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백자제기-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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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백자제기-상준
  • 이재희
  • 승인 2011.04.1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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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백자제기-상준

조선시대 백자제기-상준

백자철화문상준1.jpg

이 유물은 무엇일까요? 보는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할 것 같다. 개미핧기 같다는 분도 계셨다. 이 유물의 정식명칭은 ‘백자철화문상준(白瓷鐵畵紋象尊)’이다.
여기서 잠깐 문화재의 이름을 어떻게 붙이는지 알아보자. 복잡한 용어 같지만 간단한 작명 규칙이 있다. 예를 들면 청자(재질)+상감(문양기법)+운학문(문양종류)+매병(형태나 그릇종류) 등의 순서로 조합된다. 이름에 이미 개괄적인 정보가 담겨있으니 차근차근 읽어보면 그 유물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앞의 ‘백자철화문상준’을 풀어보면 “철분 안료로 문양을 그린 코끼리모양의 백자 술그릇”이 된다. 그냥 짧게 고유명사인 ‘상준’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상준은 그릇 외면에 코끼리를 그린 것과 그릇 자체가 코끼리 형태인 것이 있다. 코끼리를 제기로 사용하는 이유는 남방에서 나는 큰 짐승이므로 귀한 제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상준은 봄과 여름에 지내는 나라의 공공제례에 맑은 물이나 앙제(?齊: 흰 술로 현재의 막걸리와 유사함)를 담아 전체 제례 중 두 번째로 올리는 제기로 사용되었다.
이 유물은 짧은 다리에 비하여 몸통이 큰 형태이다. 등에는 장타원형 구멍을 뚫어 술을 담을 수 있도록 하였다. 술을 담는 용기의 앞부분을 길게 잡아 빼어 코끼리 머리를 만들고, 주둥이를 길게 늘여 코끼리의 특징인 코를 강조하였다. 귀와 상아는 흙띠를 덧붙여 표현하였다. 눈은 철분안료를 거칠게 찍어 그렸고, 입도 철분안료로 한 줄 그어 익살스럽게 표현하였다. 몸통에는 간격을 두고 철화기법으로 끈문양을 그렸다. 전체적인 모습은 짧은 코뿔소 다리에 코끼리 몸체가 올려진 듯하다.
그럼 조선시대에도 코끼리가 있었을까?
조선국에 코끼리가 들어온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있다. 조선 태종 11년(1411년) 2월에 “일본 국왕 원의지(源義持)가 사자(使者)를 보내어 코끼리를 바쳤으니, 코끼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명하여 이것을 사복시(司僕寺)에서 기르게 하니, 날마다 콩 4·5두(斗)씩을 소비하였다.”고 한다. 이 코끼리는 나중에 사람을 밟아 죽인 죄로 전라도의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된다. 별로 공헌하는 일도 없이 먹는 곡식의 양이 너무 많아 사육의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각 도(道)에서 돌아가면서 키워야 한다는 상소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실록의 내용으로 보아 조선시대에 코끼리는 귀하면서도 애물덩어리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 박물관의 상준 형태가 실제 코끼리 모습과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보아 이 유물을 만든 사람은 코끼리를 직접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중국과 조선국의 예서(禮書)에 등장하는 상준도 있다. 지금처럼 사진이 없던 그 당시에는 이렇게 기물에 대해서 그림과 글로 설명하였다. 조선국은 예(禮)를 중시한 나라였다.  따라서 의례나 예법 등에 대한 규범을 만들고 이를 지키고자 하였다. 즉 중국의 각종 예서들을 참고하여 조선국도 토착화된 예서를 만들었고, 여기에 국가 공공의례에 사용하는 그릇의 종류와 형태까지 세밀하게 도상으로 표준안을 제시하고 있다.
본래 조선시대 전기에 금속으로 정밀하게 주조하던 공공의례용 제기를 조선시대 중기에 구리 등의 재료가 부족함에 따라 이 유물같이 자기로 만들어 대체하게 된다. 이때에 이를 담당한 도공(陶工)이 의궤상의 그림대로 '상준‘을 만들고자 하였으나, 자기의 제작 특성상 세밀하게 표현하지 못해 이런 독특한 코끼리 모양의 제기가 태어나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 명지대학교 박물관 학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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