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먹고 살기 힘들다
상태바
대학생은 먹고 살기 힘들다
  • 최홍
  • 승인 2011.04.17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비 없을 땐 휴학, 집 밖에 잘 나가지도 않아

대학생은 먹고 살기 힘들다
생활비 없을 땐 휴학, 집 밖에 잘 나가지도 않아

아이콘) 대학생의 생활실태를 진단하다
꼭지1) 부모님은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은 생활비 때문에
물가상승ㆍ낮은 임금ㆍ열악한 교육지원 등에 허덕여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대학생 3천 637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소비지출현황’을 조사한 결과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항목 1위로 대학생 절반이상이 ‘식비(52.3%)’를 꼽았다. 다음으로 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것은 ‘등록금’으로 23.9%에 달했으며, 이어 △교통비(9.7%) △교재비(6.6%) △주거비(4.3%) △통신비(3.2%) 순이었다. 물가 상승률이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굶고 밀리고 물려받고
‘식비’는 대학생 생활비 중에서 가장 많이 지출되는 항목으로, 대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더불어 물가가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경제 활동에 제약이 있는 대학생은 최대한 값싼 음식만을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들의 ‘식비’에는 분식ㆍ패스트푸드 또는 편의점의 인스턴트 식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대학 소용현(사학 05) 학우는 “식비가 한 달에 35만 원이나 지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일을 하지 않아 돈이 없을 때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기도 한다”며 “자연스럽게 값싼 것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병호(사학 06) 학우 역시 “자취하면서 밥을 자주 안 먹게 된다”며 “경제적 상황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라면을 주로 끓여 먹는다”고 말했다. 또한, ‘식비’를 줄이기 위해 끼니를 줄이거나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성공회대학교 김미연(가명, 사회과학부 11) 학생은 “주변에서 편의점 음식만 먹다가 영양실조에 걸린 친구들을 많이 봤다”며 “나도 밖에서 밥을 사먹다가 경제적으로 너무 부담이 돼, 지금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끔은 굶거나 도시락 하나를 점심과 저녁으로 나눠 먹을 때도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에게는 통신비도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이다. 지난 12일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는 주요 138개국 중 이동전화 요금 83위, 초고속인터넷 요금 67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순위와 40순위 떨어진 결과로, 순위가 하위권일수록 요금이 비싸다는 뜻이다. 특히 대학생들은 사람들과의 다양한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휴대폰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통신비가 비싸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미연 학생은 “사정 상 통신비는 집에서 내주고 있다”며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용현 학우는 “한 달에 대략 8만 원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며 “제 때 못낸 적이 많지만, 어떻게 해서든 내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또 하나 대학생들의 생활비를 위협하는 항목은 대학생들에게 필수적인 ‘교재구입비’이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해 종이값이 50% 가깝게 인상했고, 출판사도 유지 명목으로 지난 3년 간 도서정가를 평균 60% 인상했다. 이로 인해 매 학기마다 교재를 사야하는 대학생에게 책값은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 학기에 6~7개 정도의 수업을 듣는다고 하면 15~20만 원 정도가 교재비로 지출되는 것이다. 김미연 학생은 “책이 너무 비싸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선배들에게 물려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용현 학우도 “주변 친구나 아는 사람에게 물려받아서 사용한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공주대학교 김태우(체육학부 06) 학생은 과외로 번 돈을 모두 등록금으로 내고 있다. 국립대학교의 등록금은 싼 편이지만, 월급으로 생활비와 등록금을 모두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김태우 학생은 “힘들게 돈을 벌어도 혼자 생활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세탁비ㆍ교통비ㆍ식비 등을 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이렇게 부족하게 살다보니 항상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며 “물질적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병호 학우 역시 주말에 학생들을 가르치며 돈을 벌고 있지만 자취생활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방값만 해도 35만 원이 넘는다”며 “군대 가기 전에는 방값이 20만 원이었는데, 몇 년 사이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쓰레기봉투비ㆍ전기비ㆍ가스비 등을 모두 합치면 한 달에 100만 원이 필요하다”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있지만 통장에 잔고가 남아있는 적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김미연 학생 역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학했다. 그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나아지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김미연 학우는 “4400원이라는 낮은 시급으로 매일 일해도 한 달에 45만 원밖에 못 번다”며 “이렇게 경제적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밖에도 잘 나가지 않게 된다”고 전했다.

등록금이라도 저렴하다면……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이선희 간사(이하 이 간사)는 “정부의 교육지원이 너무 열악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며 “비싼 등록금은 부모님이 내준다고 해도,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아르바이트의 낮은 임금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학생 585명 중 36.7%인 215명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간사는 “물가가 오른 만큼 정부에서 아르바이트의 임금을 높여야 되는데, 물가는 높고 임금은 낮으니까 대학생활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유럽 같은 경우는 물가가 비싸기는 하지만, 그 만큼 임금은 높게 책정되고 있다. 더불어 아일랜드, 스웨덴, 체코, 덴마크, 노르웨이에는 등록금이 무료이며, 프랑스는 그 액수가 적다. 이와 같이 유럽 국가들의 등록금은 저렴해서 학생들이 자신들의 아르바이트로 충분히 생활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간사는 “우리와 다르게 유럽은 교육철학이 남다르다”며 “대학생들이 아무 걱정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소득이 불안정한 대학생에게는 그에 맞는 등록금 책정이 필요하다”며 “북유럽처럼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등록금 지원제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원고매수: 15.2매
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대학생활비 통계.jp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