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눈동자에서 불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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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눈동자에서 불안을 보고 싶다
  • 최홍
  • 승인 2011.04.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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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눈동자에서 불안을 보고 싶다

불의의 눈동자에서 불안을 보고 싶다

프랑수아 모리악의 1927년 소설 <떼레즈 데께루>의 주인공 떼레즈는 결혼을 재산증식과 자녀생산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남편을 ‘비소’로 독살하려 한다. 독살 시도는 발각되지만, 가문의 체면을 보전하려는 시댁의 잔인한 배려로 떼레즈는 기소되지 않고 별장에 감금된다. 인간적 유대로부터 버림받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동기도 발견하지 못하고, 남편에 대한 마지막 희망도 잃어버린 떼레즈의 심신은 만신창이가 된다. 결국, 폐인이 된 떼레즈는 목적 없이 떠도는 유령처럼 거리로 나서고, 소설은 끝난다.
소설의 백미는 떼레즈가 별장에 감금당한 뒤 독살의 동기를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부분이다.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떼레즈는 독살의 동기를 “남편의 눈에서 불안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러모로 무릎을 치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조금 뜨악한 우리대학 이야기를 해보겠다. 인문캠이야 익히 공론화가 되고 있으니 생략하고, 자연캠에 대해서만 말해보겠다. 자연캠에도 작년 총학 선거 당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일부 학과 학생회 이름으로 발송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일부 학우들의 문제 제기에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채 흐지부지 덮여 버렸고 함박산의 1년은 매번 이래 왔다는 듯 침묵 속에 흘러가고 있다. 이상하게 몇몇만 불편함을 느끼고 대다수는 침묵하고 있다.
위임받은 권력을 ‘재산증식과 라인연장’의 수단으로 이용한 양캠의 위와 같은 사람들은 아무런 제지 없이 학교를 활보하고 있다. 정작 문제 제기의 목소리는 그들에 의해 외딴곳에 유폐되는 상황이다. 이 목소리는 별장에서 남편을 죽이려 하는 동기를 찾던 그녀 앞에서, 로봇처럼 ‘가족결정문’을 읽는 남편을 보며 모든 의지의 끈을 놓고 거리에 자신을 던져버리는 예의 떼레즈가 되어야 하는 걸까. 안타까울 따름이다. 권리를 위임받은 학우들의 남편이랄 수도 있는 학생회가 사랑에 상응하는 자신들의 본분을 잊는다면 학우들은 그 남편을 위해 ‘비소’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오늘, 우리는 저 불의의 눈동자에서 불안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 불안은 다수의 무관심 속 별장에 감금된 한 사람의 떼레즈로서가 아닌 이 결혼의 주인인 학우 모두가 함께, 당당하게 응시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색다른 심리소설의 경험을 제공해준 저 불의의 주인공들에게 심심한 경의를 표하는 바다.

원고매수: 5.8매
필자: 배종보(컴공 05) 학우
정리: 명재영 예비수습기자



919호 명지발언대 new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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