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모양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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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모양도기
  • 이재희
  • 승인 2011.04.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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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모양도기

<우유배달>- ‘우유배달은’ 우리대학 박물관 유물소식을 배달하는 코너입니다.

얼굴모양도기

신라인의 얼굴하면 모대기업의 로고로 활용되어 우리에게 친숙한 웃는얼굴기와(경주 영묘사지 출토)가 있다. 그럼 백제인의 얼굴은? 우선 서산마애삼존불, 군수리석불좌상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불교적 시각이 아닌 일반적인 백제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런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자료로 우리박물관이 2008년 용인시 동백동 백현유적에서 발굴한 ‘얼굴모양도기’(人面形陶器)가 있다.
이 ‘얼굴모양도기’는 백제시대 건물터의 부뚜막 옆 바닥에서 깨어진 채 출토되었다. 발견 당시는 바닥이 둥근 일반적인 ‘긴목항아리’로 보고 수습하였는데 정리하면서 깨어진 조각을 맞춰보니 둥근 부분에 눈ㆍ코ㆍ입 등이 표현되어 있었다.
사람 얼굴모양의 그릇이라니! 정식발굴로 발견된 새로운 형태의 유물에 발굴단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유물은 전체적으로 황백색을 띈 연질도기로, 내부에는 테쌓기를 해 그릇을 조성한 흔적이 보인다. 둥근 얼굴에 구멍을 내어 눈, 입, 귀를 표현하고 코와 귓바퀴는 흙띠를 덧붙여 만들었다. 머리 윗부분은 두께가 매우 얇으며 정수리에는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다. 둥근 얼굴에는 그릇을 단단하게 하기위해 벽면을 두들긴 흔적이 문양처럼 깊게 베풀어져 있고, 긴 목 부분에도 그 흔적이 얕게 남아 있다. 목 아랫부분은 살짝 벌어진 형태로 마무리 되었으며 제작 당시의 흔적으로 보이는 손톱자국이 두개 나있다.
백제 유물 중에서 얼굴이 묘사된 예는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나마도 불상을 제외하고는 미륵사지나 능산리 출토품처럼 토기나 기와 등에 얼굴을 새기거나 먹물로 그리는 등 평면적인 유물이 대부분이다. 이 ‘얼굴모양도기’와 같이 그릇에 입체적으로 사람얼굴을 표현한 유물이 발굴된 예는 매우 드물어 삼국시대 유물로 유사한 것은 경남 진주 중천리에서 출토된 ‘인두형토제품’이 현재로서는 유일하다.
우리 박물관의 ‘얼굴모양도기’는 눈썹도 없이 반달형으로 눈과 입모양을 뚫어 간략히 표현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입 꼬리가 한쪽으로 살짝 올라가 웃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허허’하는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기도 하고, 조선시대의 ‘하회탈’, 도자기엑스포의 마스코트 ‘토야’까지 이어지는 한국인의 해학적인 얼굴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백제인들은 이 도기를 어떻게 사용했을까? 그릇 모양을 빌려서 일부러 얼굴을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제사와 같은 어떤 의식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고분시대(B.C 3~7C) 무덤에 장식되는 ‘하니와(埴輪)’와 같은 용도는 아닐까? 사용방법을 상상해보건데 눈과 입, 정수리 구멍 등을 통해서 불빛이 새어 나오게 하여 의례용 등불로 사용하였거나 연기 또는 향기가 나오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후자는 백제에서 사용되었던 연가(煙家: 장식 연통)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등불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 어두운 곳에서 유물 내부에 촛불을 켜 보니 정수리와 두 눈, 입에서 빛이 나와 기이한 모습이었다. 이를 함께 본 발굴단원 모두 무섭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혹 벽사(?邪)의 용도로도 활용되지 않았나 유추해 본다.
이 건물지에서 함께 출토된 시루 등에 나타난 고고학적 특징들로 보아 백제인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이 유물은 백제가 한성에서 공주로 천도하던 시기를 전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필자: 박물관 학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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