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기업 스폰으로 인해 정체성 잃은 대학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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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기업 스폰으로 인해 정체성 잃은 대학축제
  • 최홍
  • 승인 2011.05.2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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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학생회는 기업으로부터 불법적인 돈을 받아

 

과도한 기업 스폰으로 인해 정체성 잃은 대학축제

투명하고 창의적인 대학축제 필요해


최근 축제의 계절을 맞아 대부분의 대학교가 기업으로부터 스폰을 받고 있다. 몇몇 학생회 측은 ‘스폰’을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예산 사용 내역은 학생들에게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축제를 주관하는 총학생회나 단과대학 학생회 등은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비판을 여론으로부터 받고 있다. 더불어 대학축제가 과도한 기업의 홍보로 인해 상업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대학축제 때 진행되는 과도한 기업 스폰에 대해 알아보았다.


학내에 들어오는 과도한 기업 스폰


대학축제가 다가오면 대학가에서는 디지털 카메라ㆍ노트북ㆍ문화상품권 등 각종 기업에서 유치한 상품이 진열된다. 스폰서로 나선 기업은 축제 한켠에 부스를 마련하고 곳곳에 현수막까지 걸면서 홍보를 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신제품 홍보에 열을 올린다. LG전자는 지난해 새로 나온 휴대폰 출시를 기념하여 축제가 열리는 대학 캠퍼스에서 ‘모바일 카페’를 운영했다. 이어 그들은 ‘모바일 카페’를 통해 학우들에게 커피와 머그컵 등을 지급하면서 자신들의 신제품을 홍보했다. 더불어 GS25는 트위터를 통해 대학축제 마케팅을 진행했다. GS25는 자신들의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글을 남긴 대학의 동아리 3곳과 학생들을 추첨으로 선정해 500만 원의 대학축제 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SKT는 대학축제에서 학생들에게 칵테일과 방석을 제공했다. 축제에 꼭 필요한 ‘술’과, 바닥에서도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방석’을 제공한 것이다. 이어 SKT는 물품제공을 통해서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Week&T’라는 행사를 홍보했다.

K대학교 축제기간에는 각종 대기업 협찬 광고가 성행하면서 광고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빈민과 노점상을 위한 주점이 사라지고 ‘○○기업과 함께하는 총학생회’, ‘○○사와 함께하는 벤처동아리’등의 문구로 도배된 모습이다. 또, 2008년 S대학교에서는 축제의 규모를 크게 하기 위해서 스폰 수입을 늘렸고, 그로 인해 각종 기업의 행사들이 학내에서 진행됐다.

기업으로부터 스폰 받는 것에 대해 동덕여자대학교 이인애(예술경영학과 08) 학생은 “스폰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업의 협찬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이벤트와 축제의 볼거리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애 학생은 “하지만 대학축제에서 지나친 기업 홍보가 주를 이루게 되면 대학축제다운 부분이 사라지게 될까봐 우려된다”며 “기업으로부터 과도한 스폰은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생 운동 단체인 청년 이그나이트 김선경 대표(이하 김 대표)는 “대학축제의 의미와 학생자치에 대한 고민이 없고 겉모습만 화려한 축제는 앙고 없는 찐빵과도 같은 것”이라며 “대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투명한 스폰 내역, 비리의혹 제기돼


K대학교 총학생회는 물품보다는 현금으로 지원받는 것을 선호한다. K대학교의 축제기획 담당자는 “축제기간 때 학생회장들이 학내 주점을 돌면서 인사도 하고 술도 팔아줘야 하기 때문에 현금이 쓰일 때가 많다”며 “이처럼 공식적으로 쓸 수 없는 돈이 상당하기 때문에 현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하지만 축제 예산안 내역은 학우들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현금은 사용 내역을 은폐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은 기업으로부터 공개되지 않은 돈을 받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강릉지역 일부 대학의 총학생회장들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년간 특정업체에 앨범제작을 의뢰하고 수십 차례에 걸쳐 1억 2천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그 대학의 전ㆍ현 총학생회장 2명은 직무에 관련되어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달아난 전 총학생회장 1명은 지명수배 됐다. 우리대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다. 2010학년도 인문캠 ‘명랑’ 총학생회 우성곤(국통 05) 회장은 광고대행사로부터 2010년 2월 18일 50만 원, 2010년 6월 11일 1백만 원, 2010년 7월 23일 1백만 원으로 3차례 총 2백 50만 원을 받았고 한다. 여기서 문제는 우성곤 전 회장이 스폰 내역을 학우들에게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 인문캠 ‘명지&U’ 총학생회 김현아(행정 07) 회장은 “학생회란 자신만의 공간이 아닌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며 “학우들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투명한 예산 공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이인애 학생은 “학생회들이 축제에 들어간 예산 내역을 밝히고 떳떳하게 활동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명한 재정관리와 창의적인 축제문화 필요해


대학축제 스폰과 관련해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축제를 주관하는 총학생회나 단과대학 학생회 등에 대해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K대학교 축제기획 담당자는 “축제 때 기업의 스폰을 받더라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불법적인 돈은 받지 말아야 한다”며 “타당한 이유와 명분으로 기업으로부터 스폰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총학생회는 학생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며 “학생들을 위한 자치기구인 만큼 학우들에게 예산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학생들도 축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대표는 “대학축제는 학생들의 자치문화를 상징하는 것이자, 단합과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자치문화의 활성화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대학생들이 문화소비가 아닌 문화주체자로서 축제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그런 힘이 더욱 창의적이고 활발한 20대의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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