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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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
  • 황윤식
  • 승인 2009.09.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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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
내가 귀국한 후 서울의 여러 대학을 오가며 시간강사를 했던 2004년 즈음부터 지금까지,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던 학생들 표정이 요즈음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경기침체 속에서 모두가 힘들지만, 특히 취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힘들어하는 우리 학생들의 마음 속 무거운 짐이 그들의 표정 속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아서다. 나의 학창시절은 어떠했던가. 새내기 땐 입시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대학의 낭만을 마음껏 느꼈고, 이후 졸업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었던……. 돌이켜보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물론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우리가 누렸던 풍류와 낭만을 과시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한 가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이다. 

  ‘청년기 역경은 삶에 거름이 되고, 장년기의 역경은 좀처럼 넘기 힘든 산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글렌 엘더Glenn Elder의 연구는 위의 말을 입증해주는 실례라고 볼 수 있다. 엘더는 1929년 시작된 ‘경제대공황’이 개개인의 삶을 어떻게 흔들어 놓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역경의 영향은 개인의 일생을 통해 어떻게 발현되는지 연구했다. 연구결과 10대 중반과 20대 사이 대공황을 겪은 이들 중 다수는 가족과 친구를 포함한 주변인과의 정서적인 교류를 통해 역경을 헤쳐 나갔고, 1940년대 초 이들의 가족은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서게 되었다. 결국 청년들은 ‘낙관주의’를 배우게 됐고, 이러한 낙관주의는 개인의 삶의 굴곡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거름이 되었다. 대조적으로 30대 이후 처음으로 역경에 부딪힌 이들은 이를 잘 극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20대의 우리 학생들은 지금의 어려움을 통해 한층 성장할 것이고, 이후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잘 이겨낼 수 있는 적응기제를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이다. 30~40대가 학창시절 누렸던 풍류와 낭만을 청년들은 앞으로의 삶을 지탱해줄 적응기제와 맞바꾸고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렇듯 ‘긍정’은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적응제가 되기도 하지만, 나아가 건강과 인간관계, 그리고 사회생활 등 우리 인생의 모든 부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최근 △의학 △사회학 △생리학 △심리학 분야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 한 가지만 소개한다. 얼마 전 치매의 원인과 발현에 대한 연구의 성과물을 책으로 발간한 데이빗 스노우든David Snowdon이란 의학자가 있다. 그는 치매연구를 위해 미국 내 여러 수녀원 수녀들의 생활습관 및 태도를 수 십 년간 관찰했고, 수녀들의 동의하에 사후 뇌 부검을 실시했다. 치매 증상과 뇌 세포 파괴 정도는 대부분 비례했지만, 놀랍게도 생전 치매 증상이 거의 없었던 수녀님의 뇌 세포가 치매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될 정도로 많이 파괴돼 있거나 반대로 중증 치매환자로 생을 마감한 수녀님의 뇌가 치매 초기 수준으로 진단되는 일이 종종 관찰되었다. 전자는 긍정적인 성향을 갖고 있었고, 후자는 부정적인 성향이었다는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이처럼 긍정의 힘은 과학과는 대치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지금의 역경이 여러분의 앞날을 지켜줄 거름이 될 수 있는 ‘긍정성’을 기르는 과정이라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여러분께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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