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협동조합’, 상업시설로 인해 퇴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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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협동조합’, 상업시설로 인해 퇴출 위기
  • 최홍
  • 승인 2011.04.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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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복지시설, 학우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해야

<사회>

대학생활협동조합’, 상업시설로 인해 퇴출 위기
학내 복지시설, 학우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해야

아이콘)대학생협을 알아보다
꼭지1. 가난한 대학생, 점점 누릴 복지가 없어진다
상업시설은 신설되고, 생협은 점점 줄어들고……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목적은 소비자들 스스로의 조직력에 의하여 안전한 먹거리, 안전한 문화시설 등을 지키자는 데 있다. 또한 소비자의 조합을 기반으로 하는 생협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통해 안전한 먹을거리를 유통할 수 있다. 왜곡된 유통구조에 맞서 건강한 농산물, 질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용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생협은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1970년대 후반에는 도매상과 자본의 일방적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에는 우리나라 농업을 살리고 도시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1990년대에는 대학구성원의 복지향상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또 다른 양상으로 생협이 운영되고 있다. 아이쿱 생협 대외협력팀 이진백 팀원(이하 이 팀원)는 “현재 생협은 단순히 합리적인 소비 행위를 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일례로 도농상생(우리밀 살리기운동), 공정무역, 식품안전제도 개선운동(친환경무상급식), 지구환경 지키기(화석연료 사용절감, 장바구니 사용) 등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전한 공동구매
이 팀원은 생협에 대해 “소비자는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 지속 가능한 생산을 보장함으로써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지고, 생산자는 안전하고 질 좋은 물품으로 소비자의 건강을 책임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직접적인 소통과 교류를 통해 이웃 간의 정이 살아 있는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려는 것이 바로 생협”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건전하고 공동체적인 생협은 1989년에 대학가에서도 시작되었다. 대학생활협동조합(이하 대학생협)은 1989년 대학생연합건설준비위원회가 설립될 때 같이 출범했다. 대학생협은 대학의 구성원인 교직원과 학생들이 대학 안에서 자발적으로 출자하고 운영하며,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ㆍ세종대학교ㆍ경희대학교ㆍ연세대학교ㆍ서울대학교 등 총 22개의 대학이 학내에 생협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협특별위원회 김현중 차장(이하 김 차장)은 “대학 내에서 생협만큼 가장 좋은 복지 형태는 없다”며 “우리 스스로가 신설하고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김 차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세금으로 정책을 운영하는 국가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학생협은 학생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계약부터 운영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는 조직”이라며 “생협으로 얻은 모든 수익도 시설 개선을 위해 재투자 되거나, 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다시 지급된다”고 말했다. 또 가격 같은 경우는 소비자들과 생산자들 간의 사전 협의를 통해 미리 결정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가 이루어지므로 유통 마진이 붙지 않는다. 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에게 물품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대학생협, 상업시설로 인해 퇴출 위기
하지만 현재 몇몇 생협은 캠퍼스 상업화의 물결 속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2001년부터 학내 복지사업을 맡아온 세종대학교 생협은 지난해 11월 19일 세종대학교 대학본부로부터 퇴출 결정이 내려졌다. 학교 본부는 발송한 공문에서 “생협과의 복지시설 관리 및 운영 위임 계약을 해지하며, 교내 복지시설 운영권을 신속히 넘기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최종 통보했다. 이에 대해 세종대학교 생협 교육담당 한승희 씨는 “생협은 조합원이 주인”이라며 “어떠한 논의도 없이 퇴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내에서 생협이 없어진다면 대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곳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최근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로 많이 힘든데 학내의 복지시설마저도 없어지면 안 된다”고 전했다. 또한 한승희 씨는 외부상업시설이 학내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상업시설은 학생들의 복지보다 이윤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 피해는 결국 모두 학생들이 짊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세종대학교 생협 퇴출 사건에 대해 김 차장은 “세종대학교 재단 자체가 비리재단 운영자”라며 “그들이 학내에 구성되어 있는 민주적 조직들을 없애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세종대학교 측은 입지가 좋은 학생회관을 모두 외부 상업시설에게 임대했다”며 “상업시설 때문에 생협 매출이 떨어지고 긴축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 측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생협 같은 비영리단체를 내치는 것이 목표”라며 “이는 그만큼 지성의 전당인 대학가에 시장논리가 퍼져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결국 학내에서 생협이 퇴출되는 이유는 대학교가 이윤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상업화가 되어가는 대학의 모습은 이제 대학생들에게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 김 차장은 “예전에는 편의점이 학내에 들어오면 엄청난 위화감이 들었다”며 “지금은 대학 내에 편의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생협 역시 학내에서 생협을 운영하는데 여건이 좋지 않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생협 기획부장 윤성희 씨는 “외부업체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경희대학교 생협 교육홍보팀 변지영 씨는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생협을 학교 측이 없애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며 “세종대학교 사태처럼 전 학생들이 퇴출사건에 반발했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생협이 정말 필요한 시설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학교는 그만 정신차려야
김 차장은 대학교에서 비판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학내에 이윤을 추구하는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학내에서 보게 되는 상업광고도 2천 건 정도이다. 이는 자본과 이윤에 관한 생각이 이미 우리 뇌 속에 무의식적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주체적 조직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집단은 대학 생협 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생협도 운영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커뮤니티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생협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교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우선 대학이 먼저 건강해야, 그 안에 있는 대학 생협도 건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김 차장은 “불합리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학생들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학다운 소명의식과 사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콘) 학내 복지시설, 우리의 손으로
꼭지2. 민주적 의사수렴을 통해 복지정책을 결정한다
인근지역 연탄 배달ㆍ식품 생산지 체험 등도 함께 진행해

대학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대학생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자신들의 복지정책을 스스로 결정하는 기구이다. 학생들은 이사회ㆍ각종 위원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으며, 총회가 열릴 때마다 생협의 정책과 사업을 건의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모든 총회마다 학생들이 참여하고 회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협의 의사결정 구조는 민주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총회가 열리지 않을 때는 학생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듣는 창구가 마련된다. 특히 세종대학교 생협은 ‘문자게시판’이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문자를 통해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창구이다. 더불어 세종대학교 생협의 물품은 외부 업체의 물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음료수 같은 경우는 외부 업체에서 900원에 파는 것을 생협에서는 500원에 살 수 있다. 또 학식은 1800원부터 3000원까지 가격이 다양하며, 외부 업체에서 5000원에 파는 가격보다 훨씬 싸다. 더불어 식당에서 ‘조미료 제로’를 선언하여 조미료를 일절 넣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학생들로 구성된 ‘메뉴개발위원회’도 존재한다.
국민대학교 생협은 대학 주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합원들이 직접 담은 김치와 연탄을 배달한다. 또 교수ㆍ직원ㆍ학생 등 생협 구성원들끼리 고구마캐기ㆍ매뚜기 잡기와 같은 생산지 체험을 진행하고, 문화유적답사와 같은 문화체험을 갖기도 한다. 이처럼 생협은 단순한 복지시설이 아니라 협동과 상생의 대학문화를 실현하는 민주적 기구이다.

원고매수: 21.5매
필자: 최홍 기자 g2430@mju.ac.kr

김현중 차장.JPG
△생활협동특별위원회 김현중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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