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기준이 새로운 부실대학을 낳지 않으려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전국 346개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43개 대학이 재정지원 제한 또는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선정됐다. 선정기준은 취업률,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재학생 충원율 등이었다. 이번 부실대학 선정을 놓고 ‘정량적 평가에 치중하여 질적 평가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현재 취업률 산정방식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를 기준으로 하여, 졸업 후 프리랜서 활동이 많은 예술대학의 경우에는 일반 대학에 비해 취업률이 낮게 산정될 수밖에 없었다.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추계예술대학교 곳곳에는 ‘예술대학을 취업률의 잣대로 평가한 몰상식에 분노한다’는 등의 플래카드가 붙기도 했으며, 교과부는 “내년부터 국세청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하여 프리랜서도 취업률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업률 기준이 문제가 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취업률이 부실대학 선정에 중요한 잣대가 되면서, 추후 대학의 학과개설과 교육내용이 취업중심으로 개편되어 대학이 ‘직업훈련소화’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과거의 ‘대학설립 자유화와 무분별한 입학정원 증원 정책’이 낳은 대학들 속에서 ‘졸업장으로 장사’하는 일부 ‘무늬만 대학’인 곳도 있다. 그러나 취업률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아 대학이 직업훈련의 장소로 변질된다면 이것이 바로 대학의 의미를 잃은 진정한 부실대학이 아닐까.
대학은 암기하고 훈련을 받는 곳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심층적으로 학문을 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부실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은 이러한 대학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 앞으로도 대학에 지금과 같은 시장경제논리로 평가의 잣대를 들이민다면 우리나라의 대학은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는 대학가 구조조정 바람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대학의 잘못된 경영으로 인한 책임을 학생에게 ‘부실대학 학생’이라는 낙인형태로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하여 부실대학이라는 명칭의 화살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 또, 부실대학을 선정하는 기준은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대학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채찍의 도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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