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발생하는 재단 비리,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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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발생하는 재단 비리, 무엇이 문제인가
  • 최홍
  • 승인 2011.06.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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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사와 학내 감시기구 모두 유명무실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비리 재단, 무엇인 문제인가

정부 감사 또는 학내 감시기구도 유명무실해


대학생 A구은 공부하는 시간을 아끼며 아르바이트를 한다. 최저임금도 못받아가며 등록금을 벌었지만, 매년 인상되는 등록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학교 측은 재단에 돈이 부족하다며 등록금을 매년 인상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후, A군은 재단 측에서 교비를 횡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A군은 그제서야 자신의 등록금이 재단의 비리에 사용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학비리 재단, 복귀 진행 중

“서일대학의 주인은 이사장이지, 학생들이 아니다”

서일대학 이용곤 전 이사장은 비리재단 복귀에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1999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종합감사에서 서일대학은 277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교비 회계에서 임의로 구입하는 등 12가지의 비리를 저질렀다. 당시 재단 이사장이자 서일대학 설립자인 이용곤 씨는 끝내 비리 문제를 해명하지 않았고, 결국 정부로부터 관선이사가 파견됐다. 당시 서일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244억 원인데 비해, 재단전입금은 단돈 1천 원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임에도 2006년 교과부로부터 나온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정 이사 체제 전환 대상에 서일대학을 포함시켰다. 결국 2009년 서일대학은 정 이사 체제로 전환되었고, 지금은 이용곤 전 이사장의 둘째 아들 이문연 씨가 이사로 재직 중인 상태이다. 서일대학 조형락(건축학과 05) 총학생회장은 “족벌체제ㆍ교비횡령ㆍ학사개입 등을 봤을 때, 전 이사장 측은 학교를 개인소유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힘을 모아 재단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세종대학교는 2003년 학교법인 기본재산인 토지를 처분하면서 처분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총 50억 7천만 원의 손실을 초래했었다. 또 대학출판부 사옥 건축을 위해 교육용 시설의 입주가 불가능한 공장시설 부지를 매입하는데 교비에서 54억 8천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감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더불어 장학금을 조교인건비ㆍ입시수당 등에 지출하면서도 대학평가를 위해 장학금 항목에 포함 시켜 실제 장학금 비율을 허위로 기재했다. 이처럼 전 이사장은 업무 추진 비ㆍ연구비ㆍ회의비ㆍ장학금 등 각종 경비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 2004년 교과부의 감사로 퇴출당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리재단 추천 인사들이 이사로 선임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사분위가 세종대학교 이사정수 9명 가운데 구 재단 추천인사 5명, 설립자 추천인사 2명으로 정 이사를 선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세종대학교 유제승(나노공학과 06) 총학생회장은 “전 이사장은 교비를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려 한다”며 “그런 재단을 복귀하게끔 기회를 제공한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덕성여자대학교 역시 사학비리 재단이 복귀 중이다. 덕성여자대학교는 1920년 여성 교육가이자 독립운동가로 여성계몽에 앞장섰던 차미리사 선생이 설립했다. 이후 1940년에 차미리사 선생은 조선총독부의 압력으로 교장 직을 떠났고, 친일파로 알려진 송금선 씨가 교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이후, 송금선 씨의 아들 박원국 전 이사장이 대를 이어 이사장 직을 맡게 되었고, 재단은 불법적인 비리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1997년 당시 박원국 전 이사장은 비리 행위로 인해 이사장 취임 승인이 취소됐으나, 2001년 임원승인취소처분 소송에 승소하면서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학내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치자 교과부는 덕성여자대학교 학내 분규 해결을 위해 박원국 전 이사장 대신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하지만 최근에 구 재단은 사분위를 통해 다시 재단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덕성여자대학교 김초은(식품영양학과 08) 부총학생회장은 “당시에 박원국 전 이사장은 비자금 310억 원을 조성했었고, 자신의 재단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모두 퇴출시켰다”며 “교수 채용과 학과 통합 등의 학사 개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학비리 재단의 복귀는 학우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라며 “사학비리 재단 문제를 해결해야 적립금 문제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교과부가 펴낸 ‘2009년 사립학교 감사 백서’를 보면, 2007년부터 3년 동안 각종 비리 혐의로 감사를 받은 대학은 40곳이며, 학교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부당하게 회계 처리한 액수도 406억 원에 이르렀다. 또 지난해 10월 교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사립대학 138곳 중 65.2%에 이르는 90곳이 ‘족벌 세습운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당 학교 측들은 사학비리 재단 복귀에 대해 ‘잘 모르겠다’ 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덕성여자대학교 기획 예산팀의 한 관계자는 “전 이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하는데, 비자금은 한 푼도 없었다”며 “근거 없는 소리”라고 밝혔다. 또 세종대학교 기획과의 한 관계자는 “그쪽 관련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지금 아는 것이 없어 답변하기가 곤란하다”고 전했다.


