 소극장 축제인 D.FESTA는 대학로가 시민들에게 소통의 공간으로서 다가서고자 기획됐다. D.FESTA의 D는 ‘Daehakro’의 첫 글자에서, FESTA는 ‘축제’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 28일, 본 기자는 D.FESTA 거리공연장을 방문해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공연을 관람하는 아이부터 함께 공연을 보러 나왔다는 노인 부부까지. 시민들은 거리공연의 재미에 빠져 있었다.

배우와 관객의 눈높이가 맞는 거리공연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자본에 떠밀려 위축되어버린 대학로 소극장. 이를 활성화하고자 개최된 것이 D.FESTA다. 이번 D.FESTA는 지난달 24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65일 동안 열린다. 단, 거리공연인 OUT DOOR은 오는 23일까지, 극장 내부에서 진행되는 공연인 IN THEATRE는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진행된다. 대학생 신분으로 D.FESTA를 직접 기획하는 성균관대학교 이두영(러시아어문학과 06) 기획단장(이하 이 단장)은 “이번 D.FESTA는 지난 D.FESTA 보다 한 달 가량 기간을 연장했다”며 “이번 D.FES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28일 거리공연은 권율 작가의 ‘빨간 하이힐과 백구두의 외출 생각’ 조형물 뒤에서 진행됐다. 공연에는 대학로 입담 콤비로 유명한 개그맨 윤효상과 김철민이 차례로 등장해 노래와 입담으로 개그를 펼치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였다. 이어 신문홍 컨택트 저글링 아티스트(이하 신 아티스트)가 다섯 개의 공을 촛대로 받아내는 컨택트 저글링을 선보였다. 컨택트 저글링이란 공을 도구로만 사용했던 전통적인 저글링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물로 저글링을 하는 것을 말한다. 신 아티스트는 국내 최초의 컨택트 저글링 아티스트다. 그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D.FESTA에 참가하게 됐다”며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는 대학로가 D. FESTA 축제를 통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친구들과 함께 거리공연을 관람하던 명지전문대학교 신현주(경영학과 10) 학생은 “거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극단 ‘One Voice In Colors’는 가치 있는 삶을 주제로 부채춤ㆍ힙합ㆍ뮤지컬ㆍ중창을 선보였다. 중창에서는 ‘Nella Fantasia’, ‘You Raise Me Up’, ‘Oh, Happy Day’를 단원들이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다. ‘One Voice In Colors’의 박성희 대표는 “거리 공연을 위해 단원들이 주먹밥을 팔아 기금을 마련하기도 했다”며 “단원들이 열심히 준비한 만큼 D.FESTA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성희 대표는 “거리공연을 통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웃고 노래하고 즐기는 여유를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에게 연극에 대한 친근감을 주고자 제작된 엄정애 작가의 ‘손이 큰 아이들’ 인형은 공연 내내 인기였다. 시민들은 인형의 손을 잡고 노는 등 거대한 인형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족과 함께 거리공연을 보러 왔다는 엄인휘(37)씨는 “이렇게 가족과 함께 거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어 즐겁다”며 “우리나라는 거리문화가 드문 편이라 거리공연이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만 D.FESTA 홍보가 부족한 면이 있어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단장은 “현재 대학로는 상업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유흥문화 성향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사람들이 대학로의 문화적 가치를 무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이럴 때일수록 대학로 자체에 관심이 필요하다”며 “배우와 시민이 함께 하는 거리공연을 통해 대학로 문화가 살아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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