공정성과 중립성을 잃은 사분위

사분위는 교과부 장관에 소속되어 사립학교의 임시이사 선임 및 해임, 임시이사를 선임한 학교법인의 정상화 추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위원회이다. 사분위 위원은 대통령이 추천하는 3명,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3명,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5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학분쟁을 조정해야 하는 사분위가 오히려 비리재단 복귀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분위는 ‘임시 이사에게는 정 이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당시 대법원의 판결을 ‘임시이사들이 정 이사를 결정할 수 없으니, 구 재단들이 복귀해야 한다’로 해석했다. 이어 그들은 영남대학교ㆍ서일대학교ㆍ조선대학교ㆍ세종대학교ㆍ상지대학교를 구 재단 복귀로 결정했고, 대구대학교ㆍ동덕여자대학교ㆍ덕성여자대학교ㆍ대구미래대학교 등은 구 재단 복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또는 전문가들은 사분위가 공정성과 중립성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종삼 연구원(이 김 연구원)은 “사분위에 보수적 인사들이 많다보니, 결정에도 그 영향이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사학분쟁을 해결하려고 해야지, 조정하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애초부터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설립조차 말이 안되는 기구”라고 전했다. 또 이에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팀장(이하 안 팀장)도 교과부 산하 사분위가 보수적 인사와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안 팀장은 “정부 측이 사학재단의 이사장과 친하다는 의혹을 버릴 수가 없다”며 “예를 들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역시 영남대학교 재단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비밀리에 진행되는 사분위의 회의도 문제라고 한다. 김 연구원은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폐쇄적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런 투명하지 않은 회의 과정에서 편향된 논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덕성여자대학교 김하영(유아교육학과 09) 학생은 “비민주적인 사분위는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며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인사로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립대학, 감시하는 기구도 없어

재단비리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학재단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안일할뿐더러, 재단 내부에도 제대로 된 감시기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조사대상 157개 사립대학교 가운데 교과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이 78개나 된다. 즉, 30년간 절반의 대학만이 정부의 감사를 받은 셈이다. 안 팀장은 “사립대학의 수입은 모두 등록금이자, 국민세금인데도 정부는 외부감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사립대학을 민간인에게 맡겨놓고 무한한 자유를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학교 또는 재단 내부에 견제기구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한다. 재단 또는 학내의 감시기구에는 외부 인사를 이사로 두는 ‘개방이사제’와 평교수들이 대학발전과 교육에 관한 각종 중요사항을 최종 결정하는 기구인 ‘대학평의원회’가 있다. 실제로 사립학교법 제14조를 보면 ‘학교법인은 이사정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이사를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선임해야 한다’고 나온다. 또 사립학교법 제26조의 2에 따르면 ‘대학교육기관은 △대학의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대학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위원의 추천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해 대학평의원회를 둬야 한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지난해 김상희 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4년제 사립대학 145곳 가운데 고려대학교ㆍ연세대학교ㆍ성균관대학교ㆍ이화여자대학교 등을 비롯한 주요대학 11곳은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한국교육연구소도 개방이사회 역시 사립대학에서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사립대학들이 사립학교법에 나와있는 법령을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이는 사립대학 준법정신이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개방이사제도와 대학평의원회가 구성되어 있더라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언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대부분은 형식적인 기구로만 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시기구 정상화하고, 예ㆍ결산 공개해야

전문가들은 사학비리 재단의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과부의 감사를 강화해야 하고, 대학 또는 재단 내부의 감시기구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 팀장은 “대학의 예산은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공적자산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사립대학의 이사회에서 공인사의 인원을 늘리고, 학생과 학부모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원도 “사립대학 이사회의 회의록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며 “내부 감시기구인 개방이사회와 대학평의원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감사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정부는 사학비리 재단 복귀 또는 재단비리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교과부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대학 민효민(행정 07) 학우는 “학내에 제대로 된 감시기구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예ㆍ결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고매수: 25.6매

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사회 사진 2.jpg
덕성여자대학교와 대구대학교의 학생, 교직원, 교수들이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사학 비리재단의 복귀에 대해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회 사진 1.JPG
서일대학 조형락 총학생회장이 정문 앞에서 사학 비리재단 복귀에 대해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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